권해효 "'드라마의제왕', 해피엔딩 되지 않을것"(인터뷰①)

윤상근 기자  |  2012.12.05 09:10
배우 권해효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 권해효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베테랑 연기파 배우 권해효(47)의 매력이라면 유쾌한 이미지 속에 숨겨진 뼈있는 말들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연륜과 관록일 것이다.


SBS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극본 장항준 이지효 연출 홍성창)에서 권해효가 맡은 S 방송사 국장 남운형은 원칙주의자다. 하지만 권해효는 "인간적으로 재미가 없어 매력이 별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와 함께 "진정 우리 시대에 필요한 상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권해효를 만나 '드라마의 제왕'이 가진 작품으로서의 매력과 실제 드라마 제작 현장에 함께 하는 '업자'로서 가진 소신, 배우로서 갖춰야 할 덕목 에 대해 들어봤다.

배우 권해효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 권해효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 "'드라마의 제왕', 사랑 놀음 없어 좋다..해피엔딩 되지 않을 것"

권해효는 '드라마의 제왕'에 관련된 질문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하며 소신을 뚜렷하게 밝혔다. 먼저 그가 생각하는 '드라마의 제왕'이 가진 매력은 단순했다.


"다른 것보다 '드라마의 제왕'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을 중점적으로 그리지 않아요. 저는 그래서 이 드라마를 좋아해요(웃음). 말 그대로 두 남녀가 밀고 당기는 '사랑 놀음'을 그려내지 않고, 나중에도 극중 인물들이 서로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는 지의 여부가 궁금해지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고요."

권해효의 이 말은 즉, '드라마의 제왕'이 가진 '장르 드라마'로서의 경쟁력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드라마 제작 현장'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가진 작품이 장르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권해효는 이어 '드라마의 제왕'이 가진 비현실적인 모습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드라마의 제왕'이 희화화됐다는 주변의 시각도 틀리진 않다고 생각해요. 실제 국장들이나 CP가 상주하는 드라마 제작센터 속 그림이 철저하게 격식을 차리거나 사무적인 공간이지만은 않거든요. 두 제작사 대표가 복수하고 경쟁하고 재기하는 모습들도 극의 재미와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만화적 공식'을 통해 생겨난 구도라고 보고요."

이와 함께 권해효는 실제 촬영 현장에서 배우로서 활동하면서 느낀 불편한 진실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예전 같으면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함께 고생하면서 끈끈해지고 신뢰도 쌓이면서 '끝나고 회포나 풀자'며 소주 한잔도 편한 자리에서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럴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워낙 각박한 현장이다 보니 종방연이나 '쫑파티' 외에 모든 이들이 모일 기회가 없죠. 겉으로는 함께 하는 것 같지만 어찌 보면 모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만 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고요."

권해효는 "특히나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의 제왕' 속 현실이 어떻게 끝날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마 제 생각에는 '경성의 아침'이 대박 나고 앤서니김(김명민 분)이 다시 재기에 성공하는 등의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아요. 분명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해피엔딩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아니면 모두 다 안 좋게 끝나고 드라마만 남을 수도 있고요(웃음)."

배우 권해효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 권해효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 "내가 만약 진짜 남 국장이라면? 앤서니, 고민 되겠는데요"

권해효가 연기하고 있는 남운형 국장은 S 방송사에서 원칙을 고수하는, 어찌 보면 딱딱할 수도 있는 인물로 비춰지고 있다.

이에 대해 권해효는 "솔직히 인간적인 매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인물 자체가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떤 인물이든 저는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 좋아요. 원칙을 중요시한다고 해서 유머가 없다고만 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부드러운 성격의 사람이면 참 좋을 텐데 남 국장은 너무 사무적이고 직선적인 성격이니까요. 제작진 쪽에서 그런 캐릭터를 원하셨어요(웃음). 그래도 남 국장의 딱딱한 캐릭터가 극 중에서는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이와 함께 권해효는 남운형 국장이 가진 매력에 대해서도 말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에서 원칙을 중시하고 제작비의 투명성을 고려하는 부분은 올해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중들에게 '저런 상사 또는 리더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봐요. 어떻게 보면 어필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요."

권해효는 "아직 우리 사회가 '반칙이 앞서는 시대는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라는 다소 의미심장한 발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권해효가 실제로 드라마 국장의 입장이라면 어떤 모습이 그려질까. 권해효는 이에 멋쩍어하며 생각을 밝혔다.

"하하. 제 모습은 분명 달라질 수 있겠죠. 방송국이라는 곳이 공공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텐데요. 방송국도 기업이라는 논리로 따지게 되면 이익이 상대적으로 적은 새로운 것이나 대중적이지 않은 예술 등에 대한 시도를 하지 않게 되잖아요. 솔직히 남 국장처럼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진짜 제가 드라마 국장이 되면 그가 가진 고민들이 현실로 보이게 될 것 같아요."

권해효는 앞으로 남운형 국장의 모습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극 초반에 편성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경성의 아침'이 최종 편성되면서 앤서니김이랑 한 배를 타게 됐고, 분위기도 약간 소강상태가 됐는데요. 간간히 보이지만 강현민(최시원 분)과 성민아(오지은 분)의 돌발 행동 때문에 드라마가 위태로워지는데 곧 있으면 이제 드라마가 큰 위기에 빠지면서 앤서니김과의 갈등도 다시 점화될 것 같아요. 이제는 진짜 선과 악이 충돌하는 거죠. 기대가 되는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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