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SBS>
배우 김희선은 여전히 솔직하며 당찼으나, 가볍지는 않았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통해 데뷔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쁨과 아픔, 슬픔 등 뒷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 놨다.
이날 김희선은 과거 '대작가의 작품 대본 리딩을 펑크 냈다' 등 여러 가지 루머에 대해 철없던 시절의 부족했던 자신을 인정하고, '머리가 나쁘다', '미모를 위해 수혈을 한다' 등의 근거 없는 소문에 대해서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여유 있게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16살 어린 시절 데뷔한 탓에 촬영 후 뒤풀이 등을 할 때면 교복을 입고 클럽과 나이트를 드나들었던 일화, 술을 마시면 '토하고 마시고 토한다'고 해 별명이 토마토라는 사연, 호불호가 분명해 톱스타 병이라는 오해를 받았던 일 등에 대해 거리낌 없이 밝히는 솔직함은 기대 이상이었다.
과거 끊임없이 제기됐던 연기력 논란에 대한 질문에도 그녀는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대처했다. "영화 '비천무' 후 심각하게 연예계를 떠나고 싶다는 고민을 했다. 24살에 10살 엄마라는 역할이 와 닿지 않아서 많이 헤맸고 영화를 보기 싫을 정도로 실망감과 수치스러움에 시달렸다. 속상해서 잊기 위해 술을 마셨다. 술 먹고 우는 거 싫어하는데 정말 많이 울었다. 어떨 때는 36시간을 잠을 잤다"라는 고백은 당시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러나 김희선의 이 같은 이야기가 진심으로 다가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스스로 인정하는 철없던 시기를 지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어린나이에 데뷔, 남들은 신인상도 받기 힘든 21살에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톱스타 대접을 받았지만, 이 같은 루머와 비난은 그녀로서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
그러나 김희선은 술을 마시고 우는 데서 멈추지 않았고 "연기력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철저한 연습을 했다"는 말처럼, '비천무' 이후 선보인 영화 '와니와 준하'에서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줬던 김희선은 결혼 과 출산 후 SBS 드라마 '신의'로 6년 만에 컴백, 어느 때보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와 열정으로 호평 속에 복귀를 알렸다. 비록 시청률 면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김희선은 10살이나 어린 이민호와 자연스럽게 호흡을 이뤘고, 그녀 스스로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배우로서의 포장을 거부한 김희선의 이 같은 직설적인 발언들은 솔직했지만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철없는 시기를 거쳤지만 그 속에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노력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서태지를 보기 위해 '인기가요' MC를 했다", "내 이름 건 쇼를 두 번이나 했다" 등 김희선의 '힐링캠프'는 생각 이상으로 솔직하고 뻔뻔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데뷔 18년 이후 거쳐 온 시간들이 담겨 있기에 결코 가볍지 않다.
이날 김희선의 연기 인생과 자기 성찰이 녹아든 돌직구는 시청자들에게 유쾌하고 즐거운 한편,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보인 반응은 "김희선 정말 예쁘다"였다. "예쁘다는 말은 지겨운 줄을 모르겠다", "나이가 들 수록 그 말이 소중하다"는 김희선에게 최고의 격려와 응원이 아닐까.
그녀의 말이 마냥 자기자랑과 폭로로 물든 것이었다면 이 같은 호응은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이 분명하고 삶에 대해 솔직한 모습이 전해졌기에 이날 시청자들에게 김희선이 더욱 예쁘게 보였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