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의 '핫 데뷔'를 알린 1992년 5월 마지막주 한국DJ차트 박스기사.
서태지와 아이들 '난 알아요'가 차트에 첫 진입한 1992년 5월 넷째주 한국DJ클럽 차트.
1992년 3월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 1집
1992년 5월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서태지의 '난 알아요'의 차트 진입은 조정현의 '비애'와 더불어 일대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견되고 있으며 장의환의 '너를 잊기 위한 곳에서'와 10대 가수 송혜수의 '시간속에서'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인기를 얻고 있다..'(1992년 5월 넷째주 한국DJ클럽 차트 '가요차트비트' 논평)
그랬다. 서태지 이주노 양현석,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처음부터 '파란'이었다. 92년 3월 발매한 1집 타이틀곡 '난 알아요'가 1992년 5월 넷째주 DJ차트에 56위로 '새로 진입'하면서 이들의 신화는 시작됐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아무도 몰랐다. 서태지가 96년 갑작스러운 은퇴 때까지 '문화대통령'으로 불리며 대한민국 K팝의 핵심 축으로 활동하고, '아이들' 양현석이 21세기 들어 빅뱅, 2NE1, 심지어 '월드스타' 싸이까지 거느린 국내 굴지의 가요 제작자가 될 줄은.
어쨌든 서태지와 아이들은 '난 알아요'와 '환상속의 그대' 등이 담긴 1집(1992.3), '하여가' '우리들만의 추억' '수시아' 등의 2집(1993.6), '발해를 꿈꾸며' '교실이데아' '지킬박사와 하이드' '널 지우려 해' 등의 3집(1994.8), '필승' 'Come Back Home' '시대유감'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등의 4집(1995.10)으로 만 3년 동안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그리고 이러한 서태지와 아이들 신화는 이듬해인 1996년 2월 성균관대 유림회관에서 선언한 '전격 은퇴'로 완성됐다.
1992년 DJ차트에 나타난 서태지와 아이들의 행적과 당시 다운타운의 반응 등을 1집을 중심으로 추적해보자. 이는 랩과 댄스, 록 장르의 오버크로스, 파격에 가까울 정도로 낯설었던 노랫말, 아이콘으로까지 떠올랐던 패션 등 서태지와 아이들 신드롬에 대한 숨막히는 첫 해 기록이다. 참고로 반도음반에서 나온 이 1집은 코러스에 김종서 양현석 이주노 장혜진, 기타에 서태지 손무현 신대철, 색소폰에 이정식 등이 참여했고, 서태지가 전곡을 작사·작곡·편곡한 것은 물론 신디사이저, 컴퓨터프로그래밍, 심지어 레코딩 엔지니어링까지 도맡았다. '난 알아요'는 결국 이 해 9주 연속 DJ차트 1위를 차지했다.
* 1992년 5월 마지막주 = '난 알아요' 종합차트 29위, 댄스/랩 20차트 7위
=이 날짜 DJ차트에 실린 서태지와 아이들 관련 기사는 이랬다. '..헤비메탈 그룹 시나위에서 활동했던 서태지가 새로운 감각의 앨범 '난 알아요'를 발매,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1991년 9월 서태지와 아이들을 결성, 8개월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발매한 이 앨범에서 서태지는 SOUL, RAP, TECHNO, TRASH METAL 등 다양한 음악장를 소화해내는 뛰어난 음악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말 랩의 한계를 극복,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쿨 랩과 슬로우 랩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국내 랩 댄스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된다. 팝뮤직을 듣는 느낌 그러나 외국 것의 표절이 아닌 우리 대중가요의 멜로디를 새로운 리듬패턴에 접목시킨 서태지의 작품세계에 많은 찬사가 일고 있다..'
* 1992년 6월 둘째주 = '난 알아요' 종합차트 첫 1위, 댄스/랩 15차트 1위. '환상속의 그대' 종합차트 97위(새 진입) = '..서태지의 인기는 장르를 초월한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가요차트비트)
* 1992년 6월 셋째주 = '난 알아요' 종합차트 1위(2주째), 댄스/랩 15차트 1위. '환상속의 그대' 종합차트 88위
=이 날짜 DJ차트에는 흥미로운 앙케트 결과가 실렸는데 당시 좋아하는 가수, 즐겨듣는 노래 등에서 압도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이 1위를 차지했다. 92년 6월5일부터 6월11일까지 신촌 지역 10대 후반~20대 초반 200명을 상대로 조사했다. 그 중 주요 결과를 살펴본다. '좋아하는 가수=1위 서태지와 아이들, 2위 이승환, 3위 이문세, 4위 이승철, 5위 김현식, 6위 조용필, 7위 손지창, 8위 신승훈, 9위 공일오비, 10위 이현우', '즐겨듣는 베스트 10=1위 난 알아요, 2위 추억 만들기, 3위 우연히, 4위 오늘 같은 밤이면, 5위 꿈, 6위 혼자만의 비밀, 7위 사랑으로, 8위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9위 보이지 않는 사랑, 10위 만남'
* 1992년 7월 둘째주 = '난 알아요' 종합차트 1위(5주째), '환상속의 그대' 종합차트 60위 = '..현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과 가장 많은 뉴스거리를 양산해내고 있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환상속의 그대' 또한 어느 정도까지 차트 상위권에 진입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가요차트비트)
* 1992년 7월 셋째주 = '난 알아요' 종합차트 1위(6주째), '환상속의 그대' 종합차트 47위 = '..여타 댄스리듬 음악을 추구하는 가수들의 곡을 제치고 정상에 등극한 후 하락하지 않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가요차트비트)
* 1992년 8월 둘째주 = '난 알아요' 종합차트 1위(9주째), '환상속의 그대' 종합차트 38위.
* 1992년 10월 넷째주 = 가요앙케트 결과(10월15일~10월19일 상명여대 2년생 200명), '좋아하는 가수=1위 서태지와 아이들, 2위 공일오비, 3위 이승환, 4위 신성우, 5위 신승훈, 6위 봄여름가을겨울, 7위 김종서, 8위 이현우, 9위 김완선, 10위 김현식', '즐겨듣는 가요 베스트10=1위 환상속의 그대, 2위 아주 오래된 연인들, 3위 내일을 향해, 4위 너를 향한 마음, 5위 대답없는 너, 6위 꿈, 7위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8위 또다른 만남을 위해, 9위 회상, 10위 별이 진다네'
* 1992년 12월 첫째주 = 가요앙케트 결과(11월17일~11월21일 한미, 한독 간호학원생 200명), '좋아하는 가수=1위 서태지와 아이들, 2위 이문세, 3위 이승철, 4위 신승훈, 5위 이승환, 6위 이상우, 7위 현진영, 8위 이덕진, 9위 신성우, 10위 권인하'
* 1992년 12월 마지막주 = '..6월에 접어들면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현은 국내 대중음악의 판도를 랩으로 유도, 서태지 신드롬을 일으키는데 그 여파는 8월까지 이어진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현은 국내 가요사에 있어서 한 획을 긋기에 충분할 만큼 선풍적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계절을 넘기면 랩 열풍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그 선풍은 식지 않았다...(1992년 가요결산)
1992년 5월 넷째주 한국DJ클럽 차트 1~20위
1992년 5월 넷째주 차트, 시나위 출신 3인방의 맹활약
이 날짜 차트 1~20위는 다음과 같다.
1. 우연히(remix)(신승훈) 2. 오늘 같은 밤이면(박정운) 3. 하룻밤의 꿈(이상우) 4.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이승환) 5. 보이지 않는 사랑(신승훈) 6. 나의 꿈을 찾아서(권인하) 7. 꿈(remix)(이현우) 8. 10년전의 일기를 꺼내며(봄여름가을겨울) 9. 눈 감아봐도(박준희) 10. 추억만들기(김현식) 11. 드라이브(최용준) 12. 너와 함께 있는 이유(변진섭) 13. 너를 처음 만난 그때(박준하) 14. 혼자만의 비밀(손지창) 15.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노영심) 16. 바다를 사랑한 소년(진시몬) 17. 내가 아는 한가지(이덕진) 18. 창가의 이별(지평권) 19. 내가 너를 느끼듯이(손지창) 20. 옛사랑(이문세)
무엇보다 신승훈의 '우연히'(remix)가 6주 연속 1위를 달리며 '보이지 않는 사랑'의 8주 연속 1위 기록을 넘보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역시 92년 상반기 '갑'은 신승훈이었던 셈이다. '혼자만의 비밀'과 '내가 너를 느끼듯이' 등 배우 겸 가수 손지창의 노래 2곡이 상위권에 랭크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봄여름가을겨울을 빼놓고는 차트 상위권을 지킨 19명이 전부 솔로인 점도 요즘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각 장르별 순위도 살펴보자. 트로트 부문에선 인순이의 '착한 여자'가 4주째 1위를 달리고 있고, 이자연의 '사랑아 울지마라'가 2위, 방실이의 '여자의 마음'이 3위, 문희옥의 '성은 김이요'가 4위를 차지했다. 발라드 부문에선 박정운의 '오늘 같은 밤이면'이 1위, 댄스/랩 부문에선 신승훈의 '우연히'(remix)가 1위, 포크 부문에선 이윤수의 '먼지가 되어'가 1위, 보사노바 부문에선 양수경의 '사랑은 차가운 유혹'이 1위, 뉴에이지/퓨전재즈 부문에선 이정식의 '밤으로 가는 기차'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댄스/랩 부문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가 전주 56위에서 12위로 수직 상승한 점이 눈길을 끈다.
참고로 86년 시나위 1집(기타 신대철)에 보컬로 참여,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불렀던 임재범은 88년 외인부대 1집(기타 손무현), 90년 아시아나 1집(기타 김도균)을 거쳐 91년 10월 첫 솔로앨범 'On The Turning Away'를 냈다. 이 앨범 수록곡 '이 밤이 지나면'은 DJ차트에 무려 26주 동안 머물렀으며 이 날짜 차트에서 53위를 차지했다. 결국 시나위 출신 3인방 서태지(56위), 김종서(26위), 임재범(53위)이 한 차트에 동시에 진입한 전무후무한 해가 바로 1992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