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이 지난 22일 2012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 직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KBS>
포효하지도 울지도 않았다. '역경'을 딛고 무려 10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다시 올랐지만 그저 담담하게 가족과 지인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상을 바친다"는 말로 '부활'의 순간을 마무리 했다.
개그맨 신동엽(41)이 지난 22일 2012 KBS 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2002년 제1회 KBS 연예대상 대상 수상 이후 10년만의 수상이다. 이날 진행자로 무대에 섰던 신동엽은 수상자 호명 후 무대로 나와 상을 받고 담담히 소감을 전했다. 흥분은 없었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가 기쁨을 나타낸 것은 "1회 때 상 받은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는 말 정도였다.
지난 1991년 S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 "안녕하시렵니까"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큰 인기를 끌었던 신동엽은 90년대 최고 인기 개그맨 중 한 명이었다. 그러다 90년대 후반 대마초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1년 가까이 방송을 쉬며 시련의 시기를 겪었다.
이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러브하우스' 코너로 재기에 성공했다. KBS 2TV '해피투게더'의 '쟁반노래방'이 빅히트하며 2002년 KBS 연예대상 대상을 수상했고, 다시 신동엽의 시대가 열리는 듯 했다.
하지만 예능 환경이 실내 스튜디오 예능에서 집단MC가 등장하는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넘어가는 시기, 신동엽은 적응하지 못했다. 스스로 "발성 같은 게 야외 예능과는 맡지 않았다"고 했지만 당시 그는 '예능인'보다는 '사업가' 쪽에 관심이 가 있었던 게 사실이었고 '예능 대세'는 유재석, 강호동으로 옮겨갔다.
'유-강 예능제국' 시대의 개막과 함께 신동엽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만 갔다. 물론 그 시기 신동엽이 방송을 아예 안한 것은 아니었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조기 폐지되기 일쑤였다. 다들 그랬다. '신동엽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다'고 말이다.
신동엽은 그러나 부활했다. 그는 현재 KBS 2TV '안녕하세요'와 '불후의 명곡', SBS '강심장' 등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청자 사연 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에서는 사연신청자와 방청객, 게스트들을 입담으로 '무장해제' 시키고 있고 경연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에서는 우승자를 가리는 최고조의 순간, 재치 있는 언변으로 프로그램의 묘미를 살리고 있다. '강심장'에 아무리 수많은 연예인들이 출연해도 신동엽 한명의 말솜씨를 당하기는 힘들다.
'스튜디오 예능에만 강하다'는 약점을 '스튜디오 예능은 역시 신동엽'이라는 강점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거기에는 신동엽만의 '고집'이 작용했다. 그는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눈을 돌리려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만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어떠한 상황이 벌어져도 개그로 연결시키는 순발력과 '19금(禁) 유머'를 방송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풀어내는 재치는 가히 '신동엽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방송가와 시청자들에게 심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던 '시대의 흐름'도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싫증을 느낌 무렵 그의 '입'이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몸개그 등으로 '오버'하지 않고 나름의 품격을 지니면서 '색(色)드립'도 적절히 구가하는 신동엽식 재담이 요즘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KBS 연예대상 수상은 그의 '부활'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미 '부활'했고 대상 수상은 이를 확인 시켜줬을 뿐이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이번 대상 수상에 "받을 만 했다"고 평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 대상 수상으로 만천하에 '부활'을 인정받은 신동엽. 앞으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신동엽식 예능'에 더욱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