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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는 시청률 40%에 육박해 가며 고공행진 중이다. 일부에선 천륜을 거부한 서영이 때문에 막장이란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모든 것이 관심임은 분명하다.
드라마 초반에는 서영이와 그를 사랑하는 우재(이상윤)의 사랑이 이루어질까, 말까 하는 문제로 그 둘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서영이의 거짓말부터 시작한 일들이 최근 극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 되며 다른 인물들이 부각되고 있다. 이들 중에서 특히 눈이 가는 인물은 바로 서영이의 쌍둥이 동생 상우, 박해진이다.
그는 서영이가 아버지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선택과 그 때문에 자신의 사랑을 칼로 도려내듯 잘라내야 하는 심정을 잔잔하면서도 아프게 보여주고 있다. 대사가 많지 않아도, 행동이 크지 않아도 흔들리는 눈빛 연기 하나만으로 그는 복잡한 내면을 다 표현하고 있다.
훤칠하고 매끈한 그가,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혔을 것 같은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의 그에게서 어찌 저리도 사골국물처럼 진~하게 우려낸 듯한 연기가 나오는 걸까?
벌써 7년이라는 그의 연기경력과 노력이 한 몫 한건 당연한 얘기겠지만, 더 깊이 파고 들어가 보면 그가 살아 온 인생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그는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고, 탤런트로 데뷔 이전에 안 해본 일 없이 많은 일들을 했다고 고백했다. 한 마디로 말해, 그는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서 열심히 산 억척 청년이란 얘기다. 자신의 입으로 연예계 데뷔하기 전에 했던 일들을 줄줄이 소시지처럼 고백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성인이 됐으니까 부모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열심히 살아보기 위해서 그리도 열심히 살았다고 했다.
그래서, 제일 처음 선택한 곳은 텔레비전 공장이었다. 그곳에서 한 일은 텔레비전이 여러 부품들이 각자 자리에 끼워져서 전달되면 뚜껑 본체를 뒤집어씌우는 일이었다. 믿어지는가? 그렇게 곱상한 도련님이 공장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말이다.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게 아니라, 갓 스무 살 된 청년이면 보통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같은 젊은이들의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그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담 공장에서 끝이냐? 아니다.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다음에 해야 할 일에 대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고 한다. 그렇게 얼마간의 돈을 모아서 다시 시작한 일이 옷장사였다. 물론 옷장사도 처음부터 사장님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점원부터 차곡차곡 일을 배워갔다고. 옷장사 일이 예쁜 옷, 유행하는 옷들 보면서 편했을 것 같지만 실제론 육체적으로 아주 힘든 일이었단다. 옷장사하는 두 달 만에 20㎏이나 빠졌다고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다리가 부러진 사람만이 깁스하는 아픔과 불편함을 확실히 아는 것처럼, 굶어본 사람만이 배고픈 사람의 심정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배고프면, 가난하면, 고생하면 힘들겠구나, 하는 '관념적인 이해'가 아니라 '진심'으로 말이다.
부유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어린 나이에 직접 고생하며 돈을 벌어보았던 경험 등이 박해진의 내면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내 딸 서영이' 속의 상우의 심정을 100%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박해진과 이상우는 참 닮았다.
내 딸 서영이’의 박해진은 눈빛 연기가 단순한 연기의 기술이 아니라 진심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