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암도인이라니, 판타지 아니야?'
지난 8일 방송된 MBC '마의'(극본 김인영·연출 이병훈 최정규)에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주인공 백광현(조승우 분)이 사암도인(주진모 분)의 손에 목숨을 구하는 과정이 그려져 눈길을 모았다.
극중 사암도인은 앞서 어린 시절 광현이 목숨을 건지도록 도와준 은인이자 숨진 고주만(이순재 분)이 '외과술의 1인자인 사암도인을 만나라'고 일렀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름부터 만만찮은 포스를 풍기는 사암도인은 과연 누굴까.
백광현이 마의에서 시작해 어의에 오른 입지전적인 실존인물이라는 점은 이미 드라마 시작과 함께 알려진 사실. '도인'이란 호칭 덕에 판타지가 아닐까 의구심이 들지만, 이날 본격적으로 등장한 사암도인 역시 실존 인물이다.
그는 허준, 이제마와 함께 조선시대 3대 의성(醫聖)으로 불린다. 허준, 이제마를 주인공으로 삼은 드라마가 이미 한참 전 등장했으니, 드라마 데뷔가 다른 두 의성에 비해 한참 늦었다.
극중 이순재는 외과술을 언급했지만 한의학에서는 사암도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침술이다. 그는 현재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는 사암침법의 창시자로 잘 알려졌다.
사암침법은 중국 등에서 건너온 침술과 달리 조선시대 독자적으로 탄생한 침술이다. 아픈 부위에 직접 침을 놓지 않는데다 몸통이 아닌 팔꿈치 아래, 무릎 아래 위치한 혈자리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8일 방송분에서는 사암도인이 이상한 곳(?)에 침을 놓는 모습을 보고 백광현이 돌팔이 사이비가 아닌가 의심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이를 감안한 설정이다.
백광현과 사암도인의 만남을 가정한 점도 재미있다. 사암도인은 언제 태어나 죽었는지, 본명이 무엇인지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다. 신분이나 활약상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사암침법의 내용으로 미뤄 활동 시기를 추정할 뿐이다. 동의대 김달호 교수는 논문에서 1644년~1742년 사암침법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백광현 역시 출생시기나 사망시기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가 돌본 현종의 재위 기간이 1659∼1674년, 숙종의 재위 기간이 1674∼1720년 임을 감안하면 사암도인과 활동 시기가 겹친다.
'마의'는 여러 사실을 바탕으로 비슷한 시기 실존한 두 사람이 만났다는 가정 아래 드라마적 상상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