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 정한비 "눈이 좋은 배우 되고 싶다"(인터뷰)

영화 '7번방의 선물' 정한비 인터뷰

안이슬 기자  |  2013.01.25 11:41
ⓒ사진=구혜정 기자 ⓒ사진=구혜정 기자


누구에게나 웅크리고 기다리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그 다음 스텝을 만든다. 아직은 대중에게 낯선 얼굴인 정한비(27)도 아직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아주 즐겁게, 행복하게 말이다.


첫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예승의 담임 선생님역으로 출연해 젊은 초보 교사의 긴장된 모습을 보여줬던 정한비, 인터뷰 내내 방긋방긋 웃는 정한비의 모습은 '7번방의 선물' 속 차분한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정한비. 이름이 굉장히 독특했다. 설마 본명일까 싶은 마음에 이름에 대해 묻자 역시나 가명이란다. 전 소속사에서 별 의미 없이 지은 '한비'라는 이름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을 뜻하는 한(韓)에 날 비(飛). 한국에서만 나는 걸로 만족이 되겠냐고 되묻자 그는 웃으며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로 날아야죠"라고 답했다.


"본명은 정경민인데 제가 데뷔할 때 한창 개그우먼 정경미씨가 국민 요정으로 유명할 때였어요, 워낙 많이 착각하시고 한 번에 못 알아들으시기도 해서 가명을 짓게 됐죠."

어릴 때부터 연기를 꿈꾸던 것은 아니었다. 막연히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지방에 살던 자신에게는 먼 이야기 같았다. 공부에 올인하는 학교의 분위기도 한몫했다. 그렇게 경기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한 정한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가수 지망생인 지인이 기획사에 자신을 보내준 것이다.


"친한 언니가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 주위에 괜찮은 사람 없냐는 말에 제 사진을 보냈대요. 그 사진이 다른 기획사로 또 가서 계약 얘기가 오고 가면서 연기와 인연을 맺었죠. 그때 그 회사와 계약을 하지는 않았지만 연기학원도 다니게 되고, 연기를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어요."

호기롭게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수많은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셔야했다. 아직은 찾아주는 사람보다 자신이 찾아가야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당연하지만 눈 앞에서 기회를 놓쳐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SBS '뿌리 깊은 나무' 오디션을 봤었는데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감독님도 맘에 들어 하셨고 9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거니까 그 때까지 일정을 잡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 다른 배우한테 돌아갔더라고요. 속이 좀 쓰렸죠."

ⓒ사진=구혜정 기자 ⓒ사진=구혜정 기자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일본에서 방송한 특집드라마 'K프로젝트'에 KAL기 폭파 사건 범인인 김현희 역으로 출연했던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이 작품의 김현희 역을 오디션을 통해 당당히 따냈다.

"사실 일본 내에서도 말이 많았대요. 왜 테러범을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냐는 것도 있었고, 그 때 연평도 폭격이 터져서 방송이 한 달 정도 미뤄지기도 했고요. 시청률을 좋았다고 들었어요. 오디션을 보러 갈 때 일부러 북한 사투리도 준비하고 북한 사람처럼 옷을 입고 갔던 걸 잘 봐주신 것 같아요. 김현희와 닮아서라고도 하시던데, 닮았나요?"

지금까지 tvN '세 남자' KBS '천추태후' OCN '신의 퀴즈2' 등 주로 드라마를 통해 대중을 만났던 정한비, '7번방의 선물'로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했다. 큰 역할은 아니지만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한 작업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감독님이 오디션 영상을 먼저 보시고 나서 미팅을 했는데 그 날이 딱 대본 리딩날이었던 거예요. 온 김에 대본이나 한 번 읽어보라고 하셔서 리딩을 했는데 그날 뒤풀이까지 따라가게 됐어요. 결국 됐다고 연락이 왔죠. 그날 현장에서 선배들이 '리딩까지 했으면 그냥 하면 되지'라고 거들어주셔서 굉장히 감사했어요."

'7번방의 선물'에서 예승의 담임 역으로 등장하는 정한비, 선생님 역이다 보니 아이들과 촬영이 많았다. 첫 영화인만큼 자기 연기만 챙기기에도 정신이 없었지만 아이들과 놀아주는 재미도 상당했다.

"사실 아이와 연기를 한다는 것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소원이가 정말 똑 부러지고 야무져요. 촬영하면서도 소원이와 많이 놀면서 했어요. 영화 중 합창장면을 촬영할 때는 아이들이 정말 많았는데, 대기 시간이 길어지니까 놀아달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들 체력이 저보다 더 좋아요. '이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놀았어요."

ⓒ사진=구혜정 기자 ⓒ사진=구혜정 기자


'7번방의 선물'에는 류승룡 오달수 김정태 박원상 정만식 등 충무로 신스틸러들이 다 모였다. 정한비는 그중 오달수의 연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오달수 선배 연기를 정말 좋아해요. 생활 연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잘하시잖아요. 여자배우 중에는 공효진 선배가 최고인 것 같아요. 오달수 선배도, 공효진 선배도 다들 평소에 말하는 것처럼 연기를 하시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공효진과 오달수 같은 내공을 가지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정한비.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부족한 점과 자랑거리를 함께 말해 달라했더니 단점만 잔뜩 늘어놓는다.

"몰입이 안되면 연기가 잘 안돼요. '빙의' 준비 시간이 긴 것 같아요. 예전에 촬영 이틀 정도를 남기고 캐스팅 된 작품이 있었는데 우는 장면에서 눈물이 안 나는 거예요. 평소에는 눈물 연기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추천해주신 분께도 죄송했고 현장에서 많이 혼났죠. 그때부터 짧은 시간이라도 최대한 몰입하려고 노력해요. 어쩌면 이것도 단점인데, 준비를 너무 많이 하려다보니 나중에 현장에서 디렉션이 바뀌면 당황하기도 해요."

단점만 줄줄 말하는 그에게 이제 장점도 좀 말해달라고 하자 "의외로 밝은 면이 많다는 점? 음... 성형하지 않아서 외모가 자연스럽다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 질문으로 대중에게 받고 싶은 수식어가 있는지 물었다. 정한비는 아직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한참을 고민했다. 뜸을 들인 그는 '눈이 좋은 배우'라는 답을 내놓았다. '눈빛이 좋은 배우'냐 되묻자 '눈이 좋은 배우'라고 다시 강조했다.

"이 배우가 고른 작품이라면 재미있겠다고 믿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정우 선배처럼. 저도 영화를 고를 때 감독님, 출연한 배우들을 많이 보거든요. 나중에 제 이름을 보고 작품을 고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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