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과 오연서가 끝내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 하차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9월 투입 이후 약 5개월만이다. 6년을 이어오며 청춘 남녀의 투입과 하차를 반복해 온 '우결'이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조심스레 쌓아올린 공든 탑에 커다란 생채기가 났다.
시작은 풋풋했다. 엠블랙 매력남 이준과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한창 주가를 올린 오연서의 만남은 신선했다. '집착 커플' 콘셉트도 제대로였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수갑을 채우고 '유부남' '유부녀'라고 대문짝하게 쓰인 커플 티셔츠를 입으며 서로를 구속하려 들었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새해 벽두 오연서가 MBC 일일연속극 '오자룡이 간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장우와 열애설이 불거진 것. 소속사가 "열애는 결코 아니다"며 무마하긴 했지만 '우결'식 리얼리티는 이미 큰 타격을 입은 뒤였다.
'우결'은 가상 같은 실제, 실제같은 가상의 경계 사이의 프로그램이다. 제목처럼 결혼에서 시작한 두 스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가고 어떻게 자리잡는지를 꼼꼼하게 짚어낸다. 물론 억지 연기가 들어갈 수도 있다. 생판 모르는 두 남녀가 '부부'라는 테두리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설정' 아닌가. 그러나 '우결'이 특별한 것은 그 사이에서 일종의 '진정성'을 포착한다는 데 있다. 스타들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듯한 이 매력적인 포맷에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젊은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건 그 진짜같은 '케미' 덕이 크다. '아담커플' 조권 가인처럼 '케미'가 유별난 커플들이 더 사랑을 받는 법이다.
그럴듯한 사진까지 더해진 오연서의 열애설 보도는 '집착 커플'의 리얼리티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시청자들은 불과 며칠 전 생방송에서 '이준이 더 좋다'며 까르르 웃던 오연서의 모습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망설였다. 두 번째 패착이었다. 오연서는 '우결'에서 눈물의 사과를 했고, 이준 역시 받아들이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그럭저럭 봉합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두 사람의 연애질 같은 결혼생활이 이어졌으나, 한번 깨진 그릇처럼 망가진 리얼리티는 잘 붙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색함이 조금 더 이어졌다면 지금과 같았을까.
여기에 세 번째, 이준의 고백이 더해졌다. 이준이 자신의 팬카페에 "내가 로봇인가? 누굴 위해 계속? 참을 만큼 참았고 나에게도 의견이라는 게 있는데. 그 누가 진심으로 사과한 적은 있나? 눈에 보이게 속이는 것도 죄송스럽고 난 사람이니까 눈에 보이는 거짓연기 못함"이라고 글을 쓴 것. 소속사 측은 "이준이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며 스케줄을 절충하던 중에 생긴 일"이라며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심경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곧이 들을 사람은 없었다. 뒤늦게 하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결코 이준의 탓도 아니다.
2008년 설 특집으로 시작해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레귤러로 옮겼다가 2009년 8월 토요일 지금의 시간대에 자리 잡은 지 어언 6년째. 그 사이 '우결'은 대중의 평가와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핫'한 커플을 섭외하는 데 늘 큰 공을 들였고, 아이돌 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들였으며, 리얼리티 유지에도 적극적이었다. 사탕처럼 달콤한 연애놀음이라는 비아냥과 대본대로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 속에서도 '스타의 가상결혼'이라는 포맷을 우직하게 지키며 6년을 버텨온 저력이다.
그런데 이번엔 타이밍을 놓쳤다. 아니 시청자의 눈길을 외면하려 했다. '가상결혼' 자체에 의문을 갖게 한 이번 '우결'의 위기는 이준-오연서 커플은 물론이고 아슬아슬한 경계속에 유지되던 '우결'식 리얼리티의 직격타가 됐다. 타이밍을 놓치고 어물쩍 봉합하려 했던 몇 주가 두고두고 뼈아프다. 6년 공든 탑이 이리 무너질 순 없다. 흠집난 리얼리티를 과연 어떻게 메울 것인지, 제작진의 한 수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