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 <사진제공=마카롱컴퍼니>
어쿠스틱 사운드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따뜻하면서도 소박한 독백에 나름대로의 의미도 담았다. 또 일기장을 훔쳐보듯 솔직한 노랫말과 편안한 소리가 섬세하게 조율됐다. 나지막한 기타소리와 일상의 언어로 써내려간 이 일기장의 주인은 밴드 라즈베리필드로 싱어송라이터 행보를 걷고 있는 소이(본명 김소연·34)다.
걸 그룹 티티마 출신이자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입담을 뽐내던 그 소이가 맞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그가 직접 작사 작곡부터 앨범 디자인, 뮤직비디오 기획까지 맡았다. 이제 '티티마 소이' 혹은 '조규찬 처제'란 수식어와는 선을 그을 차례란다.
소이가 홍대로 터를 옮긴지도 벌써 5년째. 크고 작은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도 한 뒤 배부른 만족도 느꼈던 반면, '아이돌 출신이 밴드를 한다?'는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그래서 12곡을 빼곡히 채운 첫 번째 정규 앨범에 애틋한 마음이 드는 이유다.
소이 <사진제공=마카롱컴퍼니>
"2006년부터 곡을 쓰고 음악과 마주 했죠. 그 땐 골방아티스트란 표현이 맞겠네요. 저 혼자서 음악을 만들고 친구들에 들려주곤 했죠. 록 음악을 한다는 것, 원래 어렸을 때부터 비틀즈와 너바나 등이 제 어린 시절의 BGM이자 선호하는 음악이에요."
티티마 소이가 아닌, 라즈베리필드로서 그의 음악은 친절하다. 정규 1집 '스위트&비터(Sweet&Bitter)'는 한층 성숙된 감성을 담은 그만의 소박한 자기 고백. 지치고 힘들었던 뜨거운 공백기를 지나 완성된 음악이기에 편안한 감성이 그려졌다. 때론 음악 자체가 싫어질 때도 있었지만 이제야 표현하는 법을 찾았다는 그다.
소이는 작사, 작곡을 맡았고 기타 연주까지 직접 했다. 친언니 해이의 남편이자 존경하는 음악 스승 조규찬이 직접 타이틀 곡 '처음 만난 자유'를 선물했으며 언니 해이는 동생의 앨범에 코러스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소이는 뮤직비디오 기획부터 앨범 재킷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첫 앨범이기에 정성껏 힘을 쏟았다.
소이 <사진제공=마카롱컴퍼니>
"어렸을 때부터 뭔가 표출할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티티마 활동을 그만 두고 자아 정체성을 찾는 시기를 치열하게 거쳤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란 것에 대해 생각했고, 그게 곧 앨범에 담긴 멜로디와 글이 되었어요."
억지로 멋을 내기 위함도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현재의 모습과 지난날을 기록하기 위해 기타를 튕겼다. 흐름은 제목만으로도 따뜻함이 전해지는 소박한 자기 고백. 진솔하면서도 소박해 소이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앨범이다. 감정을 그대로 전달함에 있어 억지로 포장하진 않았다. '내 젊은 날은 이렇다'란 식이다.
소박하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다. 노랫말과 멜로디에는 마치 어젯밤 쓴 일기장을 보는 것과 닮은 익숙함이 있다. 천천히 내 안의 것을 표현하고 그저 쌓여가는 만큼 곡을 만들고 가장 편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소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달콤 쌉싸래한' 음악들이다. 아름다운 충돌에 대한 얘기들을 담았단다.
소이 <사진제공=마카롱컴퍼니>
"골방뮤지션이 홍대의 거리를 지나 온전히 제 노래를 하고 있죠. 편견이 있었지만 이젠 신경 안 쓰게 되네요. 차츰 노래를 발표하고 무대에 서면서 믿어주는 리스너들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마냥 밝은 이미지가 아닌, 제 안의 다양한 모습들을 음악을 통해 바라본다는 것, 제 노력의 결과라 뿌듯하죠."
방송인과 가수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에게 있어 연예계는 잘 놀 수 있는 '판'과도 같다. 영화감독, 작가, 디자인 등 이번엔 가수란 묵직한 타이틀이 붙었다. 투명하면서도 슬픔을 억제하는 듯한 목소리, 여기에 편안한 기타 선율이 담겼다. 이제 제법 음악을 대하는 법이 달라졌을 것 같아서 물었다. 음악이란?
"음악은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약이죠. 다른 이들의 추억과 상처에 제 음악이 닿아서 또 다른 노래가 된다는 것, 결국 행복하기 위함이에요. 우선 음악은 남들에 전달되기 이전에 절 힐링시켜주죠. 표현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