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시베리아편 PD "탈진직전까지..관광상품NO"(전문)

김수진 기자  |  2013.02.13 08:44


진정성 논란에 휩싸인 SBS '정글의 법칙'의 시베리아 편 연출자 정준기PD가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야생이 아닌 관광 상품으로 거짓방송'이라는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정준기 PD는 13일 오전 '정글의 법칙'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이 프로그램은 조작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밝히며 구체적인 촬영 내용을 밝혔다.

정PD는 "병만족이 펼치는 가장 흥미롭고 감동적인 장면을 담아내려고 노력했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미흡했던 점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PD가 올린 글 전문>


정글의 법칙 시베리아 편을 연출했던 정준기PD입니다.

우선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각종 논란들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서 불편함을 느끼신 데 대해 연출자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정글의 법칙을 연출해오면서, 전세계 야생의 공간 곳곳에서 병만족이 펼치는 가장 흥미롭고 감동적인 장면을 담아내 시청자 여러분께 보여드리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글의 법칙 프로그램 안에서 그동안 시청자 여러분께서 크게 미흡함을 느끼셨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매우 많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글의 법칙은 결코 무엇을 ‘조작’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을 저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알고 제작에 임했습니다. 저희는 절대 없는 사실을 마치 있는 사실로 둔갑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았고 ‘병만족’이라 불리는 출연자들은 오지의 열악한 환경과 가혹한 조건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정말 진심을 담아 촬영에 임해왔습니다. 그들이 흘린 굵은 땀방울과 눈물에 거짓은 조금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청자 여러분께 좀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장면을 선물하기 위해, 이미 있는 사실을 약간은 더 화려하게 포장하기도 했고, 일부 상황을 진실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연출, 가공을 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이는 사실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에게 더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으로 다가가기 위해 저희가 선택한 제작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 기법이 시청자 여러분께서 생각하는 것과 큰 괴리가 있어 불편함을 느끼실 정도라면 이는 전적으로 저희의 과오라고 생각합니다.


정글의 법칙은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그것도 오지에서 많은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수십일 동안 견뎌야 하는 최악의 조건에서 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리얼리티는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리얼리티일 수밖에 없다는 점 시청자 여러분께 이해를 구합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 아무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을 아무 준비도 없이 마주한다는 것은 연출자로서 선택할 수 없습니다. 저는 출연자와 스태프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무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세계 척박한 오지 가운데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곳, 다른 사람들이 이미 다녀본 경험이 있는 곳과 같이 여러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족 또한 이미 알려져 있고 현대문명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전통의 모습을 계속 간직하면서 이를 잘 드러낼 수 있다면 저희는 촬영대상으로서 선택하고 있습니다. 본 방송에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이런 기준과 생각을 보다 분명하게, 확실한 방법으로 설명하지 않은 점은 저희의 과오입니다.

<정글의 법칙 시베리아편에 대한 해명>

정글의 법칙 시베리아편에서 방문한 곳은 러시아 서북부 네네츠 자치구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툰드라 지역입니다. 당시 제작진이 생존한 곳에 가려면 다음과 같은 여정을 거쳐야 합니다.

1) 모스크바 - 나리얀마르(네네츠 자치구에서 가장 큰 도시) 항공기 이동 (약 2시간 30분~3시간)

2) 나리얀마르에서 차량 또는 특수차량(트레콜, 약 6~8인승)으로 툰드라 초원까지 이동 (약 1시간)

3) 툰드라 초원 안에서 유목민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촬영할 당시인 5월 기준으로 도보 혹은 순록썰매로만 이동 가능

4) 북극해 근처 유목민 마을은 나리얀마르에서 군용헬기로 약 1시간 30분 소요

네네츠족은 수십명 단위로 툰드라 초원 한가운데 띄엄띄엄 순록을 유목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툰드라 안에서 촬영기간인 5월에는 순록썰매 이외에는 오직 도보로만 이동하여 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툰드라는 동서남북으로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입니다. 그 한복판에는 관광객이나 이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어떠한 시설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건물 한 채를 찾아볼 수조차 없는 공간입니다.

네네츠족은 순록유목 때문에 끊임없이 툰드라 초원을 이동하는 부족입니다. 제작진은 사전답사를 통해 이들과 어렵게 접촉하여 해당 촬영기간에 툰드라 일정 공간에서 함께 촬영을 진행하기로 협조를 얻었고, 실제 촬영 당시에는 사방이 끝도 없는 툰드라 한복판에서 길을 잃고 오랜 시간을 헤맨 끝에 겨우 약속한 공간에 도착해 이들과 만나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제작진이 촬영을 한 곳은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전혀 없고, 관광관련 종사자들도 없는 곳입니다. 즉 전혀 관광을 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닙니다. 그리고 현지에서 관광정보를 따로 얻거나 여행사 등과 접촉을 한 적도 없습니다.

북극해 근처 네네츠족 유목 지역은 나리얀마르에서 16인승 옛 군용헬기로 들어가야 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러시아 연방 보안국의 특별 허가를 얻어야 하는 지역이고, 허가 기간만 한 달 넘게 소요되는 곳입니다. 북극해 근처 군사보호구역과도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쉽게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제작진은 이곳을 들어가기 위해 한 달 이상 러시아 연방 관리들과 접촉해 어렵게 허가를 얻을 수 있었고, 촬영을 위해 특별히 대여한 헬기로 이동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관광객이 이런 절차를 거쳐 제작진의 촬영지까지 오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실제 관광객을 전혀 보지도 못했고, 이곳에 가기 위한 관광 상품 또한 현지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네네츠족 체험 관광상품이 있다는 사실은 저희가 따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관광상품이 존재할 가능성은 있으나 제작진이 촬영한 곳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관광상품을 참고하거나 지역 여행사의 도움을 받은 적이 전혀 없습니다.

시베리아편 촬영은 방송에서도 보여주었듯이 모든 출연자와 스태프가 툰드라 한복판에서 30여시간을 헤매며 탈진 일보 직전까지 가며 진행한 것입니다. 촬영 기간 내내 너무 힘들게 촬영을 하여 오히려 지나치게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까지 받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촬영과정과 관광상품화된 코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또한 시베리아편 촬영에 나온 동물 사냥은 전적으로 출연자들이 노력한 결과물입니다. 툰드라 한복판에서는 동물의 모습을 찾기가 기본적으로 무척 힘들었는데, 20여일 동안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고 그 가운데 겨우 성공한 단 몇 번의 결과물이 방송으로 나가게 된 것입니다. 시베리아편에서의 사냥은 심지어는 상황설정이나 작은 연출조차도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정글의 법칙 출연자들은 정글의 법칙 프로그램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출연자들은 제작진이 마련해 놓은 공간에서, 진심으로 혼을 담아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저희는 출연자들에게 기본적인 상황과 정보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았고, 출연자들 또한 저희에게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시청자 여러분께 충분한 제작 의도와 방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은 연출진의 과오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정글의 법칙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시청자들께서 지적해주신 점들을 잘 수용하고, 시청자 여러분들의 기준에 맞추어서 보다 겸손하고 솔직한 자세로 제작에 임할 것을 다짐합니다. 잘못한 점에 대한 질책과 비판을 달게 받아 더욱 진일보한 정글의 법칙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