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소이현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 소이현(29). 그는 인기리에 종영한 SBS 주말극 '청담동 앨리스'에서 재벌가 사모님 서윤주를 연기하며 세련된 이미지를 선보였다.
소이현은 여성적인 외모로 배우이기 전에 모델로서 대중들에게 주목받았다. 분명 배우로서는 이득만 올 수 없었겠지만, "이제는 연기하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 12일 소이현을 만났다.
청담동 사모님 서윤주도 노력형 신데렐라? "과거의 한세경 처지와 다를 바 없었다"
소이현은 SBS '청담동 앨리스'의 사모님이자 며느리였던 서윤주에 대해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여자"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 한세경(문근영 분)처럼 넉넉하지 않았던 과거를 가진 아픔을 가진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는 선뜻 악역의 이미지로 떠올려지던 서윤주에 대한 색다른 시각이기도 했다.
"처음 시놉시스를 받고, 이후 대본 초반 내용을 봤을 때만 해도 윤주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부분은 다소 중점적으로 그려지지 않았어요. 윤주의 캐릭터가 만약에 캔디 이미지를 가진 상대에게 얄밉게 괴롭히는 역할이기만 했다면 연기하는 데 있어서 더 편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달랐어요."
소이현은 "서윤주를 연기하면서 그가 가진 보이지 않는 아픔에 대한 공감을 시청자들에게 얻도록 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교 동창이지만 둘도 없는 적수였던 세경과의 악연, 과거 남자친구였던 재벌 차승조(박시후 분)와의 좋지 않았던 기억, 많지 않은 나이에 청담동 사모님에 입성하면서 받아 온 시댁 식구들로부터의 굴욕 등 '청담동 앨리스'에서 윤주가 느껴야 했던 아픔은 적지 않았다.
소이현은 "그럼에도 주변 지인들이 첫 방송에서 세경에게 했던 독설만 보고 '너무 얄밉게 보였다'고 말해줬다"고 웃으며 말했다.
"같이 첫 방송을 봤던 친구가 제게 '너 큰일났다'며 '되게 얄밉게 나온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제가 봤을 때도 좀 얄밉긴 했는데요(웃음). 사실 세경을 향해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싸웠던 모습을 보면서 세경을 이기려고 했던 윤주의 분노의 마음이 담겨진 행동이었다고 생각했죠."
배우 소이현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어릴 때 접한 실제 청담동 모습, 딴 세상 같았다"
극중 서윤주는 이른바 '청담동 며느리'였다. 흔히 청담동이라는 장소를 떠올리면 온갖 명품 숍과 외제차 등이 즐비한 부(富)의 상징으로도 인식되곤 한다. '청담동 앨리스'라는 제목에서처럼 드라마는 청담동 재벌가의 모습과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현실성을 높였다.
소이현은 어렸을 때 처음 청담동에 갔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딴 세상 같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고급 주택가, 외제차 등이 자주 보여서 어린 마음에 부러움도 많이 가졌었다"며 "청담동에 대한 시각이 가진 이미지가 아직도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평소에 패션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번 작품은 소이현에게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스타일리스트랑 함께 패션 콘셉트를 잡는 데 있어서 의사소통도 잘 됐고 워낙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재미있게 준비할 수 있었죠. 나중에 제가 입은 옷이 방송에 공개된 후에 실제로 판매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었어요. 드라마 촬영하면서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구매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들 너무 고가의 제품들이라 엄두도 못 냈죠(웃음)."
이와 함께 소이현은 이와 함께 청담동이 가진 시각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더했다.
"배우 활동하면서 집도 이 근처에 마련했고 10년 넘게 생활했지만 사실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인 건 마찬가지였어요. 그래도 그런 (명품 거리의 이미지라는) 시각 자체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씁쓸한 부분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배우 소이현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차가운 이미지, 세련된 외모가 배우 활동에 부담? 이젠 적응됐어요"
소이현은 지난 2001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첫발을 내딛은 후 어느 덧 13년차 배우가 됐다. 특유의 세련된 외모와 차가운 듯 깔끔했던 이미지는 연기자가 아닌, 모델 소이현으로서 모습을 더욱 부각하게 만들었다.
"데뷔 당시에는 정말 모든 것들이 어색했었어요. 어린 마음에 카메라 앞에 서면 주눅이 들기도 했었구요. 우연치 않게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게 되서 그 땐 아직 준비가 덜 됐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그도 "배우 생활 10년을 넘어서니 이젠 괜찮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한 때 무용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이젠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와도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예전에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 자체가 배우 이미지에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선뜻 다가서질 못했어요. 이제는 좀 내공이 스스로 쌓여서인지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배우 외 다양한 활동에 대해 크게 고민이 들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는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이하 '우결4')에 목소리로 출연한 것을 언급하기도 하며 눈길을 끌었다.
"지금 줄리엔 강과 가상 부부로 출연 중인 (윤)세아 언니와 친분이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오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녹화 중에 전화를 줘서 좀 놀라기도 했고요(웃음)."
소이현은 지난 9일 방송에서 전통 혼례식을 준비하던 윤세아와 전화 통화를 통해 솔직한 매력을 뽐내며 예능감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소이현은 수려한 외모가 배우 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솔직히 데뷔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주연급 연기자로 활동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연기력이 아니라 외모 때문에 주목을 받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맡았던 역할 중에서도 주로 커리어우먼이나 세련된 이미지의 모습이 주로 기억에 남기도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시청자 입장에서 보기에 편하게 느껴지는 이미지도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서윤주 역할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역할이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