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KBS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가 종영까지 2회 남겨 놓았다. 약 6개월 동안 주말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
'내 딸 서영이'는 지난해 9월 15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가깝고도 먼 사이인 아버지와 딸의 사랑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다. 방송 전 '주말 안방극장에서 부녀 이야기가 통할까?'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는 일부 우려를 딛고 흥행했다.
시청률 40%대 돌파로 국민 드라마 대열에 올랐다. 특히 전작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마지막 방송에서 기록한 자체최고시청률(45.3%) 보다 빠른 자체최고시청률(46.2%, 46회)을 기록해 전작에 대한 아쉬움을 완전히 떨쳐냈다.
'내 딸 서영이'가 이처럼 주말 안방극장 최고의 드라마가 된 비결에는 기존 주말극장(가족극)에서 볼 수 없던 네 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막장 없다
이서영(이보영 분)은 아버지 이삼재(천호진 분)의 철없는 행동에 등을 돌렸다. 아버지와 연을 끊어버린 이서영은 강우재(이상윤 분)와 결혼해 홀로서기에 나섰다.
자식이 부모를 버린 격이 된 이서영의 행동에 시청자들은 공감했다. 무능력한 아버지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렸던 이서영은 안쓰러웠다.
이서영이 이삼재를 향한 증오는 자칫 딸의 엇나간 복수가 될 수 있던 상황. 하지만 '내 딸 서영이'의 제작진은 막장 대신 이해와 공감대를 높였다.
이서영 이삼재 부녀 외에 이상우(박해진 분)과 강미경(박정아 분) 최호정(최윤영 분) 강기범(최정우 분) 차지선(김혜옥 분) 등 주요 인물들도 막장의 길을 가지 않았다. 복수로 얼룩질 수 있던 이들의 관계는 이해와 양보로 갈등을 봉합했다.
◆밉상 시월드 없다
'내 딸 서영이'에는 시청자들의 속을 뒤집어 놓는 시어머니, 시누이 등 시월드가 없다.
주말 안방극장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시집이다. 조모부터 나이어린 시동생까지 삼대가 함께 하는 가족 구성은 극중 며느리에게는 늘 짐이었다.
이서영이 강우재와 결혼 후 시부모인 강기범 차지선이 이렇다 밉상 징후는 없었다. 시누이 강미경, 시동생 강성재(이정신 분) 역시 이서영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이서영 외에 최호정이 경험한 시월드는 단란했다. 최호정은 우여곡절 끝에 이상우와 결혼했다. 최호정의 시월드에는 이삼재가 있었다. 다행히 이미 철이 든 이삼재는 며느리에게 살림 비법을 전수해 기존 드라마 속 시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신데렐라 없다
'내 딸 서영이'에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신데렐라다.
이서영, 강미경, 최호정 등 '내 딸 서영이'의 주요 여자 캐릭터들은 신데렐라가 아니다.
이서영이 자신의 가난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재벌가에 시집갔지만 검사, 변호사로 떳떳하게 살았다. 재벌가 며느리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은 점은 기존 드라마와 색달랐다.
강미경 역시 재벌가라는 배경을 무기로 삼기 보지 않았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가 아닌 의사로 제 삶을 열었다. 그의 짝이 될 뻔한 이상우는 오히려 집안 환경이 좋지 않았다.
최호정 역시 부유한 집안의 딸로 살지 않았다. 기존 드라마 속 재벌가 딸의 허세는 없었다. 실리를 따지지 않고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은 호감 캐릭터였다.
◆인기 연연? 연장 없다
주말드라마가 시청률 40%대에 육박하면 대개 연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는 연장 없이 당초 예정된 50회로 막을 내린다.
'내 딸 서영이'가 연장 논의가 없던 것은 아니다. KBS 드라마국 내부적으로도 연장 방송에 대해 거듭 논의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연장 방송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드물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연장 없이 종영하기에 '내 딸 서영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내 딸 서영이'의 흥행은 기존 주말드라마가 놓지 못했던 것들을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차별화를 이룬 '내 딸 서영이'는 앞으로 주말드라마가 기존의 틀을 벗어나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