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캡처=KBS 2TV '내 딸 서영이'>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는 흔한 막장 코드 없이 흥행에 성공했다. 종영을 2회 앞둔 가운데 시청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내 딸 서영이'는 지난해 9월 15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약 6개월 동안 주말 안방극장 최강자로 국민 드라마 대열에 합류했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소현경 작가의 필력, 유현기PD의 연출력은 주말 드라마의 식상함을 깨트렸다.
'내 딸 서영이'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막장 코드가 없었다는 점이다. 기존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 이혼 등 극 소재는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단순 흥미를 끄는 일회성으로 쓰지 않았다.
이 작품은 가깝고도 먼 사이인 아버지와 딸의 사랑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다. 무겁지만 그렇다고 쉽지도 않은 주제다. 버젓이 살아있는 아버지를 한순간에 고인으로 만들어 버린 딸의 행동, 때론 철없는 부모들의 언행들은 가볍지만은 않았다.
'내 딸 서영이'에서 누구보다 맹활약 했던 이서영(이보영 분). 이 캐릭터는 언제 막장의 길을 갈지 몰랐다. 아버지 이삼재(천호진 분)를 향한 적개심은 이해와 공분을 자아냈다. 이삼재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강우재(이상윤 분)와 결혼까지 했다. 3년 동안 철저히 아버지를 잊고 살았던 이서영은 알고 보면 독했다. 그의 독한 성격은 다행히 이삼재를 향한 칼날이었다. 시부모, 남편, 시동생, 친구 등에게는 새침했지만 나름대로 깊은 정은 막장 캐릭터가 아님을 이해시켜줬다.
이서영 외에 '내 딸 서영이'에서는 이상우(박해진 분) 강미경(박정아 분) 최호정(최윤영 분)의 관계도 막장의 그림자가 있었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이상우와 강미경은 이서영으로 인해 이별했다.
이상우가 강미경을 자신의 곁에서 떼어놓기 위해 최호정과 결혼한 것은 신파극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쯤 되면 강미경의 복수가 시작돼야 했는데, 서로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것으로 현실성을 높였다.
강기범(최정우 분) 차지선(김혜옥 분) 부부와 최민석(홍요섭 분)의 여러 에피소드도 막장 줄타기를 했다. 강기범이 과거 비서와의 하룻밤으로 득남한 과거는 '드디어 불륜이 등장했구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과거 여자로 현재를 도피하는 게 기존 주말드라마 속 불륜 코드다.
강기범은 과거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현재 가정을 지키려 했다. 이에 차지선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출했다. 자신을 속인 남편, 막내아들의 친모에게 복수를 했다면 이 드라마는 막장이다. 그러나 차지선은 기른 정을 앞세워 아들을 지켰고, 누구도 차지선을 모질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막장의 코드를 놓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던 '내 딸 서영이'. 불륜, 이혼, 출생의 비밀, 복수 등 막장의 요소는 충분히 갖췄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그려내 오히려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내 딸 서영이'가 오는 3일 마지막 방송에서 어떤 공감대로 시청자들에 감동을 안기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