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그겨울' 완벽한 팀..최고호흡"(인터뷰)

윤상근 기자  |  2013.03.29 08:41
배우 김태우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 김태우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아이스커피요? 배경은 여름인데 실제 날씨는 겨울이라 마실 때마다 고생 많았어요. 한 50잔은 마신 것 같아요(웃음)."

덤덤한 말투였지만 그 순간은 굉장히 싫었나보다. 평소에 몸매 관리를 위해 자주 마시지 않던 아이스커피도 연기를 위해 거뜬히 마셨다.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 이하 '그 겨울')의 감초 조연 김태우의 말이었다.


그간 평범한 느낌의 선인을 맡아왔기에 그가 '그 겨울'에서 선보인 조무철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매 작품마다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를 지난 27일 만났다.

◆ "조무철役, 의상·제스쳐 등 외형부터 달리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 겨울' 속 조무철이라는 인물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김태우가 "실제로 한 회에서 조무철이 나오는 장면은 한 신 정도밖에 없다"고 했지만, 극의 주요 내용에 있어서 비중은 매우 컸다.

특히나 다양한 인물들이 그려지는 '그 겨울'에서 조무철은 가짜 오빠 행세를 하는 주인공 오수(조인성 분)의 주변을 맴돌며 그가 진행하는 위험한 거래에 더욱 긴장감을 불어넣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태우는 조무철을 연기하며 "당위성을 가진 악역을 연기하는 데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단언했다.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막장' 악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실제로 제가 살아온 삶과의 교집합을 찾아내면서 몰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조무철의 경우 그를 이해할 필요가 없이 바로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더 다양한 설정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같은 대사라도 다르게 표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요."

김태우는 "노희경 작가님께서 '마음대로, 자유롭게 조무철을 연기해보라'는 지시를 듣고 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무철이 가진 캐릭터를 만들어 준 건 작가님의 공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이전에 선한 이미지의 인물을 많이 연기해왔지만 그렇다고 악역을 연기하는 게 크게 변화를 가져온다거나 부담이 되지는 않았어요. 매번 극중 인물을 만나면 새로운 자세로 임했으니까요. 다만 조무철이라는 인물이 워낙 입체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서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태우는 "조무철이 가진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체중 감량에도 더 신경 썼다"고 밝히기도 했다.

"평소에도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지만 조무철을 연기하면서는 좀 더 슬림한 몸매를 위해 더 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준비했어요. 거의 한 7㎏ 정도 뺐어요.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자전거도 자주 타고 저녁에도 많이 뛰고 그랬어요."

이와 함께 조무철의 모습은 패셔너블한 의상과 특유의 몸동작을 통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에 대해서도 김태우는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실제로 촬영 들어가기 전에 시놉시스만 보고 떠올렸을 때 조무철이 가진 무거운 느낌을 상상했었어요. 외형적인 모습을 다르게 보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의상도 어두운 콘셉트로 맞춰야겠다고 생각했죠. 리얼한 느낌을 살리는 데 주력했어요. 몸동작 같은 경우도 뭐 제가 눈을 두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연기가 작가님께서 시켜서 한 거겠어요?(웃음)."

김태우는 "'그 겨울' 속 극중 인물들의 비중의 차이가 결코 많지 않았다"며 "정말 '노 작가님께서 인물이 가진 느낌에 생기를 잘 불어 넣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배우 김태우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 김태우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 "'그 겨울' 제작진, 완벽한 팀..연기하는 데 최적의 환경이었다"

인터뷰 내내 김태우는 진지했다. 갑자기 큰 목소리로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집중해서 전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일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그는 '그 겨울' 제작진이 보여준 완벽한 호흡을 극찬했다. '그 겨울' 제작진은 앞서 JTBC '빠담빠담',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 등 주요 히트작들을 맡았다.

"촬영장에서의 분위기가 배우들이 연기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데 '그 겨울' 촬영장은 배우들이 몰입해서 연기하는 데 최고의 환경이었어요. 드라마의 흥행 여부를 떠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김태우는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해주시는 김규태 감독과 잡음 없이 묵묵히 자기 일에 몰두하는 스태프들, 이른바 '쪽대본'과 밤샘촬영이 없는 촬영일정과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분위기 등을 언급했다.

그는 "'그 겨울' 팀은 여태까지 함께 하면서 만난 최고의 팀"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롤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태우는 이와 함께 '그 겨울'의 두 주인공 조인성, 송혜교에 대한 배우로서의 모습에 대해 "연기자로서의 자세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고 달리 말 할 필요 없이 좋은 후배들"이라고 말했다.

배우 김태우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 김태우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 "저예산 영화 고집? '광해' 같은 영화만 만들 수 없지 않은가"

올해로 43살이 된 김태우. 데뷔는 드라마를 통해 했지만 그간 스크린에서 더 많이 모습을 비추며 영화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더 가져왔다.

그는 "드라마보다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드라마 제작이 가진 '신속성'을 언급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급박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제한된 시간 내에 촬영을 마무리해야 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더 좋은 연기를 하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김태우는 "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였다"고 밝혔다. 이후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전의 영화와는 다른 느낌이어서란다. 이와 함께 그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푹 빠졌다.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팬으로서도 홍 감독님을 좋아했었고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는데 정말 좋은 인연으로 만나게 됐고요. 여러 영화 출연하면서 즐거웠어요."

김태우는 홍상수 감독의 촬영 스타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배우 김상경은 홍상수 감독과 함께 촬영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전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홍 감독님은 촬영하실 때 주어진 각본 순서대로 찍으세요. 물론 저도 대본도 그날 아침에 받아서 연기를 했죠. 그러다 보니 극중 상황에 더 몰입이 되고 특별히 어떤 설정을 준비할 필요 없이 날 것의 상태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연극과도 비슷해요. NG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하기 때문에 실수도 줄어들게 되죠."

이와 함께 그는 이른바 저예산 영화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꼭 저예산 영화를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는 거죠. 어떤 영화가 흥행을 하면 그 영화를 자주 틀게 되는데 결국은 관객에 손해라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 한 나라의 문화 수준으로 비춰질 수 있기도 하고요. 이 세상에 좋은 영화, 나쁜 영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관객 수가 많고 적음의 차이일 뿐인 거죠. '광해' 같은 영화만 만들 순 없지 않은가요."

김태우의 배우로서의 자세는 확고했다. "배우는 체격이 아니라 체력이다", "체중 감량은 운동보다 습관이 중요하다", "시간 약속 안 지키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등 그가 전한 말 중에는 뭔가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가 롱런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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