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원 부원장은?" 증상별 '나인' 폐인 자가진단법

김관명 기자  |  2013.04.26 11:47


tvN 월화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 이제 6회밖에 안 남았다. 20년 전 과거로 돌아가게 하는 '타임머신' 향도 이제 하나밖에 안 남았다. 그런데 작가가 벌려놓은 일들은 너무 많다. 도대체 어떻게 해결할 셈인지 좀체 감이 안 잡힌다. 전날 방송한 '나인'에 대해 다음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폐인도 진짜 많아졌다. 다음 아홉 가지 증상 중 일부를 겪고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나인' 폐인이다.

1. 제사함에서 향을 꺼내 태워본다 = 향은 제사 지낼 때나 절에서만 보는 물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인'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아버지를 죽게 한 큰 아들 박정우(전노민)가 모든 것을 되돌려 놓으려고 설산에서 그토록 찾아 헤맸던 '타임머신', 객사한 형을 살리려던 박선우(이진욱)가 14회 방송 내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저주를 퍼부었던 존재가 바로 향이었다. 이 향을 제사함에서 꺼내 진짜 30분 동안만 타는지 확인해본다면 당신은 진정한 '완성형' 폐인이다.

2. 일이 안풀릴 때면 20년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본다 = 지난 23일까지 14화를 방송한 '나인'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과거를 비틀었는지 헷갈릴 정도다. 선우의 친구 한영훈(이승준) 입장에서만 봐도, 바로 좀 전에 수술대에서 죽었던 선우가 다시 살아나 메인뉴스 앵커를 진행하고 있고, 네팔에서 죽었던 정우 형은 자기 병원의 과장님으로 재직 중이다. 맞다. 만약 당신이 '지금 인생이 오지게 꼬였다'고 생각한 뒤 곧바로 20년 전 혹시 맥락에 닿지 않던 누군가 자기 인생에 개입했었는지 떠올려 본다면 조금은 심각한 '나인' 폐인이다.

3. 일이 갑자기 안풀릴 때면 주위에 갑자기 일이 잘 풀리는 사람이 있는지 둘러본다 = 그나마 2번은 낫다. 성공이 바로 내일이었는데, 갑자기 오늘 실패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때 자신의 불찰과 일찍 터뜨린 샴페인을 탓하기에 앞서, 갑자기 일이 잘 풀린 주위 사람을 찾는다면 이건 중증 폐인이다. 이쯤 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게 심리적 영향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시간여행' 때문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된다. 결국 그 땅은 원래대로 하면 내 것이었다!

4. 오래된 노트에 혹시 중요한 메모가 갑자기 생겼는지 살펴본다 = 선우가 2개 남은 향에 대해 저주를 퍼부으며 20년 전 과거에 향함을 놔두고 왔을 때 시청자들은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타임머신을 과거에 두고 왔으니 이제 어쩔 도리가 없으니까. 더욱이 병원 화재로 향함이 전소된 것으로 보였으니까. 그런데 작가는 기막힌 신의 한수를 내놓았다. 20년 전 선우(박형식)에게 경찰로부터 "화재 현장에서 나온 것"이라며 향함이 배달된 것. 더욱이 향은 무사하기까지! 어린 선우는 결국 메모와 함께 향함을 20년 후 자신에게 보내는데 성공했다. 당신이 최소 20년 이상 한 집에 살고 있다면 지금 당장 오래된 노트를 끄집어내거나 창고를 다시 뒤져보기 바란다.

5. 어떻게 2가지 인생이 머리속에 남아있을 수 있는지 고민하다 포기한다 = '나인' 열혈 시청자들이 조금 의아해 하는 부분이 있다. 선우도 그렇고 영훈도 그렇고, 심지어 졸지에 '조카' 박민영에서 '애인' 주민영으로 바뀐 민영(조윤희)도 그렇고 이들 머리에는 2가지 인생이 동시에 입력돼 있다. 조작에 의해 덧칠해진 과거. 그런데 어떻게 덧칠 전의 과거가 덧칠 후의 현재 내 머리 속에 남아있을 수 있는지, 이건 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어쨌든 남은 6화에서 속 시원히 해결되리라 '나인' 폐인들은 믿고 있다.

6. 사별한 이들에 대한 아름답고 안타까운 추억이 새로워진다 = 작금의 모든 사태는 사별한 이들에 대한 아름답고 안타까운 추억 때문에 비롯됐다. 아버지를 본의 아니게 죽이게 한 원죄, 이를 숨긴 채 부원장(정동환)의 꼭두각시 노릇만 하다 20년을 보낸 회환이 정우로 하여금 히말라야를 헤매게 했다. 또한 20년 전 과거로 뛰어들었다가 애인을 조카로 만들어버린 선우 역시 안타깝게 죽은 형을 부활시키기 위해 '해서는 안될' 짓을 저질렀다. 하지만, 어쩌랴. 만약 사별한 이들을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어느 누가 이런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7. 종합병원에 갈 경우 부원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다 = 최진철 박사 역의 정동환은 '나인' 최대의 악당이다. 능수능란하고 노련한 연극배우답게 그의 표정에서는 살인마, 협잡꾼, 사기꾼, 냉혈한 등 온갖 추잡한 모습들이 펄펄 끓는다. 친구였던 원장 박천수(전국환)가 죽은 것을 기화로 원장 자리를 꿰찬 최진철. 하지만 그래봤자 '영원한 부원장'일 뿐인 최진철이 앞으로 남은 6화에서 또 어떤 악행을 펼칠지가 이 드라마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종합병원에 갔을 때, 이 병원 부원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병원 조직도를 살펴보는 당신, '나인' 폐인으로 인정합니다.

8. '나인'이 끝나면 꼭 '메멘토'를 다시 보리라 다짐한다 = 원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머리가 아픈 법이다. 20년 전 어린 선우와 영훈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공간이 있고, 20년 후 현재 다 큰 선우와 영훈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공간이 또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복잡해진다. 원래 시간이란 건 과거를 소멸시키고 끊임없이 현재를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배웠으니까. 그런데 그런 1회성 과거가 여러 버전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도대체 지금의 현재는 무엇인가. 이쯤 되면 '나인'의 복잡함과 난해함은 단기기억 상실증에 시달린 주인공 가이 피어스의 이야기 '메멘토'급이다. '메멘토'를 2, 3번 보고 제대로 이해한 관객이 거의 없듯이, '나인'은 종방 이후 수차례 또 되돌려봐야 할 드라마임이 분명하다.

9. 지상파 월화드라마가 빨리 끝나기를 고대한다 = 월화 밤 11시대. 한 편의 드라마를 보기 위해 버티고 있기에는 좀 늦은 시간대임이 분명하다. '나인' 폐인들은 그래서 '직장의 신'이나 '구가의 서' '장옥정, 사랑에 살다' 등 밤 10시대 지상파 드라마를 틀어놓고 밤 11시를 기다린다. 이는 이미 지난해 빛나는 사례가 있다. 조곤조곤한 추억여행과 알콩달콩한 사랑 만들기에 열혈 팬들을 양산했던 tvN 화요드라마 '응답하라 1997'. 이때도 폐인들은 성시원(정은지)과 윤윤제(서인국), 윤태웅(송종호)을 보기 위해 밤 11시 본방사수를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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