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SBS '힐링캠프' 방송 캡처
배우 김해숙(58)이 반전 매력으로 '국민엄머'라는 수식어도 잠시 잊게 만들었다.
지난 29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김해숙은 등장부터 스스로가 '50대 송혜교'로 불린다고 털어놓으며 넉살좋은 웃음으로 비범한 예능감을 예고했다.
안방극장에서 때론 한 없이 자애로운 어머니로, 때로는 독하고 모진 어머니로 연기를 펼쳤던 김해숙은 이날 꽃무늬 스커트와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소녀 같은 이미지를 선보였다.
여기에 '힐링캠프' 사상 처음으로 오프닝에서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 실력을 선보여 모두의 탄성을 자아내는가 하면, 배우가 아닌 피아니스트가 될 뻔했던 사연을 공개하며 등장부터 드라마 속 모습과는 다른 매력으로 시선을 모았다.
엄마 역할로만 50편이 넘게 출연하며 '국민 엄마'로 떠오른 그녀지만, 한 때는 주인공에서 밀려 점점 이모, 고모, 엄마 역할이 되가는 데 초라함을 느껴 사업으로 눈을 돌렸던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뷔페사업으로 빚만 지게 된 김해숙은 다시 연기로 돌아왔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제2의 연기 인생을 살게 됐다.
그 덕에 이제는 두 딸 외에도 많은 자식들을 두게 된 김해숙은 이날 방송에서도 조인성의 어머니보다 먼저 '밥' 면회를 간 사연과 원빈과 송혜교에게 먼저 엄마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받은 사연 등을 털어놔 눈길을 모았다. 또 유아인, 최다니엘, 원빈의 편지를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은 그는 "공 들여 키웠더니 애들이 내게 효도하더라. 다음은 누가될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처럼 시청자들과 배우들의 사랑을 받는 '국민엄마'지만, 이날 방송에선 김해숙의 과거와 연기자 활동 이면에 감춰진 면모들이 드러난 데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여배우에게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루머들도 오랜 내공의 김해숙은 허심탄회 하게 풀어냈다. "연관검색어에 '김해숙 담배'가 뜬다"는 MC들의 질문에 김해숙은 "목소리가 하이톤이라서 듣기 거북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담배를 배우게 됐다"라고 답한 뒤 "올해는 끊어보려고 한다. 검색어에 다른 게 오르길 바란다"고 자연스럽게 말했다.
그는 사춘기 시절 남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아지면서 통금시간이 오후 8시였다며 "무도회장을 다녀온 뒤 어머니가 화를 내실 줄 알았는데 우셨다. '홀어머니에 무남독녀에, 탤런트인 너를 남들이 보는 시선이 어떻겠니?'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김해숙은 자신을 위한 어머니의 마음을 처음으로 깨달아 그 뒤로 가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경규가 "끊기가 힘들었을 텐데, 끊었습니까?"라고 묻자 "예, 그런데 그게 오히려 결혼하고 나서 가게 됐다. 사극분장 앞가르마에 흰 얼굴을 칠한 채 무도회장에 갔었다. 3~4번 몰래 갔다가 나중에 들켜서 그 다음에 끊었다"고 말해 MC들을 포복절도하게 했다.
과거 잠적 설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임신 사실을 감추느라 어쩔 수 없이 그리됐다고 고백해 웃음과 놀라움을 동시에 안겼다. 김해숙은 "결혼하고 나서 뻔뻔스러워졌다"며 24살에 결혼해 첫 딸까지 낳은 뒤 방송국을 찾아가 연기를 시켜달라고 요구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여배우에게 결혼과 출산을 인정할 수 없던 시기임에도 당찬 성격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김해숙은 드라마 속 따뜻하고 엄한 국민엄마의 모습은 잠시 접어 두고 철없던 어린 시절과 패기 가득했던 젊은 날, 과거의 실수와 상처까지 솔직하게 드러냈다. 39년 연기 인생과 탄탄한 내공이 있기에 소화해 낼 수 있는 진실 되고 시원한 토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