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가의서'에 낚였다..그래도 행복했다①

[★리포트]'구가의 서' 종영

김현록 기자  |  2013.06.26 08:49
사진=\'구가의 서\' 화면 캡처 사진='구가의 서' 화면 캡처


그래서 '구가의 서'는 존재하는 것일까, 애초부터 없었던 것일까. 지난 25일 MBC 월화특별기획 '구가의 서'(극본 강은경·연출 신우철 김정현)가 막을 내렸다. 드라마의 제목이자 반인반수 최강치(이승기 분)가 그토록 찾으려 했던 인간이 될 수 있는 밀서, '구가의 서'는 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없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


'구가의 서' 마지막 회는 거듭된 반전 속에 막을 내렸다. 총을 맞은 이는 강치의 사랑 담여울(배수지 분). 비극적인 운명을 끝내 피하지 못한 그녀는 죽음을 앞둔 가운데서도 강치와 함께하길 원했고, "다음엔 내가 먼저 알아보고 내가 먼저 사랑하겠다"고 흐느끼던 강치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 "신수로 살며 함께 늙어갈 누구를 만날 때까지 좀 더 기다려 보려한다"며 불로불사의 존재 그대로 최강치가 길을 떠난 뒤 등장한 배경은 442년 후 2013년의 서울. 예전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트렌디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살아가던 최강치가 다시 만난 그녀를 향해 "내가 먼저 알아보고 내가 먼저 사랑하겠다"고 되뇌는 것으로 마지막 24회가 끝을 맺었다.

최강치가 끝내 구가의 서를 찾아 떠나지 않았을 뿐더러, 구가의 서는 결국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은 가운데 드라마 '구가의 서'가 끝났다. '구가의 서'가 진짜 존재하기는 하는 것이냐는 최강치의 물음에 이순신(유동근 분)이 "네가 그리 생각한다면"이라고 알쏭달쏭한 답을 내놓은 것이 전부다. 돌이켜보면 '구가의 서'는 거대한 떡밥이었다. 그것도 주인공 최강치는 물론이고 그 아버지인 지리산 신수 구월령과 '구가의 서'를 지켜본 수많은 시청자들을 동시에 낚은 초대형 떡밥!


그러나 그 낚시에 기꺼이 낚여 보낸 지난 12주는 퍽 행복한 시간이었다. '구가의 서'는 인간이 되려 하는 불멸의 존재 구미호라는 신물나게 익숙한 소재를 로맨스 판타지 사극이란 새 틀 안에 사려깊게 담아냈다. 왜 구미호는 별 것 아닌 인간이 되려 하는지, 진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되풀이되는 궁금증을 두고 강은경 작가는 '사랑'과 '죽음'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구가의 서'는 지리산 신수 구월령(최진혁 분)과 관기로 전락한 양반가 규수 윤서화(이연희 분)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시작해 둘의 아들인 반인반수 최강치의 사랑과 성장을 담았다. 구월령은 서화와 사랑하며 함께 늙어가고 싶어 불사의 삶을 포기하기로 하지만 이를 오해한 서화의 손에 악귀가 되고 만다. 그 삶은 둘의 아들인 반인반수 최강치에게서 되풀이된다. '금수만도 못한' 악인 조관웅(이성재 분)의 방해도 여전하다.


일생의 사랑 담여울을 만난 최강치는 인간이 되길 꿈꾸지만 이번엔 '죽음'이란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그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두려워 이별하려 하지만 여울은 함께 있어달라며 기꺼이 죽음을 맞았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최강치에게 그의 멘토나 다름없는 이순신은 말했다. "너는 누구보다 온전하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이 모두가 '구가의 서'란 상상력이 없었더라면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구미호가 스스로를 다잡아 인간이 되길 소망할 수조차 없다면 볼 수 없는 드라마였다. 살아있는 간 100개를 먹느라 고생하는 딱한 구미호를 또 봐야 했을지도 모른다. 구가의 서란 거대 떡밥에 낚이고서도 기꺼이 즐거워할 수 있는 이유다.

인간다움, 그리고 사랑과 죽음이란 묵직한 테마를 실존 인물까지 등장하는 달콤한 판타지에 솜씨좋게 녹여낸 강 작가의 필력에 박수를. 영생마저 포기하고픈 설렘을 브라운관에 고스란히 담아낸 신우철 PD의 솜씨에 또한 박수를. 그리고 개성만점 캐릭터에 온전히 빙의한 모습으로 24부작을 함께해 온 배우들에게 또한 박수를 보낸다. 잘 봤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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