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특집]'미스터고' 韓영화 새로운 도전..通할까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13.06.26 10:19
영화 미스터고 포스터 영화 미스터고 포스터


올 여름 한국영화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과 만난다. 기존 스릴러물과 차별화를 꿈꾸는 '감시자들'과 CG로 고릴라를 완성해낸 '미스터고', 43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물량이 투입된 '설국열차', 치명적인 바이러스 유포로 분당을 봉쇄하는 설정인 '감기'. 스타뉴스는 올 여름 한국영화 빅4를 차례로 집중조명 한다.


#'미스터고' 고릴라가 야구하는 영화..한국영화 새로운 도전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김용화 감독이 모험에 나섰다. 그는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원작으로 '미스터고'라는 모험에 나섰다. 고릴라가 프로야구를 하는 걸 영화로 옮긴다니 적어도 할리우드에서나 가능할 시도였다. 더군다나 '아바타'처럼 풀 3D로 작업해서 만든다는 건 잘 때나 꾸는 꿈이었다.

하지만 김용화 감독은 위험천만한 모험에 나섰다. 김용화 감독은 자기 돈을 탈탈 털어 30억원을 쏟아부어 VFX(시각효과 visual effects) 스튜디오 덱스터 디지털을 세웠다. 기획부터 올해 7월 공개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시작은 친구의 부탁이었다. 김용화 감독은 '제7구단' 영화 판권을 갖고 있던 친구가 CJ E&M과 준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았다. 할리우드로 가라고 조언했다. CJ E&M에서 쇼박스로 돌고 돈 시나리오는 다시 김용화 감독에게 찾아왔다.

김용화 감독은 "운명"이라고 했다. 사람이 고릴라 탈을 뒤집어쓰고 해볼까, 로봇 고릴라를 찍어볼까,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다 가짜 같았다.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야 했다. 일찍이 하정우는 "이효리가 남자를 꼬시는 데 10분이 걸린다면 김용화 감독은 여자를 꼬시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만큼 말재주가 뛰어나다는 뜻이다. 김용화 감독은 쇼박스를 설득해 먼저 고가의 3D 장비를 사들였다. 고릴라를 100% CG로 만들겠다는 확신도 서지 않을 때였다. 촬영감독을 비롯해 스태프들이 3D 카메라로 실험을 하는 동안 김용화 감독은 할리우드 VFX 스튜디오 문을 두드렸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VFX 스튜디어 ILM에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225억원으로 살아 숨쉬는 고릴라를 만들고, 야구장에 가득 찬 군중도 컴퓨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에 비웃음만 샀다. 할리우드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려면 적어도 1억달러(약 1100억원)가 든다는 소리도 들었다.

김용화 감독과 VFX 총괄 슈퍼바이저 정성진 감독은 이를 악물었다. 국내에는 관련 기술이 전무했다. 컴퓨터로 만든 고릴라를 만들 때 털이 진짜처럼 만드는 기술, 프로그램과 고릴라와 실사가 어우러질 때 적용할 수 있는 기술, 프로그램, 이 모든 걸 3D로 촬영하고 구현해 내는 기술, '반지의 제왕'처럼 수많은 군중이 제각기 움직이는 걸 컴퓨터로 만들어내는 기술, '미스터고'를 영화로 만들 때 필요한 모든 게 전혀 없었다.

김용화 감독과 정성진 감독은 맨 땅에 헤딩하면서 하나하나 해결해나갔다. 할리우드 특수효과 기술진을 초빙해 강연을 들었다. 그들은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알려주지도 않고 팔 생각도 없었다. 다만 방향을 알려줬고, '미스터고' 팀은 실마리를 찾아나갔다.

8명으로 출발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관련 전문가들을 초빙하려 했으나 돈도 없고 전망도 없는 곳을 찾는다는 사람은 없었다. 김용화 감독과 정성진 감독은 국내 애니메이터와 국내 컴퓨터기술자들 180명을 모아 1년여 동안 관련 기술을 공부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한국영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풀3D 영화 '미스터고'는 그렇게 진행돼 관객을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영화 미스터고 스틸 영화 미스터고 스틸


'미스터고'는 중국 서커스단에서 야구하던 고릴라가 한국 에이전시에 스카우트돼 야구판을 뒤흔든다는 내용이다. 고릴라가 어색한 순간 영화는 산으로 간다. 고릴라가 진짜 같아도 재미가 없으면 영화는 바다로 간다. 의미가 충만해도 재미가 부족하면 골짜기로 들어가는 영화들이 많았다.

김용화 감독의 승부수는 뭘까? 사실 김용화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할리우드 같은 영화를 찍는 감독이다. 보편적인 정서를 잘 포착하는 감독이란 뜻이다.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 전작들은 웃음과 감동을 줘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에 김용화 감독은 이야기에서도 모험을 택했다.

'장강17호'로 국내 알려진 중국 여배우 서교와 고릴라가 주인공이다. 한국어가 아닌 중국어, 그리고 고릴라의 몸짓으로 이야기를 이끈다는 뜻이다. 김용화 감독의 페르소나 성동일이 에이전시를 맡아 둘 사이를 오가며 코미디를 주도한다. 김용화 감독은 '미스터고'에서 말이 아닌 몸짓과 상황으로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방식이 통한다면 김용화 감독의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연출이 국경을 넘어설 수 있단 뜻이 된다. 웃음이야말로 문화 차이에 따라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김용화 감독은 "중국에 CG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영화를 보여줬는데 화이브라더스 사장이 깔깔 웃다가 펑펑 울더라"며 자신했다.

'미스터고'는 7월 한국 뿐 아니라 중국에서 5000개 넘는 극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다. 그동안 한국영화들이 중국에서 개봉했을 때는 중국에서 얼마를 벌었든 무관했다. 중국에서 해외영화를 개봉할 땐 수익을 나누는 분장제와 판권을 팔면 끝인 매단제 방식을 쓴다. 주로 할리우드 영화가 분장제로, 한국을 비롯한 다른나라 영화들은 매단제로 상영했다.

'미스터고'는 이런 방식을 피해 아예 중국 대표투자배급사 화이브라더스와 합작영화로 만들어졌다. 화이브라더스는 '미스터고'에 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외화 유출을 꺼리는 중국에서 합작영화에 이런 거금을 쾌척한 것도 이례적이다.

쇼박스로선 '디워'로 미국시장에 도전한 데 이어 '미스터고'로 중국시장 문을 두들기게 됐다.

\'미스터고\' 촬영장에서 김용화 감독(가운데)이 3D안경을 쓰고 영화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제공=쇼박스 '미스터고' 촬영장에서 김용화 감독(가운데)이 3D안경을 쓰고 영화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제공=쇼박스


김용화 감독은 그동안 돈을 많이 써도 많이 쓴 티가 안 나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괴물이나 로봇에 돈을 쓰는 게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을 최대한 진짜처럼 보이도록 돈을 써왔다. '국가대표'는 VFX에만 120억원을 썼다. 1920컷 중 고릴라가 1000컷에 등장한다. '국가대표'는 4800컷이었다.

3D 효과는 관심을 끈다. 김용화 감독은 "'미스터고' 3D 효과는 '아바타' 이후 최고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면 하나하나 3D 효과를 염두 했기에 126분 30초 동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 했다. '미스터고' 3D는 현재 극장에서 예고편으로 맛을 보여주고 있다. 예고편만 놓고 보면 할리우드 3D에 못지않은 심도가 드러난다.

김용화 감독은 음악도 할리우드 소니스튜디오에서 87인조 오케스트라에 127인조 합창단으로 준비해놨다고 말했다.

과연 김용화 감독에게 30분만에 관객이 넘어올지, 한국영화에 새로운 도전인 '미스터고'는 7월17일 개봉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