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도 '병맛'이 떴다..2013 병맛코미디 TOP5

안이슬 기자  |  2013.12.07 09:14


어설프고 맥락도 없고 비정상적이지만 웃음이 터질 때, 네티즌은 흔히 '병맛이다'라고 표현한다. 기승전결이 없는 대화들이 오가고,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웃음을 만드는 '병맛 코드', 올해는 스크린에도 병맛이 스며들었다.


황당하지만 재기발랄하고 독특한 매력으로 승부했던 영화들, 그 중 TOP5를 꼽아봤다.

◆ 황당한 비행기, '롤러코스터'


맛깔스러운 욕 연기로 스타덤에 오른 한류 스타는 비행기에서 하염없이 욕을 내지르고, 쓰러진 승객을 보러 온 단발머리 안과의사는 쓸데없이 말이 많다. 회장님을 보필하는 비서는 별 것 아닌 일로 사무장의 뺨을 후려치고, 면도를 하던 남자는 피투성이 되어 나타난다. 사건 사고가 멈추지 않는 비행을 그린 하정우의 '롤러코스터'는 독특한 캐릭터와 대사로 완전 무장했다.

일본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중 난기류를 만난 항공기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담은 '롤러코스터'는 깨알 같은 상황들이 끊이지 않고 벌어진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지만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터질 수밖에. 속사포 같은 대사를 완벽히 소화한 김지훈, 김재화, 강신철, 고성희 등 새 얼굴들의 호연은 덤이다.


◆ 그는 진정 아티스트였다..'아티스트 봉만대

자칭 타칭 에로거장 봉만대와 성은, 이파니, 곽현화 등 보통은 아닌 것 같은 여배우가 만났다. 그 조합만으로도 문제적인 '아티스트 봉만대'는 허구와 실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감독은 여배우에게 콘티에 없던 묘한 자세를 요구하고, 배우는 그런 감독에게 육두문자를 날린다. 노출 대역 배우는 뜨거운 동남아 날씨에도 나체에 패딩을 입고 나타나서는 걸핏하면 '저 벗어요?'하고 지퍼를 내리려고 한다. 웃길 때는 확실히 웃기고, 야할 때는 제대로 야한 '아티스트 봉만대'를 통해 봉만대 감독은 자신의 영화관을 제대로 어필한 듯하다. 상황만 주어지고 정해진 대사도, 디렉션도 없던 상황에 던져진 여배우들의 열연도 눈여겨 볼만하다.

◆ 목욕탕에 목숨을 건 남자, '테르마이 로마이'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중무장한 일본영화, 올해는 목욕탕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한편이 한국 관객을 만났다. 로마의 호화 목욕탕을 설계하는 건축 설계사가 목욕탕에만 들어가면 현대의 일본으로 오게 된다는 기묘한 이야기 '테르마이 로마이'다.

진한 이목구비로 유명한 일본 배우 아베 히로시가 로마인으로 출연하지만 생각보다 위화감이 없다는 점이 놀랍다. 로마의 공중목욕탕의 설계에 현대 일본의 목욕 문화가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 자체는 황당무계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표류하는 청춘 '힘내세요 병헌씨'

주인공의 이름과 얼굴이 주는 갭에서 부터 일단 웃음이 터진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온 '힘내세요 병헌씨'는 정말 어딘가에 살고 있을 법한 젊은 루저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어딘지 모자란 병헌과 친구들은 우습지만 동시에 애잔한 마음이 들고, 어딘지 못난 나 자신을 보고 있는 것도 같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병헌(홍완표 분)의 생활은 들여다볼 수록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못난 친구들과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시고 호적상 남이 된 아내와 아이에게 찾아가 밤새 문을 두드리는 행패를 부린다. 낮에는 시나리오 작업을 한다고 호기롭게 말하지만 정작 노트북을 열고 파일을 여는데 까지 8시간이 걸리는 천생 게으른 남자다. 병헌의 인생은 끊임없이 표류하지만 어쨌든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꿈을 향해 나아간다. 생각 없이 보면 시원하게 웃을 수 있지만, 조금만 생각을 보태보면 여러 가지 감상이 교차하는 묘한 영화다.

◆ SF, 스포츠, 로맨스, 청춘, 코미디 '족구왕'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GV 현장 중 가장 핫한 반응을 이끌어냈던 영화는 아마 '족구왕'일 것이다. 부산영화제의 한 프로그래머는 '족구왕'을 두고 "독립영화계의 블록버스터가 될 영화"라고 표현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그 말에 100% 동감할 것.

'족구왕'은 군대 간 사이 사라져버린 족구장을 다시 만들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총장과의 대화에도 참여하는 족구 마니아의 이야기. 그의 족구에 대한 집착은 교내에 족구 열풍을 일으키게 된다. 족구로 땅이 갈라지고 엄청난 전술이 오가는 만화 같은 설정, 각자 색깔이 뚜렷한 캐릭터들의 조합 등이 끝없는 웃음을 유발한다. 웃음 뒤에는 젊은 청춘들의 고민까지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아마도 개봉 한다면 정말로 독립영화계의 블록버스터가 되지 않을까.

안이슬 기자 drunken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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