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스크린 키워드..사극·女風·시사·복수

전형화 기자  |  2014.01.01 13:57


사상 첫 총관객 2억명 시대를 연 2013년 바톤을 이어받아 2014년에도 새로운 영화들이 줄줄이 선보인다. 지난해 한국영화 키워드가 간첩, 웃음과 감동, 도전이었다면 올해 한국영화 키워드는 사극과 여풍,시사와 복수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올해는 사극이 대세다.

하지원이 주연을 맡은 '미녀삼총사'가 새해 첫 사극 포문을 연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당대 최고 미녀 현상금 사냥꾼들이 벌이는 팩션사극이다. 여름 극장가는 사극 대결전이다.


150억원 가량이 투입된 김한민 감독의 '명량-회오리바다'와 이석훈 감독의'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최대 성수기인 여름 맞붙을 전망이다. 둘 다 해상 전투를 그리는 액션사극이란 점에서 혈전이 예상된다.

'명량'은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해상전투극. '최종병기활' 김한민 감독이 영화 절반을 해상전투신으로 담을 만큼 야심차게 준비한 영화다. 최민식, 류승룡이 출연한다


'해적'은 조선 개국 시대를 배경으로 명나라에서 받아 온 국쇄를 고래가 삼키자 그 고래를 잡기 위해 해적과 산적, 관군이 나서면서 벌어지는 요절복통 소동을 담는다. 김남길과 손예진이 주연을 맡았다.

가을 극장가에는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사극들이 줄줄이 개봉시기를 놓고 고민 중이다. 박흥식 감독의'협녀: 칼의 기억'은 고려 무신시대를 배경으로 민란을 주도한 세 검객 중 한명의 배신을 하자 그 중 한 여인이 딸을 고수로 키워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 이병헌과 전도연, 김고은 등 별들이 가득하다. 이재규 감독의'역린'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정조와 그를 암살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현빈과 정재영,조정석,한지민이 출연한다.

윤종빈 감독의'군도'도 내년 사극 기대작 중 하나. 하정우와 강동원, 주인공만으로 가슴이 설렌다.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을 상대로 한탕을 벌이는 도둑들과 당대 최고 검객이지만 서자라는 신분 한계 때문에 낙향한 남자의 대결을 그린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쇼박스가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용의자' 세편의 간첩영화를 내놓은 것처럼 올해는 롯데가 '해적' '협녀' '역린' 등 세 편의 사극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쇼박스가 지난해 간첩영화로 거둔 성적만큼 롯데가 올해 사극으로 흥행성과를 낸다면 투자배급사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올해는 여자들이 중심에 선 영화들도 줄줄이 등장한다. 1월 칠순 욕쟁이 할머니가 스무살 꽃처녀 몸에 들어간다는 코미디영화 '수상한 그녀'부터 테이프를 끊는다. 심은경, 나문희가 주인공이다. 하지원,강예원,가인이 삼총사를 맡은 '조선미녀 삼총사'도 1월 관객을 만난다.

충무로 명제작사 명필름은 두 편의 여성영화를 내놓는다. 40대 여성들의 성과 사랑을 그린 '관능의 법칙', 대형마트에서 부당해고된 계약직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카트'. 권칠인 감독의 메가폰을 잡은 '관능의 법칙'은 엄정화와 문소리, 조민수가 출연한다. 부지영 감독의 '카트'는 염정아가 등장한다.

칸의 여인 전도연이 출연하는 '협녀'도 제목처럼 여자가 전면에 등장한다. 임수정이 출연하는 '은밀한 유혹'도 여자가 중심에 선 이야기다. 은밀한 요구를 받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으나 끝내 파국으로 치닫게 된 여인의 이야기다. 임수정이 주인공이다. 송혜교는 이재용 감독의 '두근두근 내인생'에서 강동원과 부부로 출연한다. 열일곱 나이에 낳은 아이가 조로증에 걸린 걸 지켜보는 엄마로 출연한다.

지난해 '천안함', '변호인' 등 민감한 사회 문제를 전면으로 다룬 영화들이 주목받은 것처럼 올해도 사회성 짙은 영화들이 만들어진다.

김광식 감독의'위험한 소문:찌라시'는 증권가 정보지, 이른바 찌라시의 근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음모론의 실체가 등장한다. 김성제 감독의'소수의견'은 경찰과 노동자가 희생된 용산사태를 모티프로 한다. 16살 아들이 강제 철거 현장에서 죽은 아버지가 진압 중 사망한 20세 의경의 살인자로 체포되면서 그를 변호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변호인' 열풍을 이어갈지 관심이 간다.

임순례 감독은 황우석 박사 사건을 다룬 '제보자'를 선보인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만큼 어떻게 묘사할지도 궁금증이 인다. 유하 감독의 '강남블루스'는 70년대 서울 강남계발을 돈 밭으로 생각하는 권력층과 그에 빌붙은 조직폭력배 이야기다. 당시 최고위층 비자금 조성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해준 감독의'나의 독재자'는 70년대를 배경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상의 김일성 역할을 맡게 된 무명 연극배우와 아들의 이야기. 설경구와 박해일이 출연한다.

억울한 사람들이 많은 탓일지 새해에는 복수몰도 대거 나온다.

이정호 감독의'방황하는 칼날'은 딸이 전라의 시체로 발견되고 범인의 집에서 약에 취한 채 강간당하는 딸의 동영상을 보게 된 아버지가 범인 중 한 명을 우발적으로 죽인 뒤 경찰에게 쫓기면서 나머지 범인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정재영,이성민이 출연한다. 황인호 감독의'몬스터'는 하나 뿐인 동생을 연쇄살인범에게 잃은 한 여자가 범인을 쫓는 스릴러다. 이민기와 김고은, 젊은 피들이 주인공이다.

조범구 감독의'신의 한수'는 내기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감옥에서 싸움을 연마하고 출소한 뒤 동료들을 모아 복수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정우성이 주인공이다.

사극은 통상 현재를 과거에 빗대 상상의 나래를 펼 때 만든다. 바로 앞선 과거를 회고하는 근현대사물도 많이 만들어지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이야기, 복수를 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여자주인공이 많이 등장하는 건 의미심장하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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