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의무 다한' 롯데-넥센, 야구와 팬에 대한 의리 지켰다

국재환 기자  |  2014.10.18 09:30
시즌 최종전에서 최선을 다한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 /사진=OSEN 시즌 최종전에서 최선을 다한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 /사진=OSEN


17일을 끝으로 팀당 128경기를 치렀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대망의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 17일 열린 시즌 마지막 경기들 중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이슈는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4위 싸움이었다. 이날 LG는 이미 4강 탈락이 확정됐던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를 치렀고, SK는 지난 15일 2위가 확정돼 이미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넥센과 맞대결을 펼쳤다.


LG와 SK의 상황은 워낙 급박했다. 게다가 이 두 팀을 상대하는 롯데와 넥센은 이미 4강 진출 여부가 가려졌기에 'LG와 SK가 모두 승리를 거두지 않을까'라는 전망도 대두됐다.

하지만 이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LG는 롯데에 5-8로 패했고, SK 역시 넥센에 2-7로 완패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이로서 LG는 62승 2무 64패의 성적으로 SK(61승 2무 65패)를 1경기 차이로 제치고 가까스로 4강행 막차에 몸을 싣게 됐다.


LG의 4강행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겠지만, 이날 롯데와 넥센이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줬던 경기력과 자세는 가히 찬사를 받을 만 했다. 이미 4강이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양 팀은 자신들이 내세울 수 있는 최상의 전력을 바탕으로 마지막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먼저 롯데는 이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시즌 최종전에 나섰다. 경기에 앞서 김시진 감독이 자진사퇴를 표명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김 감독이 마지막까지 팀을 지휘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선수들은 착잡한 마음을 갖고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예상대로 롯데는 이날 선발 옥스프링이 1회초 이병규에게 선제 투런을 맞고 0-2로 리드를 내줬다. 곧바로 이어진 1회말과 2회말에 한 점씩을 만회하며 2-2 동점을 만들긴 했지만, 옥스프링이 3회초에 이병규에게 연타석 투런 홈런을 맞는 바람에 스코어는 2-4, 다시 2점차로 벌어지게 됐다.

4강행을 확정짓기 위한 LG의 의지가 더 강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롯데는 3회말에 곧바로 3점을 뽑아내며 5-4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4회말엔 최준석이 투런포를 때려내며 점수 차를 3점으로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손아섭이 6회말에 솔로 홈런을 가동시켰고 스코어는 어느새 8-4가 됐다.

결국 롯데는 LG에 8-5의 승리를 거두고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홈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넥센 히어로즈 역시 시즌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 6연승으로 시즌을 마감하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진=OSEN 넥센 히어로즈 역시 시즌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 6연승으로 시즌을 마감하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진=OSEN


롯데와 더불어 넥센은 4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하는 SK와 시즌 최종전을 치렀다. 이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기에 주전 선수들에 휴식을 줄 수도 있었다. 혹은 주전들을 투입하더라도 서건창의 200안타와 강정호의 40홈런 등의 기록이 경기 초반에만 나온다면 일찍 선수들을 교체하고 경기에 임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넥센은 그러지 않았다. 1회말부터 서건창의 200안타로 포문을 연 넥센은 유한준의 1타점 적시타, 강정호의 투런 홈런(시즌 40호)을 앞세워 3-0의 리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2회에도 1점을 추가한 넥센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성열과 문우람을 제외한 모든 주전 야수들을 경기에 내보냈고, 7-2로 승부가 갈린 9회초엔 마무리 손승락을 투입해 그대로 경기를 매조졌다.

승패에 관계없이 순위가 결정된 상태였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온 힘을 다해 SK를 잡아낸 넥센의 자세 역시 롯데와 마찬가지로 박수를 받을 만했다.

어떻게 보면 롯데와 넥센은 프로로서 당연히 보여줬어야 할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지난 16일 두산 베어스가 프로 구단으로 보여줘선 안될 경기와 대비됐기에 더욱 칭찬을 받을 만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16일 SK 와이번스전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선수기용을 통해 \'져주기 논란\'을 빚은 두산 베어스의 송일수 감독. /사진=OSEN 16일 SK 와이번스전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선수기용을 통해 '져주기 논란'을 빚은 두산 베어스의 송일수 감독. /사진=OSEN


지난 16일. 두산 베어스는 4강 진출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던 SK와 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에서 두산은 SK를 상대로 5회까지 5-1의 리드를 만들어내며 승부를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가는 듯 했다.

하지만 두산의 송일수 감독은 5회 들어 3번 김현수와 4번 홍성흔을 각각 김진형과 김재환으로 교체했다. 이어 6회 시작과 함께 5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치던 선발 이현승을 임태훈과 바꾸는 선수기용을 감행했다.

정규이닝 종료까진 4이닝이 남았고,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가 뚜렷한 타고투저의 양상을 보였기에 승부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4강 진출을 위해서 기를 쓰고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만 했던 SK였다.

아니나 다를까. 두산은 결국 6회초에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0회까지 가는 승부 끝에 SK에 5-7로 패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이날 경기의 일일 객원해설위원으로 나섰던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은 "송일수 감독이 최선을 다 하지 않았다. 이런 경기는 해선 안 된다"는 날선 비판을 가했고, 팬들 역시 송일수 감독에 대해 '고의 패배' 의혹을 제기했다.

송일수 감독은 경기 후 '고의 패배'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고, 선수들의 교체는 원래 계획된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한국 속담에는 '오얏 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고, 오이가 익은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함부로 오해를 살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두산은 SK와의 경기에서 쓸데없는 오해를 살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넥센, 롯데는 시즌 마지막 시점에서 4강행을 놓고 절박한 심정을 가진 SK와 LG를 상대로 팬들과 다른 구단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롯데와 넥센은 비록 자신들의 순위가 이미 확정됐지만 4강 진출이 걸린 LG와 SK를 잡아냈다. 그랬기에 LG와 SK 팬들은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마지막까지 야구가 줄 수 있는 감동, 혹은 아픔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롯데와 넥센이 최선을 다해 임했던 시즌 마지막 경기. 프로의 모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두 팀은 야구와 팬을 대함에 있어 마지막까지 의리를 지켰다.

치열했던 2014 시즌은 10월의 스산한 바람과 함께 끝났다. 이제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4팀만이 열띤 승부를 펼칠 시간만 남았다.

롯데와 넥센이 시즌 최종전에서 보여줬던 자세가 앞으로도 영원히 타 팀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길, 한국 프로야구의 모든 팀들이 프로의 자세를 망각하지 않고 팬들에게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경기를 매 시즌마다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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