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갈량'이 말하는 '배트 던지기'와 '세리머니'

김우종 기자  |  2015.06.08 09:00
김하성의 데뷔 첫 끝내기 홈런 순간.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김하성의 데뷔 첫 끝내기 홈런 순간.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6일 목동구장. '2015 KBO리그' 넥센-두산전.

두산은 1회 2점, 2회 1점, 3회 5점을 뽑으며 8-0을 만들었다. 하지만 넥센은 4회 1점, 5회 3점, 6회 2점을 차례로 뽑으며 6-8로 맹추격했다. 그리고 이어진 넥센의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 1사 이후 박병호가 3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치며 출루했다. 흐름이 묘해졌다.


후속 유한준은 3루수 라인드라이브 아웃. 이제 두산의 승리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하나. 다음 타자는 김민성이었다. 여기서 김민성은 노경은을 상대로 좌월 투런 동점포를 터트렸다. 승부는 8-8 원점이 됐다.

그리고 연장 10회말. 1아웃. 주자 없는 상황.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두산 투수는 마무리 노경은. 여기서 김하성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노경은의 6구째를 통타, 목동구장 왼쪽 외야석에 공을 떨어트리는 짜릿한 끝내기 솔로포를 터트렸다. 김하성의 데뷔 첫 끝내기 홈런포였다.


여기서 김하성이 홈런을 친 상황. 김하성은 노경은의 공을 던지는 손을 응시한 뒤 배트를 쏜살같이 힘차게 휘둘렀다. 경쾌한 파열음이 났다. 곧이어 김하성의 왼팔과 오른팔이 동시에 쭉 퍼졌다. 배트가 붕 뜬 뒤 넥센 측 더그아웃 방향을 향해 자연스럽게 날아갔다. 이른바 '배트 던지기(bat flip)'였다.

야구 경기, 더 적확하게 말하면 메이저리그에서는 과도한 홈런 세리머니를 금기시하고 있다. 홈런 타구를 감상한다거나, 베이스를 조금이라도 늦게 돌 경우, 다음 타석에서 여지없이 머리를 향해 '빈볼'이 날아들 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상당수의 한국 선수들은 홈런을 친 뒤 이른바 '배트 던지기'를 한다. 그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또 상대 팀의 배트 던지기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그러나 홈런 타구를 지긋이 감상하거나, 베이스를 천천히 도는 행동은 한국리그에서도 찾기 힘들다). 또 홈런 세리머니나 끝내기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메이저리그와 비교해 여전히 관대한 편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 정훈, NC 김종호, kt 김상현, LG 정성훈. /사진=OSEN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 정훈, NC 김종호, kt 김상현, LG 정성훈. /사진=OSEN


6일 김하성 역시 그랬다. 홈런을 친 뒤 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배트 던지기를 했다.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다. 시원한 물세례는 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하성의 배트 던지기를 조금 다르게 보는 시선도 분명히 존재한다. 여기에는 그가 '신인'이자 '만 19세'라는 의식도 어느 정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럼 김하성의 스승인 '염갈량' 염경엽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염경엽 감독은 김하성의 배트던지기에 대해 "우리 팀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도 상관없다. 김하성 본인의 야구 스타일이다. 본인이 공을 친 뒤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다. 절대 상대를 자극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염경엽 감독은 "그렇지만 김하성이 타석에서 하는 행동을 볼 때, 처음 보는 사람이 보면 건방져 보일 수 있는 요소를 분명히 갖고 있다. 김하성의 플레이가 큰 편이다. 오해의 여지가 분명히 있을 수 있다"면서 "우리 팀에서 그런 점에 대해 교육을 한다. 김하성에게 그런 면을 조금씩 줄이라고 분명히 이야기를 한다. 상대가 보기엔 오버 액션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다. 염 감독 역시 김하성의 배트 플립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이제 20살이 됐는데 그런 것(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을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김)하성이의 경우, 그냥 진짜 열심히 하는 것이다. 상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자연적인 스타일인데…. 하지만 오해의 여지는 있으니까, 분명하게 줄여가라고 말한다. 그게 본인을 위해서도 좋다. 괜히 오해를 사 한 대 맞으면 본인만 스트레스다"고 이야기했다.

김하성은 홈런을 때린 뒤 그 어떤 선수보다 그라운드를 번개같이 돈다. 마치 홈런 이후에도 전력 질주를 하는 듯하다. 볼넷과 공수 교대 때도 마찬가지다. 또 유격수 수비를 볼 때 다른 팀의 선배 선수가 2루에 올 경우, 매번 모자를 벗고 깍듯하게 인사를 한다. 이 모든 것이 2015년 현재 '20세 신인' 김하성이 갖고 있는 야구 스타일이다.

끝내기 홈런을 친 김하성을 격려하는 넥센 염경엽 감독(오른쪽).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끝내기 홈런을 친 김하성을 격려하는 넥센 염경엽 감독(오른쪽).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염 감독은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과거 한화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모건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염 감독은 "모건의 경우, 우리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T'세리머니를 했다. 우리는 그의 'T'세리머니를 있는 그대로 봤다. 모건이 그렇게 야구를 죽 해왔으니까 충분히 이해를 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만약, 그런 것을 다르게 생각해서 볼 경우, 오해의 소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건은 시도 때도 없이 'T'세리머니를 했다. 본인이 즐거워 그런 행동들을 했다. 그냥 '모건의 야구인가보다'라고 생각하면 됐다. 화낼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견해를 밝혔다

전 한화 외국인 선수 나이저 모건. /사진=뉴스1 전 한화 외국인 선수 나이저 모건.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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