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제작자 3명이 본 2015년 영화계와 ★파워③

[★리포트]

김현록 기자  |  2015.12.16 12:08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영화사집 이유진 대표/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영화사집 이유진 대표/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2015년을 마무리하며 한해 내내 맹활약한 세 여성 제작자에게 몇몇 질문을 던졌다. '암살'을 제작한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 '베테랑'을 제작한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 그리고 '검은 사제들'을 제작한 영화사집의 이유진 대표다.


◆'암살'의 안수현 대표 "입소문의 속도가 무섭게 빨라졌다"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는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의 제작자다. 일제시대 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 여주인공 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는 편견을 뛰어넘은 완성도와 저력으로 올 여름 1270만 관객을 모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주 배우들과 함께 '암살'의 DVD 코멘터리를 진행했다"는 안수현 대표는 "이제 '암살'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끝난 것 같다"며 한 해를 돌아봤다. '암살'은 한국을 넘어 해외를 돌며 관객을 만나고 있고 안 대표 역시 몇몇 영화제를 다녀왔다. 그는 "일제강점기 한국역사를 모르는 해외 관객들도 암살을 재미있게 관람하고 영화의 완성도에 놀라시더라구요. 그런 장소들이 아직 한국에 남아있는지 묻는 관객도 많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세트라고 하니 당황하더군요"라고 귀띔했다.


'암살'을 비롯해 지난 해 말 개봉한 '국제시장', 여름의 '베테랑', 마블의 외화 '어벤져스'까지 무려 4편의 1000만 영화가 나와 관객을 홀린 것이 올해다. 동시에 고전한 작품들도 여럿 탄생했다. 안 대표는 "스마트폰, 인터넷, SNS의 발달로 영화가 재미있다,없다라는 입소문의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라진 것 같다"며 "그것이 양극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구나 싶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또 "여름, 겨울 시장이 커지면서 더욱 집중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시에 잘 짜인 기획과 맞물린 스타파워가 돋보였다는 데도 동의했다. 그가 꼽은 올해 가장 강력한 스타파워를 선보인 주인공은 다름아닌 황정민. '국제시장'과 '베테랑', 연이어 2편의 영화로 1000만 관객을 모은 그를 두고 "진짜 관객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고 평가했다. 황정민이 출연한 '베테랑'은 그가 올 한해 가장 주목해서 본 영화이기도 했다. 물론 '암살'의 경쟁작이기도 했다. 해외 영화로는 두말할 것 없이 박력 넘치는 액션물이자 강렬한 여성 주인공을 앞세운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를 첫 손에 꼽았다.


그녀가 올해 새롭게 주목한 신인 스타는 역시나 박소담. "'경성학교', '검은 사제들'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자신만의 개성이 있어 자꾸만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내년엔 김민희를 주목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타이틀롤 아가씨로 분한 그녀가 "김민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일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단다. 박찬욱 감독과 하정우의 첫 호흡 역시 기대되는 대목이다.

"내년 아직 구체적인 케이퍼필름의 계획은 없어요. 얼마전 케이퍼 식구들과 함께 워크샵을 다녀왔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좋은 영화를,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보자고 파이팅 했어요."

◆'베테랑'의 강혜정 대표 "그럼에도 가능성의 한 해"


강혜정 대표는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베테랑'(감독 류승완)의 제작자다. 갑질하는 재벌을 때려잡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저돌적인 한판 승부는 답답했던 여름 통쾌한 한 방을 선사하며 1341만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베테랑'의 뒷이야기를 알려달라는 주문에 "스태프와 함께 훈훈한 연말을 보냈다?"라고 운을 뗀 강 대표는 "아직 정산이 안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흥행과 함께 속편 준비 소식이 알려지며 수면 위로 떠오른 '베테랑2'는 "현재로선 먼 미래의 이야기"다. 연출자 류승완 감독이 차기작 '군함도' 준비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강 대표에게 영화계의 올 한해는 어떻게 기억될까. 강혜정 대표는 "가능성의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계의 빈익빈 부익부는 사실이고 실재하지만 지금의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한 사라질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올해 어떤 가능성들을 봤다고 설명했다. "'소셜포비아'처럼 독립영화계에서 나온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있었고, '검은 사제들'처럼 신인감독이 만든 작품이 주목받고 대중에게 사랑받기도 했잖아요. 1000만 대박에 가려지긴 했지만 가능성 있는 신예들이 계속해 나왔죠. 개인적으로는 저희 회사로서도 엄청난 가능성이 열린 한 해이기도 했어요."

그가 올 한해 최고의 스타파워를 떨쳤다고 꼽은 이는 역시나 '베테랑'의 투톱이었던 황정민과 유아인. '국제시장'과 '베테랑'에 이어 '히말라야'를 선보인 황정민, '베테랑'에 이어 '사도', 드라마까지 종횡무진 중인 유아인이다. 설명이 필요 없다. 강 대표는 "그냥 둘만 보인다.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가슴이 뛴다"고 눙쳤다. '암살'의 전지현도 빼놓을 수 없다. 누가 뭐래도 '암살'의 메인 주인공으로서 1200만을 넘기는 위업을 달성한 그녀다.

올해 새롭게 주목한 배우는 변요한과 박서준. 변요한이야 '미생'으로 이미 포텐을 터뜨렸지만 '소셜포비아'로 다시 깊은 인상을 남겼고, 박서준은 올해 '악의 연대기', '뷰티 인사이드'를 선보이며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여배우로는 현재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출연 중인 류혜영을 들었다. "장편에서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단편 등 독립영화에서 굉장히 많이 본 얼굴"이라며 "언젠가 좋은 배우가 되겠구나 했는데 TV에서 채 갔다"는 설명이다. 관객으로선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 시선을 붙들었다. 노장의 작품에 놀랐고, '인사이드 아웃'의 시나리오에 빠졌다고.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 '내부자들' 또한 제작자로선 고맙기까지 한 작품이었다.

김하늘이 파격 변신을 예고한 '여교사'가 외유내강의 다음 작품. '군함도'와 신작 '너의 결혼식'이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강 대표는 아마 올해보다 더 바쁜 한 해를 보낼 듯하다.

◆'검은 사제들'의 이유진 대표

11월 비수기 극장가에 신선한 충격과 반향을 일으킨 '검은 사제들'은 올해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영화다. 현재까지 542만 명을 모은 '검은 사제들'은 김윤석과 강동원 투톱에 신예 박소담을 앞세워 엑소시즘이란 익숙지 않은 장르로 대박을 냈다. 제작자인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는 "비수기에 이런 성적을 거둬 고무적이었고,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겠다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2편에 대해서는 "천천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잘 되면 속편을 만들 수 있겠다 이야기했던 작품이지만 "하려면 제대로 잘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배우 유아인과 강동원을 올해의 스타로 꼽았다. 유아인이 '베테랑'에서 캐스팅도 힘들었던 악역을 맡아 오롯이 연기로 캐릭터를 완성하며 힘을 받았고 '사도'까지 기운을 이어갔다면,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의 역할과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이미지가 절묘하게 일치하며 다시금 제대로 된 포텐을 터뜨렸다는 설명이다. 박소담은 빼놓을 수 없는 올해의 신예. 앞서 '사도', '경성학교'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그녀는 귀신들린 소녀로 '검은 사제들'의 후반부를 책임지다시피 했다. "못 하면 영화가 무너지는 역할인데 너무 잘 해줘 걱정이 안 됐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그럼에도 올해도 극심했던 영화계 쏠림 현장은 이 대표 역시 늘상 우려하는 부분이다. 그는 "천만영화가 나오다보니 더 가려지긴 하지만 전체 수익률로는 좋지 않을 것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겨 300만, 500만 하는 영화들이 나와줘야 하는데 자꾸 큰 영화에 집중이 된다. 반가운 현상은 아니다"고 씁쓸해 했다.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는 이 대표에게도 올해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로 거론됐다. 이 대표는 "그 시리즈에 큰 관심도 없었고 액션영화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너무 놀랐다"며 "아날로그적 액션으로 스토리를 만든 노장 감독의 내공, 강렬한 체험이 인상적이었고 진짜 재미있었다. 내가 시나리오로 접했다면 뭐라 했을까, 사고의 폭을 넓혀야겠다 생각케 한 작품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영화로는 '암살'이 첫 손에 꼽혔다. 여러 인물이 나오는 시대물로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최동훈 감독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한편 영화사 집은 2013년 제작한 '감시자들'의 연출자 조의석 감독의 차기작을 내년 선보일 계획이다. 톱스타들이 거론되고 있는 영화 '마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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