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과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기묘한 동거'

김동영 기자  |  2016.02.03 15:11
FC 서울 주세종과 히로시마 김범용. /사진=FC 서울 제공 FC 서울 주세종과 히로시마 김범용. /사진=FC 서울 제공


FC 서울의 다카하기 요지로(30)는 지난 1월 31일 팀을 따라 일본 가고시마로 전지 훈련을 떠나 옛 동료들과 조우했다. 2003년 자신이 첫 프로생활을 시작해 12시즌간 몸담았던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같은 교세라 호텔을 숙소로 쓰게 된 것.


다카하기는 '옛 동료'들과 오랫만에 해후했지만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었다. 두 팀이 모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에 편성돼 16강 진출을 다투게 됐기 때문이다.

다카하기는 "서울의 동료들이 농담조로 히로시마의 전략을 알아오라고 한다"며 "다른 팀으로 생활하며 히로시마와 언젠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또한 "워낙 친한 선수가 많아 경기장에서 적으로 만나면 조금 괴로울 것 같다. 히로시마와는 이래 저래 인연이 끊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과 히로시마는 매년 가고시마에서 전지 훈련을 하며 같은 호텔을 이용해 왔다. 지난해만 해도 연습 경기를 치르며 화기애애했지만 같은 조에 속하며 두 팀 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이좋게 16강에 오르면 좋겠지만 필요할 경우 상대를 밀어내고 살아남아야 하는 경우가 올 가능성이 더 크다. 특히 올 시즌 히로시마와의 홈경기는 오는 3월 1일, 3·1절에 치른다.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이전에도 히로시마와 아시아챔피언리그에서 맞붙었지만 올해는 더 미묘한 것 같다. 훈련장도 비슷하고 여러 군데서 마주치는데, 조금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살아남아야 하는 게 목표"라며 "올 시즌 전력보강도 잘 된 만큼 히로시마를 상대로도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서울 주세종(26)에게도 히로시마와의 일전은 특별하다. 고등학교·대학교 시절 절친한 사이였던 김범용(26)이 히로시마에 있기 때문. 주세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부산에서 서울로 트레이드 됐고, 김범용은 일본 몬테디오 야마가타에서 뛰다 히로시마에 영입됐다.

학창 시절 미드필더와 포워드로 호흡을 맞췄던 사이지만 이제는 적으로 만나 서로를 막아야 하는 사이가 됐다. 주세종은 "어쨌든 새 팀에 왔으니 자리를 잡고 살아남는 게 목표"라며 "(김)범용이도 팀에서 자리를 잡아 3월 1일에 서로 경기장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범용도 "3·1절에 서울에서 하는 경기지만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팀에서 자리를 잡아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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