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레이스 단독 선두로 올라선 두산 베어스 김재환(28).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낯설다. 두 선수가 홈런레이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거라 예상한 이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과 LG 트윈스 루이스 히메네스의 등장으로 홈런 레이스에 지각 변동이 이는 모양새다.
김재환은 1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투런 홈런 2방을 포함, 5타수 3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1-7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김재환의 활약을 앞세워 두산은 4연패 늪에서 벗어났고, 올 시즌 가장 먼저 20승 고지를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놀라운 활약이다. 2008년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4순위)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은 김재환은 그동안 파워는 갖췄으나,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한 미완의 대기였다. 2014년 52경기에 출장해 3할 이상의 타율(0.306)을 기록했지만 꾸준함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주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48경기에 출장해 홈런 7방을 쏘아 올렸으나 타율이 0.235에 그치는 등, 좀처럼 두산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김재환은 올해 21경기에 출전해 타율 0.413(63타수 26안타), 10홈런 27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아직까지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팀 내에서 60타수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고 홈런은 팀뿐만 아니라 리그에서도 가장 먼저 두 자릿수 고지를 점령했다. 6.3타수 당 홈런 한 방씩을 터뜨리는 등, 페이스도 상당히 가파르다.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28).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는 9홈런으로 김재환에 이어 리그 최다 홈런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직 5월 들어 홈런을 신고하진 못했지만, 그는 4월에만 홈런 9방을 터뜨리며 홈런 레이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페이스만 놓고 보면 충분히 홈런 레이스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재환과 함께 KBO리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다는 불리한 부분이 있고, 최근 홈런 페이스가 주춤하지만 몰아치는 능력과 장타력을 입증한 만큼 변수만 없다면 히메네스 역시 시즌 막바지까지 지속적으로 홈런 레이스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강력한 홈런왕 후보는 NC 외국인타자 에릭 테임즈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7홈런으로 롯데 최준석과 함께 홈런 부문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만큼, 테임즈는 예상과 달리 김재환과 히메네스에 비해 홈런 페이스가 다소 쳐진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 정의윤도 8홈런으로 삼성 최형우와 이 부문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아직 시즌이 시작된 지 약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후보들이 등장함에 따라 홈런 레이스 향방은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김재환과 히메네스라는 조커가 등장한 가운데, 거포들의 홈런 경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