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왼쪽)과 오재일. /사진=OSEN
두산 베어스가 중심타자 자리를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김재환과 오재일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잠재력을 터트리면서 주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4번 타자 자리로 어려움을 겪었다. 4번 타자로 활용하기 위해 데려왔던 잭 루츠와 데이빈슨 로메로가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두산은 팀의 간판 3번 타자였던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를 4번 타자로 활용했다. 4번 타자로 자리를 바꾼 김현수는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즌을 거듭할 수록 4번 타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4번 타자로 제 역할을 해줬던 김현수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두산은 닉 에반스를 영입했다. 큰 기대를 걸었지만 에반스의 타격감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이때 두산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이 오재일이었다. 오재일은 올 시즌 타율 0.392, 장타율 0.662와 함께 5홈런을 때려내면서 두산의 중심타선에서 힘을 보탰다.
하지만 한창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부상이라는 악재가 찾아왔다. 오재일이 옆구리 통증으로 인해 경기에 뛰는데 지장이 생긴 것이다. 경기에 못 뛸 정도의 부상은 아니지만 자칫 잘못하면 만성이 될 수 있어 김태형 감독은 지난 6일 오재일을 2군으로 내렸다. 2군에서 충분한 치료와 휴식을 취하라는 뜻이었다.
오재일이 빠지자 김재환이 그 자리를 곧바로 메웠다. 김재환은 올 시즌 타율 0.413, 장타율 0.968로 타석에서 엄청난 힘을 뽐내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10일 SK전서 연타석 홈런으로 올 시즌 10홈런을 기록하면서 해당 부문 1위로 올라섰다. 그 동안 수비 불안으로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던 김재환은 올 시즌 거포 타자로 발돋움하면서 두산의 새로운 4번 타자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오재일의 1군 복귀 시기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복귀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재일이 복귀하면 두산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오재일과 김재환은 토종 거포로서 팀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줄 수 있는 타자들이다. 하지만 자리가 빡빡하다. 외국인 타자 에반스도 있기 때문이다. 세 명의 선수를 동시에 활용하는 것은 어렵다. 두산은 곧 행복하지만 머리가 아플 수 밖에 없는 고민을 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