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기억' 첫 악역..매력 느껴 또 하고싶다"(인터뷰)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기억' 신영진 역 이기우 인터뷰

이정호 기자  |  2016.05.19 09:55
/사진제공=위드메이 /사진제공=위드메이


배우 이기우(35)를 떠올리면 젠틀하고 차분한 '키다리 아저씨'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이미지가 확고하다. 데뷔한지 어느덧 14년 차가 된 배우지만 이기우는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기억'을 통해 처음으로 악역을 연기했다. 첫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이기우는 강렬한 악역 연기로 신영진이라는 캐릭터를 시청자들 기억 속에 깊숙이 남겼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기우는 욕심이 많은 배우였고, 또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서는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였다. "예전부터 변신을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는 이미지를 탈피하는데 초석을 다져준 '기억'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기억'이 저의 연기생활 중 첫 악역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끝난 것 같아 좋아요. 물론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이번 역을 준비하면서부터 정말 치열하게 했어요. 덕분에 '기억'은 배우 이기우란 사람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종영한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직 '기억' 현장에 대한 여운이 많이 남네요."


'기억'에서 이기우는 한국병원을 자회사로 둔 한국그룹의 부회장 신영진 역을 맡았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라면, 자신과 자신의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사람들을 입맛대로 쓰고 버리는 위선적인 인물이다.

주인공 이성민과 대립하며 극의 흐름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신영진은 한 회에 많아야 2~3신 밖에 나오지 않는다. 수많은 작품 속에 나오는 조연처럼 그냥 묻혀서 흘러갈 뻔한 신영진이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한 데에는 이기우의 노력이 있었다.


"아무래도 첫 악역이다 보니까 준비하는 과정부터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분량을 떠나서 제대로 해내지 못할 바에는 시작도 하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더욱이 지금까지 선하고 착한 역할만 해서 더 도전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특히 조태오부터 남규만까지 재벌 2세 악역들이 시청자들에게 워낙 호평을 받은 터라 다르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런데 보여드리기에는 분량이 적었고 대부분 앉아서 표정으로만 연기를 해야 했어요. 그래서 장면마다 기승전결을 나누고 손동작까지 신경 쓰면서 연구를 했어요."

이기우는 "첫 악역이라 설레는 마음이 컸던 만큼 부담도 컸었다"고 말을 이어갔다.

"기존 재벌 2세들과 색깔이 다른 악역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은 분명히 있었죠. 첫 방송 이후 댓글을 봤는데 대부분 '남규만, 조태오를 따라하고 모방하는 수준'이라는 글이 많았는데 오히려 전투력이 더 상승했죠. 그래도 극이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호평도 많아졌어요. 스스로도 신체적으로는 우월하고 건장한 친구인데 정신이 유아에 머무른, 그런 괴리감을 가진 신영진만이 가진 맛은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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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진행될수록 이기우의 악행은 점점 심해졌고, 시청자들의 분노지수 또한 같이 높아져만 갔다. 이는 이기우가 신영진을 그만큼 리얼하게 표현했기에 가능한 반응이다. 특히 희망슈퍼 할머니를 죽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때 잔상이 아직도 남아서 가끔 떠올라 혼자 고개를 흔들어요. 당시 촬영했을 때를 떠올리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우란 사람은 없었어요. 할머니한테 반말하면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니까. 모니터를 하는데 워낙 저랑 다른 인물의 모습에 3자 입장에서 보는 것 같았어요."

이렇듯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신영진이란 인물을 각인시킨 이기우지만, 그는 아쉬움도 컸다고 말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신영진만이 가진 맛을 보여줬고 시청자들 역시 느꼈기 때문에 '이기우 더 이상 보기 싫을 정도로 잘한다' '저런 사람 실제로 있다면 무서울 것 같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신영진을 잘 표현했다는 뜻의 반응이기 때문에 쾌감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치열하게 연기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하고 준비도 열심히 한 것에 비해 시청자들께 많이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분량이 만약 두 배 정도만 됐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있죠."

그는 박찬홍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이성민도 언급했다. "이렇게 사랑을 받은 적이 없다"며 회상하는 이기우는 촬영장 현장으로 돌아간 듯 즐거워 보였다.

"우선 박찬홍 감독님을 만난 것은 가장 큰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장에서 정말 많은 예쁨을 받았어요. 또 감독님이 현장 분위기를 워낙 밝고 합리적으로 이끌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스태프들에 대한 여운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요. 그리고 이성민 선배는 여전히 한결 같으세요. 늘 후배들이 놀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고 맞춰주시는 선배이시거든요. 그래서 이성민 선배와 늘 함께하는 로펌 식구들(준호, 윤소희 등)들이 너무 부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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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준 '기억'이기에 이기우는 본인 촬영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촬영현장을 찾아 함께했다.

"시작도 같이했고,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겨준 작품이기 때문에 마지막 셔터를 누르는 순간까지 같이 있고 싶었어요. 또 제작진과 스태프, 배우들을 너무 좋아하는데 솔직히 현장에 나갈 일이 많이 없으니까 하루라도 더 함께 있고 싶었어요. 그렇게 종방의 기쁨을 함께 나눴죠."

이렇듯 성공적인 첫 악역 연기, 그리고 좋은 기억만 남긴 '기억'에 대해 이기우는 "두 마리 토끼 이상의 많은 것을 주신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빠른 시일 안에 또다른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작품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하고 같이 했던 모든 사람들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악역을 또 해보고 싶어요. 악역이 가진 매력이 있고, 또 악역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특히 이번 '기억'을 통해 캐릭터를 공부하는 맛을 다시 한 번 알게 됐어요. 지금처럼 학구열이 넘칠 때 작품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제가 가진 선하고 젠틀한 이미지를 탈피하는데 초석을 깔아준 '기억'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 '기억'을 보고 다양한 캐릭터가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악역이 또 들어오면 더 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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