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가 밝힌 '터널'과 김성훈 감독 그리고 먹방(인터뷰)

'터널' 인터뷰

윤성열 기자  |  2016.08.07 07:43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오는 10일 개봉을 앞둔 재난 블록버스터 '터널'(감독 김성훈)은 배우 하정우(38)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영화다. '터널'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극 중 하정우는 무너진 터널에 갇힌 남자 이정수로 열연을 펼쳤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1인 재난극의 진수를 보여준 그의 존재감과 역량이 십분 발휘된 역할이다.

하정우가 연기한 이정수는 자동차 세일즈맨이자 아내와 딸이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서너 평 남짓한 공간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구조를 기다리며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러닝타임 내내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으로 몰입감을 선사한다. 극한의 상황 속에 특유의 자연스러운 애드리브로 웃음을 선사하고, 먹는 연기의 1인자란 타이틀에 걸맞게 생수 한 모금도 야무지게 마시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하정우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시사회 후 소감은?


▶편집본 보다 러닝타임이 10분 정도 길었다. 중반부에 한 장면이 추가됐다. 추가하니 좀 더 여유 있게 흘러가는 것 같아 좋았다. 어떤 장면인지는 스포일러니까.

-'터널'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일단 영화적으로 재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 아이러니한 정수의 상황 대처가 가장 흥미로웠다. 만약 영화 안에서 고통스럽고 힘들어하는 모습만 보여줬다면 보는 관객들도 지쳤을 것이다. 캐릭터가 도리어 반대로 연기하는 부분들이 훨씬 더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더 테러 라이브'와 이미지가 겹쳐 보일 거란 생각은 안 했나.

▶시나리오 10페이지 읽을 때까진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 이후엔 완전히 다른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다.

-김성훈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김성훈 감독과는 유독 시간을 같이 많이 보낸 것 같다. 감독님이 영화 '아가씨' 촬영 현장에도 자주 놀러 왔었고, 함께 3박4일 동안 여행을 가서 시나리오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과거 '롤러코스터'와 '허삼관'을 직접 찍으면서 주연 배우가 주는 아이디어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주연배우로서 감독에게 뭐를 뒷받침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더 테러 라이브' 촬영 당시의 경험도 도움이 많이 됐다. 당시 내가 김병우 감독님에게 '끊지 않고 쭉쭉 찍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 나도 예상치 못한 표현들이 나올 테니 골라 쓰면 된다'고 했다. 김성훈 감독님에게도 '더 테러 라이브' 때 작업 방식을 말씀드렸고, 그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3~4대 카메라를 동시에 돌리면서 길게 쭉쭉 촬영을 했다.

-김성훈 감독과 함께 여행도 다녀왔다고.

▶굉장히 인상 깊었다. 감독님과 제작자 장원석 사장이랑 같이 갔다. 일본 오사카로 갔다. 왠지 그런데 가면 아이디어가 더 잘 나올 것 같았다. 오사카 역 밑에 있는 커피숍 흡연방에 들어가 6시간 정도 있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터널'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들이 탄생했다. 정말 건전하고 알차게 시나리오 회의를 하고 돌아왔다. '터널'은 유난히 시나리오를 많이 읽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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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아이디어가 들어간 장면이 있다면.

▶원래 영화 막판에 대경(오달수 분)이 하는 일이 불분명해지는 버전이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의견을 드렸더니 마지막에 대경이가 캡슐을 타고 내려가 한 번 확인하는 씬을 만들었더라.

아무래도 감독을 해본 경험이 내겐 좋았던 것 같다. 먼저 내 캐릭터를 보기보단 관객의 입장에서 전체를 보면서 영화가 어떤 매력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 다음에 캐릭터로 넘어가는 것 같다. 감독님과 함께 전체적인 작품의 흐름과 어떤 사건들이 계속 이뤄지는지에 대해 촘촘히 이야기를 나눴다.

-촬영 중 애드리브가 엄청 많았다고 들었다. 일부로 애드리브를 준비하고 가는 스타일인가?

▶물론 준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선택된 애드리브는 감독님의 의견이 많이 들어간다. 처음에 말은 내가 꺼냈지만 같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그것을 좀 더 발전시켜나간다. 때문에 혼자 했다고 보기 힘들다. 협업이다. 김성훈 감독은 배우가 감독님을 계속 만나고 싶게끔 말 하나 하나에 너무 귀를 기울여주고, 그 자체로 너무 재밌어 해준다. 나도 신이 나서 마치 아이디어 뱅크가 된냥 다 던지게 된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이제까지 찍은 영화 중 활동 반경이 가장 좁은 것 같다.

▶그렇다. '더 테러 라이브'의 경우 시야가 좀 트여 있었다. '터널'은 그래도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었다. 자동차 앞자리와 뒷자리를 왔다 갔다 하고 나중에 차량 뒷문 열려서 사용하기도 하고, 상대적이지만 그렇게 공간을 확장하는 면에서 흥미로웠다.

-계속 앉아서 촬영을 하다 보니 힘들지는 않았나.

▶도리어 집중이 잘 됐다. 좁은 공간 안에 카메라가 다 숨어있으니까 집중하기 좋더라. 배우도 연기할 때 민망한 것은 똑같다. 아무래도 스태프 100명이 쳐다보고 있으면 집중하기 힘들다. 반면 '터널'은 다 가려져 있으니까 몰입하는데 도움이 됐다. 카메라가 돌 사이 사이에 있었다. 조명도 휴대폰 플래시, 손전등 등 영화에서 등장하는 물건 외엔 따로 없었다. 조명 감독님이 우스갯소리로 조명은 하정우라고 하더라.(웃음)

-매 작품마다 '먹는 연기'에 대한 관심을 늘 받는데, 이번에 부담감은 없었나.

▶그런 것은 없었다. 다만 개 사료를 먹는 게 시나리오에 있었는데 너무 웃겼다. 재밌고 새롭더라. 이제 내가 출연하는 영화가 나오면 영화의 본질과 캐릭터보단 뭘 먹는지를 보시더라. 하하. 그래서 '군도'를 찍을 때는 아예 노려서 대파를 먹는 장면을 찍었다. '먹방'은 건빵을 사면 안에 별사탕을 대하듯 별책부록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터널'에서 개 사료를 실제 먹었다고,

▶70~80알 정도 먹었다. 퍽퍽하긴 한데 먹을 만했다. 촬영장에서 개 관리해주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개 육포도 드시더라. 사료도 먹어도 된다고 해서 먹었다. 맛은 간이 좀 안돼 있는 느낌이다. 많이 먹으면 기분은 좀 언짢지만 괜찮았다. 살다 살다 별걸 다 먹는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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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을 하면서 실제 터널을 지나다녀 보면 기분이 어떤가.

▶사실 영화상 설정이기 때문에 별 생각은 안 들었다. 엘리베이터 탈 때는 좀 걱정되는 것은 있다. 최근에 엘리베이터에 두 번 정도 갇혀봤다. 엄청나게 긴장 되더라. 끔찍했다. 엘리베이터의 공포는 딱 멈춘 다음 자기 맘대로 움직일 때다. 갑자기 위로 쫙 올라간다. 그 후론 엘리베이터 탈 때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안 탄다. 집이 8층인데 웬만해선 계단으로 왔다 갔다 한다.

-실제 타는 차량에는 영화 '터널'에서처럼 먹을 것들이 비치돼 있는가.

▶그렇다. 생수 한 박스, 담배 한 보루, 간단한 과자류 등이 있다.

-'터널' 연기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던 것이 있다면.

▶릴렉스였던 것 같다. 즉흥 연기가 많이 있어서 릴렉스 한 상태에서 연기를 해야겠단 마음가짐 정도였다. 영화 후반부엔 수염을 직접 길렀다. 살도 뺐는데 영화에선 티가 잘 안 나더라.

-지난해 최동훈 감독의 '암살'로 1000만 누적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몰이를 했는데, '터널' 어느 정도 성적을 예상하는가.

▶음..내 입으로 말할 수는 없다. 1000만 영화라.. 맘 적으로 그 정도 스코어가 됐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있다. 기대하고 기원할 뿐이다. 잘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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