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포스터'
3000만명 가까운 관객이 극장에 다녀간 2016년의 여름. 한국영화 빅4가 선전하며 제대로 관객몰이를 이어간 가운데 외화들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가장 선전한 작품은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이다. '슈퍼배드', '미니언즈'를 성공시킨 일루미네이션의 신작 애니메이션은 지난 3일 개봉 이후 229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단순한 스토리에도 사랑스럽고도 유쾌한 캐릭터, 실제 반려동물들이 생각나게 하는 생생한 묘사가 담긴 전체관람가 작품으로서 쏠쏠히 관객을 모았다. 시리즈의 후광을 업지 않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인지도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한국 여름 극장가에서 거둔 성적임을 감안하면 더욱 돋보인다.
돌아온 제이슨 본 맷 데이먼을 앞세운 액션물 '제이슨 본' 또한 약진했다. 지난 달 27일 개봉 이후 현재까지 모은 관객이 259만 명.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맷 데이먼이 9년 만에 뭉쳤다는 화제성, 여름 극장가 유일한 첩보 액션물이라는 차별점이 통했다. 덕분에 '제이슨 본'은 "역시 제이슨 본" 혹은 "전작만 못하다"는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본' 시리즈 최고 흥행작 '본 얼티메이텀'의 관객 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쏠쏠한 관객몰이에 성공한 또 하나의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순흑의 악몽'이다. 지난 8월 3일 개봉 이후 모은 관객 수가 50만 명에 이른다. 1997년 첫 극장판이 나온 지 20주년을 맞아 제작된 '명탐정 코난:순흑의 악몽'은 문제의 검은조직 멤버들까지 등장시키며 팬들을 흥분시켰고, 현란한 액션, 드라마를 내세워 충직한 어린이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기대 이하의 성적에 아쉬움을 삼킨 작품도 있었다. 대표적인 영화가 DC 빌런들의 소동극 '수어사이드 스쿼드'다. 마고 로비의 할리 퀸이 개봉 전부터 신드롬 가까운 인기를 모으면서 기세등등하게 출발했으나 국적을 가리지 않은 혹평 속에 흥행세마저 추락했다. 지난 3일 개봉 이후 지난 23일까지 누적 관객은 188만 명.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이 기록한 225만 명에도 크게 못 미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마이 리틀 자이언트'도 흥행 실패를 만회하지 못했다. 흥행 마술사 스티븐 스필버그와 영국 동화작가 로알드 달이 만난 판타지에 제작비 1억4000만 달러가 투입된 대작이지만, 지난 7월 북미에서 개봉했을 당시부터 참담한 성적을 거두며 여름 최악의 흥행실패작이란 오명을 쓴 상태. 혹시나 해외 수입으로 이를 만회할까 싶었겠지만, 한국에서도 반응이 차갑다. 지난 10일 개봉 이후 현재까지 누적 관객은 고작 10만 명이다.
'스타트렉 비욘드'의 성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할리우드에선 전통의 인기 시리즈지만 사실 한국에선 '스타트렉'이 그만한 메이저 SF물은 아니다. 전작인 '스타트렉:더 비기닝'(2009)가 111만 명,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가 160만 관객을 모았을 정도다. 3편인 '스타트렉 비욘드'가 지난 17일 개봉 이후 지난 23일까지 누적 관객은 78만여 명. 크리스 파인, 재커리 퀸토, 사이먼 페그 등 주연 배우 3인방과 저스틴 린 감독이 방한까지 했지만 흥행 효과는 미미한 상태.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편 '스타트렉 다크니스'와 엇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한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