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타 히데오 감독 / 사진=이동훈 기자
일본 공포영화 '링' 시리즈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나카타 히데오(55) 감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1970년대 일본 영화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로망 포르노' 재건 프로젝트로 관객을 만난다.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영화 '화이트릴리:백합'을 들고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화이트릴리:백합'은 여자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고통스러운 사랑에서 시작하여 이를 이겨내기까지의 과정을 다루는 한 여자의 성장기이자 숭고한 사랑 이야기의 절정을 담은 한 편의 로망 포르노다.
영화 '링' 시리즈를 비롯해 '령', '데스노트' 등 공포영화를 주로 연출했던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로망 포르노 프로젝트에 합류해 로망 포르노의 부흥을 이끌게 됐다.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또 '로망 포르노'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그에게 직접 물었다.
-공포영화를 주로 만들다가 로망 포르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 내가 31년 전 일본 니카츠 스튜디오에서 조감독으로 일하던 당시 이 로망 포르노 프로젝트를 동경했다. 왜냐면 로망 포르노는 영화 속에 러브신을 자주 넣어야 한다는 규칙을 제외하고는 감독에게 재량권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영화보다 많은 자유를 주기 때문에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조감독이기 때문에 만들 수 없었고, 당시 느꼈던 동경으로 이번 로망 포르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공포 영화(호러)와 로망 포르노(에로스)는 굉장히 다른 장르라고 느껴지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차이점을 느꼈나.
▶ 호러와 에로스는 다른듯 하지만 닮아있다. 호러는 주로 인간의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는 장르이고 에로스는 인간 뇌에 있는 동물적인 본능 그리고 성욕을 자극한다. 호러 에로스 모두 인간의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것은 자극하는 장르라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 70년대 인기를 끌었던 로망 포르노를 왜 지금 이 시점에 다시 재건 하려고 하는가.
영화 '화이트 릴리:백합' 스틸컷
▶ 원래 로망 포르노 프로젝트는 1971년도에 시작해서 28년간 1100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로망 포르노는 AV(Adult Viedo)와는 다르다. 아슬아슬하게 보여주지만 하드코어는 없다. 최근에 와서 로망포르노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4년 전 로망 포르노 명작을 다시 상영했는데 당시 관객층의 절반 이상이 젊은 여성 관객이었다. 이에 로망 포르노를 좀 더 예술적인 작품으로 승화시켜 현대적인 삶을 사는 여성들을 재조명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하게 됐다.
-70년대의 로망 포르노는 10분에 한 번씩 정사 장면이 나와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는데, 그런 규칙들이 지금도 여전한가?
▶ 과거에는 로망 포르노가 60분~65분 정도의 길이로 만들어 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60분은 너무 짧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70분에서 80분까지 늘리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정리됐다. 10분마다 꼭 정사 장면이 나와야 된다는 것이 규칙은 아니다. 다만 영화 런닝타임이 80분 정도라면 정사 장면이 7회 정도는 나와야 한다는 규칙은 있다. 내 영화 '화이트 릴리'에는 정사 장면이 6회 정도 나온다. 하지만 로망 포르노는 그런 원칙만 지키면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나카타 히데오 감독 / 사진=이동훈 기자
-로망 포르노가 다른 에로 영화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 외국에서 포르노라고 하면 하드코어적인 포르노를 뜻한다. 하지만 일본의 로망 포르노는 다르다. '로망'은 프랑스어로 이야기라는 뜻이다. 드라마성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에로틱 필름이 로망 포르노인 것이다. 로망 포르노에는 굉장히 노골적인 성행위는 없다. 일본에서 올해의 영화 베스트 10을 선정할 때 그 중 2편 정도는 항상 로망 포르노가 선정됐다. 그만큼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나도 이 프로젝트에 자부심을 가진다.
- 70년대에 성공했던 로망 포르노 프로젝트가 지금도 성공할 수 있을까.
▶ 시대적으로 볼 때 그 당시 로망포르노가 전성기 맞았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 당시 로망 포르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절박함이 있었다. 또 당시 니카츠 전용 상영관도 100개가 넘었기 때문에 부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70년대 같은 전성기를 생각할 수는 없다. 현재 일본 영화계에서 오리지널 각본으로 승부 하는 영화는 5%밖에 없다. 95%는 만화나 소설이 원작인 안전한 작품이다. 하지만 로망 포르노는 직접 쓴 각본으로 만드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 통해 만들어진 5편의 영화가 성공한다면 영화계에 또 다른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전에 한국의 김기덕 감독도 로망 포르노 프로젝트의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로망 포르노가 국경을 넘어선 프로젝트로 공동제작 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