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도..남이 하면 갑질, 내가하면 팬서비스?

[기자수첩]

김현록 기자  |  2017.01.06 11:17
사진=\'너의 이름은\' 포스터 사진='너의 이름은' 포스터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같은 사건을 입장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는 일은 비단 사랑 이야기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정식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관심을 받고 있다. 꿈 속에서 몸이 뒤바뀐 시골 소녀 미츠하, 도시 소년 타키의 이야기를 그러낸 이 아름다운 판타지는 이미 일본에서 1640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화제작이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모았고, 개봉을 앞두고 한국에서도 열기가 뜨거웠다. 결국 지난 4일, '너의 이름은'은 '마스터'를 제치고 개봉일 흥행 1위에 올랐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건 13년 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처음이다. 개봉 첫날 관객수는 13만 8028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오프닝 스코어 5만 2955명을 월등히 앞섰다. 마니아용 작품이나 박스오피스의 변방으로 취급받던 일본 작품으로는 실로 돋보이는 성적이다.

그러나 변칙과 꼼수는 의미있는 성적을 무색케 한다. '너의 이름은'은 개봉을 앞둔 지난 주말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열어 관객과 만났다. 지난 12월 31일과 1일 275개 스크린에서 340회 넘게 상영해 7만4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연말연시의 주말, 저녁 시간대에 관을 열어 상당수 관객을 끌어모은 것이다. 관객의 "요구"나 "관심"에 힘입어 이뤄지는 팬서비스나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게 개봉 전 유료시사회를 여는 영화들의 한결같은 입장이지만 엄연한 꼼수요 편법이다. 같은 기간 상영되는 영화들, 특히 대규모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한 작품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이는 작은 영화들의 설 자리를 빼앗고, 배급 질서를 흐리는 일이다. 더욱이 주말과 연말연시가 겹친 그 이틀은 스크린만 잡으면 관객이 드는 대목 중의 대목, 황금 타임대였다.


꼼수 개봉이라는 비판에 대해 수입사 미디어캐슬과 배급사 측은 모두 "팬 이벤트 차원에서 진행된 사전 이벤트였다"고 입을 모았다. "마니아나 팬들이 많아 특별 제작 포스터를 드리는 소규모 행사를 기획했는데 극장 측 요청이 많았고, 생각보다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쉽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이자 유일한 1000만 영화인 '부산행'의 경우 대규모 유료시사회로 빈축을 샀다. 그에 앞서선 히어로물 '데드풀'이 개봉 전 시사회, 전야 개봉이란 꼼수를 부렸다. 화제성으로나 호감도로나 예정된 흥행작었고, 갑질이나 다름없는 세 과시에 작은 영화들이 무더기로 피해를 봤다. '너의 이름은' 또한 어쩌면 그런 세 과시에 피해를 볼 수도 있었을 작품이었다. 그러나 입장이 바뀌니 같은 세 과시가, 같은 변칙과 꼼수가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된다. 남이 하면 갑질, 내가 하면 팬서비스라니, 씁쓸하고도 안타까운 영화계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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