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큐어' 집착적 비주얼의 호러스릴러①

[리뷰]'더 큐어'

김현록 기자  |  2017.02.08 07:00
사진=\'더 큐어\' 스틸컷 사진='더 큐어' 스틸컷


고어 바빈스키 감독의 '더 큐어'(A Cure for Wellness)는 집착적 비주얼의 미스터리 스릴러다. 고색창연한 휴양병원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들에 더해진 으스스한 비주얼과 분위기는 그것만으로도 시선을 붙든다.


월스트리트의 젊은 야심가 록하트(데인 드한 분)는 스파로 요양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겠다는 편지를 남긴 CEO를 데려오려 스위스의 고성에 있는 웰니스 센터를 찾아간다.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웰니스 센터는 시간이 멈춘 듯 고풍스러운 시설에서 부유한 노인들을 상대로 전통적인 '물' 치료법을 고집하는 곳이다.

면회시간이 지났다며 찾으러 간 CEO를 못 만나게 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잠시 숙소에 다녀오려던 록하트는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한다. 깨어나니 다리에 깁스를 한 그는 이미 센터의 환자. 어려서부터 치료를 받고 있다는 신비로운 소녀 한나(미아 고스 분)는 그런 록하트에게 센터를 떠난 이는 아무도 없다며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던진다.


포기하지 않고 CEO를 찾으려던 록하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치료에 들어가겠다는 센터의 오묘한 폭력성, 병증보다 기이한 치료법에 의심을 품는다. 그리고 점점 더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목격한다. 200년 전 고성에서 벌어졌다는 끔찍한 사건도 불안감을 더한다.

일단 '더 큐어'는 보는 맛이 상당하다. 뉴욕의 회색 빌딩숲을 벗어나 도착한 알프스의 웰니스 센터는 현대인을 욕망과 스트레스에서 구원할 신천지처럼 보인다. 고풍스러우며 비현실적일 만큼 흐트러짐 없는 아름다움은 허나 그 자체로 묘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고성에 만들어진 정갈한 근대식 병원과 미소마저 새하얀 의료진들은 고딕 호러의 기운까지 풍긴다. 꿈틀거리는 촉수 같은 장어들은 오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기괴함을 더한다. CF 감독 출신으로 '캐리비안의 해적' 등을 연출했던 고어 바빈스키의 집착에 가까운 비주얼 우선주의가 영화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다.


하지만 성인 관객만을 염두에 두고 끝까지 밀어붙인 비주얼과 이야기는 위험요소도 상당하다. 미칠 지경이 되어가는 록하트를 따라가는 사이 자극의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가학적인 몇몇 장면이나 설정은 지켜보기 거북할 정도다. 이야기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를 이어가며 끝까지 긴장감을 가져가는 데 성공하지만, 그 끝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센터의 비밀이며 설정 또한 호오가 극명히 갈릴 듯하다.

할리우드의 신흥 퇴폐미 선두주자 데인 드한은 병약하고도 신경질적인 이미지와 딱 떨어지는 역할을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끈다. 비밀을 품은 소녀로 분한 미아 고스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의문의 병원장 폴머 박사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말포이 아빠, 제이슨 아이작스가 맡았다.

민물장어 요리가 한동안 당기지 않을 듯하다.


2월 15일 개봉. 러닝타임 146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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