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 감독 / 사진=스타뉴스
"영화라는 것 자체는 만국 공통."
'러브레터', '4월 이야기', '릴리슈슈의 모든 것', '하나와 앨리스', '립반윙클의 신부'… 섬세하고도 개성있는 이야기로 사랑받아온 일본 이와이 슌지(55) 감독이 첫 한국영화에 도전했다. 글로벌 브랜드 네슬레가 콘셉트 무비를 온라인으로 선보이는 '네슬레 씨어터(Nestle Theater)'와 손을 잡고 4편의 단편 연작 '장옥의 편지'를 유튜브를 통해 선보였다. 유튜브를 통해 감상이 가능하다.
'장옥의 편지' 주인공은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샐러리맨 남편을 둔 전업주부 은아다. 한국은 물론 일본, 할리우드 등 세계무대에서 활발히 활약 중인 배두나가 주연을 맡았다. 가사 일엔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남편(김주혁 분)을 두고 가시 돋친 소리를 해 대는 시어머니(이주실 분)까지 간호하는 주부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는 다른 나라 감독이 그렸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생하다. 그런 그녀가 따뜻한 위로를 받고 가족과 화해하는 순간은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언어적인 문제는 있었지만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제를 극복하고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는 이와이 슌지 감독을 스타뉴스가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언어가 다를 뿐, 한국인과 일본인은 다를 바가 크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예전에도 수차례 함게 작품을 만든 네슬레로부터 커피의 힘을 주제로 스토리 있는 영화를 표현해보는 게 어떤가 상의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고민 끝에 가족간의 사랑을 그림과 동시에 가족간의 갈등을 커피가 완화시키는 내용전개를 제안했다.
-일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게 맞나 싶을만큼 리얼하게 다가오는 묘사도 있고 이와이 슌지 감독이 연출하는 첫 한국어 영화로 알려졌지만 그걸 몰랐다면 한국 감독이 연출했다고 해도 의심하지 않았을 것 같다.
▶영화라는 것 자체가 만국공통이며 인간이란 언어 자체는 틀릴지라도 대부분 느끼는 것은 같다고 생각한다. 감정표현은 모든 인간이 비슷하다. 그리고 그 표현을 받아들이는 느낌도 비슷하다. 일본인이 느끼는 화난 연기가 다른 나라에서 행복한 느낌의 연기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저 자신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 내에서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사진='장옥의 편지' 한 장면
-한국어란 다른 언어를 쓰는 배우를 캐스팅해 한국어 영화를 만든다는 것. 흥미로운 도전이면서 쉽지 않은 도전이기도 했을 텐데.
▶아무래도 언어가 다르다 보니 처음엔 소통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다만 반대로 언어 이외에는 어려움이나 위화감은 전혀 없었다. 일반적인 일본인과 한국인은 말하는 언어가 틀릴 뿐 그 외에는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연한 계기로 이번에 한국영화를 만들게 되었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향후 어떤 나라의 사람들과도 함께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다음엔 다른 감독들이 도전하지 않은 무언가에 도전해보고 싶다.
-고부관계나 부부관계에 대한 리얼한 묘사가 눈에 띈다. 일본의 고부관계. 남편과 아내의 모습도 한국과 비슷한지 궁금하다. 소녀가 아닌 두 아이를 둔 어머니가 주인공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지금까지 몇 차례 함께 일해왔고 이번에 각본을 맡은 나츠노(夏野嗣実,필명)씨가 겪은 실화와 느낌이 이번 작품의 주 배경이 됐다. 나츠노 씨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겪은 슬픔과 그녀의 삼대에 걸친 체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그리고 일본의 고부관계, 남편과 아내의 모습도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역시 나츠노 씨의 의견이었다.
-배두나를 비롯해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도 인상적이다. 어떤 이유로 캐스팅했는지, 촬영하며 그 배우들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된 점이 있다면?
▶프로듀서와 캐스팅 디렉터로부터 여러 가지 조언을 얻으면서 신중하게 캐스팅을 진행했고 그들의 추천을 받아 진행했으며 최종적으로 일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배두나를 중심으로 캐스팅하게 됐다. 이전에는 자세히 알지 못했으나 배두나씨는 상당히 자연스럽고 개성적이며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또한, 함께 작업하는 동안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분위기 메이커적인 부분도 있었다.
-영화에서 배두나가 참 맛있게 커피를 마신다. 커피는 휴식이기도 하고 소통이기도 하고 위로이기 하다. 이와이 슌지에게 한 잔의 커피란.
▶극단적인 상황에 있는 주부 배두나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커피'를 마실 때 만큼은 모든 걸 잊고 본연의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의미를 표현하고 싶었다. 저에게 있어 커피 한 잔은 때로는 휴식을 주는, 때로는 영감을 자극하는 존재이자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