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은 타이틀처럼 '힘쎈' 시청률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JTBC 개국 이래 첫 회 시청률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힘쎈’ 시청률이라는 얘기는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2회만에 첫 회 시청률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기록을 내면서 배우들의 시청률 공약까지 쉽게 달성했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방송사, 배우, 시청자에게까지 여러모로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말 그대로 힘쎈 여자가 주인공으로, 어찌 보면 기존의 드라마 여주인공과는 상반되는 캐릭터다. 예쁘고 여리여리한 여주인공이 아닌 힘 센 여주인공이라니 말이다. 그렇다고 팔씨름 좀 이기고, 무거운 물건 좀 드는 정도의 힘이냐? 그것도 아니다. 기분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르면 2층 집이 기둥까지 흔들릴 정도로 과격한 힘의 소유자가 여주인공이다. 이를 다른 말로 풀어놓으면, 예쁘거나 섹시하거나 청순한 여자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드라마 속 캐릭터는 예쁜 여주인공에 멋진 남자 주인공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인공의 직업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이들의 사랑이야기로 극이 전개된다. 지나치게 예쁜 여자와 과도하게 멋진 남자의 로맨스는 너무나 비현실적이기에,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동화 속 판타지를 만들어준다.
이런 사실을 감안해 본다면, ‘힘쎈 여자 도봉순’의 도봉순은 여성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그저 힘센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첫 회부터 바로 도봉순에게 빠졌다. 심지어 도봉순이 너무나 러블리하며 상큼하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도봉순이란 과격한 캐릭터가 어떻게 러블리해졌을까? 이건 바로 박보영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도봉순이란 인물부터 한 번 짚고 넘어가보자. 도봉순은 앞서 말했듯, 힘이 세다. 따귀를 슬쩍 때리면 앞니가 다 날아가고, 신발을 꾹 밟으면 발등은 금이 가며, 닭싸움 한방에 장정의 꼬리뼈가 부러지는 일이 발생할 만큼 상상초월할 정도로 힘이 세다. 이런 도봉순 덕분에 첫 회부터 2회까지 출연자들 대부분이 화면 속에서 날아가고, 구르고, 곤두박질치는 장면으로 등장했다. 설명만으로도 ‘힘쎈여자 도봉순’은 드라마보다 만화로 더 표현하기 쉬울 정도로 비현실적인 캐릭터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만화 같다’라는 것,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만화로 보면 당연히 재미있겠지만, 이 부분이 드라마로 표현될 경우 자칫하면 오글거리며 민망하거나 유치해질 수 있다. 그 동안 만화 원작을 드라마로 각색해서 실패한 경우들이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만화와 드라마라는 장르 차이에서 벌어지는 표현의 간극 때문이다. 하지만, 도봉순은 유치하거나 민망함은커녕 시종일관 유쾌하고 발랄하게 드라마가 전개된다. 여기에 힘을 불어넣는 건 바로 박보영이라는 배우의 힘이다. 그녀는 어떤 역할이든 사랑스러움이라는 옷을 입히는 마력을 지녔다. 영화 ‘과속스캔들’의 어린 미혼모에도, ‘늑대소년’의 늑대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에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의 귀신 보는 소녀에도, 박보영은 어떤 역할이든 귀엽고 재기발랄하게 변신시킨다. 이번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그저 힘 센 점에만 맞춰 부각시켰다면, 지금의 도봉순은 없었을 것이다. 도봉순은 자짓하면 과격해져서 비호감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아담하고 귀여운 박보영이 자신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힘 센 캐릭터를 맡으면서 도봉순이란 인물을 러블리하게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도봉순이라는 캐릭터에선 합격점을 받았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 굳히기, 이것만으로도 50점은 받고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앞으로 전개 될 이야기와 극중 인물들간의 관계가 무궁무진한 걸 볼 때, ‘힘쎈여자 도봉순’은 무난히 백점을 받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도봉순이라 매력적인 캐릭터가 기대된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