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성균 기자
"긴장되네요. 아하하."
KBS 2TV 주말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종영 후 인터뷰가 난생 처음이라는 배우 구재이(31)는 쑥스러운 듯 크게 웃었다. 6일 서울 종로구 스타뉴스 인터뷰실에서 마주한 그는 "방에 갇혀 있으니 마치 취조받는 느낌"이라고 농을 던지며 조금씩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정말 잊지 못할 작품을 만났어요. 제겐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준 작품이죠. 연기에 더 재미를 붙이게 된 것 같아요."
구재이는 지난 2월 26일 종영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대기업 미사어패럴의 맏딸이자 동진(이동건 분)의 전 아내 민효주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극 중 민효주는 재벌 집안에 태어나 자유분방하고 불같은 성격을 가진 악녀 캐릭터. 드라마 속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와 달리 실제 만난 구재이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구재이는 "실제론 전혀 센 척하지 않는다"며 "낯을 좀 가리고 수줍음이 많은 편"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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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이는 극 중 민효주가 처한 상황을 십분 이해하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 입장에서 (민)효주는 정말 안타깝고 안쓰러운 캐릭터"라며 "악녀라도 아픔이 있고, 이유가 있는 인물이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효주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효주 주위엔 자기 사람이 아예 없거든요. 자라온 가정 환경부터가 그래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새 엄마랑 이복 동생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 환경에서 자랐으면 나도 저렇게 삐뚤어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진실 커플' 이동건(이동진 역)과 조윤희(나연실 역), '차란 커플' 차인표(배삼도 역)와 라미란(복선녀 역), '아츄 커플' 현우(강태양 역)과 이세영(민효원 역) 등 극 중 여러 러브라인을 탄생시키며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하지만 구재이가 연기한 민효주는 해피엔딩과 거리가 멀었다. 마지막까지 이동진에게 미련이 남아 눈물을 흘리다 결국 홀로 벨기에로 유학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마지막까지 전 커플들 사이에서 쓸쓸히 있었죠. 감독님에게 '효주도 남자 친구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전 솔로로 남았어요.(웃음) 마지막 회를 찍는 내내 외로웠어요. 마지막엔 우는 신이 많아 힘들기도 했죠. 효주를 생각하면 너무 불쌍해서 더 눈물이 났죠. 하지만 효주에게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벨기에에서 맥주랑 와플 먹으면서 남자친구를 만났을거에요. 하하."
극 중 이동건과 조윤희의 '진실 커플'은 현실에서 '진짜' 연인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구재이는 "기사로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며 "두 분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방송 마지막에 얼굴도 닮게 나오더라. 솔직한 마음으로 끝까지 좋은 결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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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그동안 35%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을 나타내며 주말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구재이도 드라마로 부쩍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한번은 친구들이 사우나에 가자고 해서 갔는데, 아주머니들이 한 분, 두 분 알아보기 시작해서 민망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아니라고 했는데, '뭐가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드라마에선 엄청 못되게 보이더니 실제론 착해 보인데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54회를 끝으로 6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데뷔 첫 장편 드라마에 도전했던 구재이는 "긴 호흡을 갖고 연기를 하니까 좀 더 집중이 잘 됐다"며 "회차가 지날수록 역할에 더 빠져들게 되더라.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장편 드라마니까 부족하면 더 채워 나갈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많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속 자신의 연기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은지 묻는 기자에게 "80점을 주겠다"며 "아직 많이 부족해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박준금 선배님이 많이 가르쳐 주셔서 도움이 됐다"고 이유를 전했다.
적지 않은 시간 촬영이 이뤄진 만큼 동료 배우, 스태프와도 더욱 돈독해지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현장 분위기가 항상 즐거웠어요. 촬영장에서 인상 쓰는 사람 한 번 못 본 것 같아요. 여름, 가을, 겨울 세 계절을 함께 보내서 그런지 더 끈끈한 전우애 같은 게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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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생 만 31살 구재이의 인생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서울예술고교와 이화여대에서 무용을 전공한 그는 일찍이 '배우'가 아닌 '무용수'로서 꿈을 꿨다. 그러나 다시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 우연한 기회로 모델 일을 시작하면서 제2의 인생을 걷게 됐다.
"남들도 그렇듯, 어릴 때 대학에 가면 다 어른이 되는 줄 알았어요. 알고 보면 그 때부터 정말 시작인 거잖아요.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을 때 새로운 열정을 찾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한 게 모델 일이었고, 지금은 연기가 됐죠. 모델도, 무용도, 연기도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생각해요."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10월 KBS 2TV '드라마 스페셜-추한 사랑'에서 처음 주연을 맡으면서부터라고 했다. 이후엔 차근차근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 경험까지 쌓고 있다.
"처음 어디에 소속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한 작품이 없었는데, '추한 사랑'을 하면서 감독님과 배우분들과 함께 얘기하면서 소속감을 느꼈죠."
"연기를 평생 업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는 구재이는 앞으로 "사람 냄새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면서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연기자로서 더 큰 성장을 꿈꾸는 구재이, 그가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뭘까.
"키가 커서 도도한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거든요. 제 이미지와는 좀 반대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에 등장하는 재밌는 캐릭터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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