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수모를 당한 한국 야구 대표팀.
"지금 덕아웃을 보면 파이팅을 외쳐주는 선수가 없어요. 분위기가 너무 침체 되어 있어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안방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훈련 준비 과정에서부터 실력, 경기에 임하는 태도, 심지어는 정신력의 문제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야구 팬들은 결과는 둘째치고 투지가 실종된 대표팀의 모습에 가장 분노했다. 이는 선수단을 하나로 묶을 덕아웃 리더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메이저리그와 국제 대회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찬호 해설위원도 이 점을 지적하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7일 네덜란드전을 중계하던 박찬호 위원은 한국이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끌려가자 생동감이 사라진 덕아웃 분위기를 꼬집었다.
박 위원은 "이럴 때일수록 덕아웃에서 파이팅이 넘쳐야 한다. 과거 대회 때는 베테랑들이 그런 역할을 해줬다. 저도 그렇고 이종범 위원도 그랬다. 삼진 먹고 들어와도 괜찮다고 다독였다"면서 현 대표팀에는 정신적 지주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세밀하고 끈질긴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주자는 많이 내보냈으나 팀배팅에 의한 진루타 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타격 컨디션은 둘째치고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았다. 선수들이 태극 마크 아래에 똘똘 뭉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박 위원도 경기 막판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끝까지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처럼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침체되지 않도록 선수들이 부지런해져야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꿔야한다"고 분위기를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은 끝까지 무기력했다. 오히려 네덜란드전이 끝나고 성의없는 경기를 했다며 팬들에게 융단폭격을 당했다. 특히 주장을 맡은 김재호는 지고 있는데 웃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노출돼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받았다. 0-5로 뒤진 8회초 1사 1루의 귀중한 찬스에서 김태균이 병살타를 치자 헛웃음을 짓는 선수들의 모습도 방송에 노출됐다.
백번 양보해서 정규시즌보다 한참 앞서 시작하는 대회에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이 아닐 수 있다. 그나마 이조차 모든 팀이 같은 조건이라 납득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유일한 핑계 거리는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신력과 투지, 근성은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 요소들이 아니다. 가장 쉽고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이런 요소들이 대표팀에 없었고 팬들은 분노했다. 과거 대회처럼 분위기를 끌어갈 수 있는 정신적 지주 아래 뭉쳐 악착같은 경기라도 했다면 이 정도 비난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