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원 "데뷔 17년, 원톱 욕심보다 작품이 중요해요"(인터뷰)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배우 강예원 인터뷰

이경호 기자  |  2017.03.10 10:17
배우 강예원/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강예원/사진=김창현 기자


예쁜 모습도 좋지만 화장기 없이 맨 얼굴을 드러낼 때 더 예쁜 배우가 있다. 강예원(37)이 그렇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감독 김덕수)로 돌아올 그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까.


강예원은 오는 16일 개봉될 '비정규직 특수요원'으로 관객들과 만남을 앞뒀다. 영화는 보이스피싱 일망타진을 위한 국가안보국 비정규직 요원 장영실(강예원 분)과 경찰청 형사 나정안(한채아 분)의 불편하고 수상한 합동수사를 그린 언더커버 첩보 코미디다.

이번 작품에서 그녀는 한껏 망가지 외모로 일단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소심하고 어눌한 말투로 시대에 아픔을 고스란히 반영한 비정규직 역할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물론 시종일관 우울한 캐릭터는 아니고, 웃음을 가미한 인물이다.


강예원은 한껏 치장한 모습보다 꾸밈없는 털털함이 매력적이다. 종종 예측할 수 없는 돌발발언을 하기도 하는 4차원.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도 강예원은 장영실을 만나 자신의 장점을 한껏 발휘했다. 특히 캐릭터 설정에서는 아낌없는 애정을 쏟아부었다.

"영화에서 장영실을 맡게 됐을 때 '어떻게 연기해야 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안경도 써보고, 옷도 막 허름한 거 입어보니까 캐릭터가 나왔어요. 안경은 제가 미국 브루클린 가서 사왔죠. 이후 감독님한테 갔는데 '누가봐도 장영실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녀가 영화에서 입고 나온 옷은 목 부분이 늘어지거나, 팔 부분이 축 늘어져 있다. 이 모든 것을 직접 구매했다고 하니 참 놀랍다. 화사하고 예쁜 옷도 아니고, 예쁜 화장도 하지도 않은 그녀였다. 사실 여배우라고 하면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텐데 강예원은 아니었다. 여성스러운 캐릭터와는 먼 자신의 코믹 캐릭터에 대해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제 눈에는 (여성스러운 모습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 저는 만족하는데, 남자들은 못생겼다고 뭐라고 해요. 저는 그게 망가진 게 아니라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이상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웨이브나 세팅한 헤어 스타일도 안 좋아해요. 그래서 작품에서도 죄수복 입거나 허름한 옷 입는 게 좋아요. 음, 저는 프랑스 여차처럼 트레이닝복이나 늘어진 티셔츠를 좋아해요. 또 반지나 하이일, 액세서리 이런 것도 없어요. 거추장스러운 거 싫어해요."

강예원은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여성미가 없어 함께 호흡한 남자 배우들도 놀렸다고 했다. 남궁민, 조재윤이 "때릴 수도 없고"라면서 장난을 했다고 했다. 이에 강예원은 "이래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반발심이 생겼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두 남자 배우의 놀림에 제법 화도 났을 법 한데, 그녀는 두 사람과의 호흡도 좋았다고 했다. 특히 남궁민에 대해서는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남궁민 씨는 진짜 솔직해요. 그리고 (성격이) 맑아서 좋았어요. 제가 되게 의지하고 싶었는데, (촬영장에) 얼마 안 있다가 가셨어요. 그러면서도 저한테 응원을 많이 해주셨죠. '요즘 여배우가 없다. 힘내라'면서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로코 스릴러로 남궁민 씨와 다시 만나고 싶어요.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같은 로코 스릴러로 만나고 싶고, 남궁민 씨가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맡았던 그런 역할(남규만)이면 좋겠어요."

배우 강예원/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강예원/사진=김창현 기자


'비정규직 특수요원'에 대한 강예원의 애정은 각별했고,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에게도 그러했다. 특히 한채아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이해와 응원으로 가득했다. 특히 지난 8일 영화 홍보를 위한 자리였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한채아가 차세찌와 열애 사실을 밝히면서 영화 알리기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예원은 한채아의 돌발 행동에 응원을 해줬다.

"채아가 그렇게 얘기해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사실 둘이 사귀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그렇게 얘기할 줄은 몰랐어요. (한)채아가 그래도 용기가 있었어요. 회사와 상의 없이 그랬는데, 여자배우가 사실 (열애) 맞다고 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또 채아가 '내가 왜 회사랑 얘기해야 될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채아는 숨길 이유가 없죠. 그래도 얘기 할 줄 몰랐어요. 저는 언론 인터뷰 할 때나 이야기 할 줄 알았거든요."

강예원은 용기 있는 한채아를 응원하면서도 자신은 공식석상에서 절대 그런 일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한채아처럼 밝힐만한 남자도 없었다. 연애는 하고 있지 않는 자신을 위해 한채아가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고 했다.

"저는 채아처럼 그렇게 못해요. 그 자리에 영상(카메라)이 다 찍고 있는데 어떻게 말해요. 전 심장 떨려서 절대 못해요. 그런 증거 안 남길 거예요. 그리고 채아가 자기 일(열애 고백) 끝내놓고 저 도와준다고 했어요."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강예원. 연애도 중하지만 이제 결혼도 생각해 봐야 할 시기다. 하지만 그녀는 서둘지 않는다. 소심한데 신중하다.

"꼭 해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안 해야지 이런 것도 아니고요. 지금 남자가 없어서 외롭고, 죽을 것 같다는 것도 아니거든요. 외로움을 즐기다보니까 오히려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 것에 편해졌거든요. 그리고 사랑에 대해 저는 굉장히 겁이 많아요. 사랑 때문에 주저앉는 게 싫거든요. 옛날 연인들을 생각해 보면 굉장히 오래 사귀었어요. 그리고 아니다 싶으면 시작도 안했죠."

배우 강예원/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강예원/사진=김창현 기자


자신의 생각, 소신에 대해서는 당당한 강예원이다. 영화에서 다룬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도 울분을 토한다. 공감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생각이다.

"저도 항상 비정규직이에요. 작품을 하려면 또 계약해야 하고, 아니면 그냥 있어야 하죠. 저는 이런 것(비정규직)에 (사회적으로) 보장이 안 되는 것에 불만이 있는 것 같아요. 또 우리나라는 노후 보장도 잘 안 되어 있는 것 같고요. 나라가 정신을 차려서 국민들이 안정된 삶을 살았으면 해요."

때로 4차원이라고 불리는 강예원이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줏대가 있었다. 이는 작품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마음가짐으로도 이어진다. 최근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2'에 출연도 그랬다.

"제가 '라라랜드'를 보고 그런 뮤지컬(영화)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성대부종 때문에 목소리가 새서, 고치고 싶었거든요. 마침 아는 분이 '언니들의 슬램덩크2'에 출연을 제안했죠. 이 때 아니면 도전을 못하겠다 싶어서 하게 됐어요."

연기를 하면서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예원은 이제 원톱보다는 잘 되는 작품, 배우들에게 묻어가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이 참 진심어렸다.

"저도 큰 영화를 하고 싶긴 하고, 그런 작품이나 큰 배우들에게 묻어가고 싶어요. 원톱에 대한 욕심보다는 작품이 좋았으면 해요. 캐릭터의 비중보다 제가 어떤 이야기(작품)에 들어가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비중 있게) 나오는 게 힘들어요. 그리고 유명한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예쁨보다 털털함, 솔직하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배우 강예원. 그녀가 앞으로도 소신 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길 기대해 본다.
배우 강예원/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강예원/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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