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성균 기자
1987년 만 8살의 어린 나이에 KBS 드라마 '탑리'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양동근(48)은 성인이 되고서도 연기자로서 탄탄한 행보를 이어왔다. 매 작품마다 개성 있는 캐릭터로 선굵은 연기를 소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다. 지난 2002년 뜨거웠던 월드컵 열기 속에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고복수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9일 종영한 MBC 수목 드라마 '미씽나인'을 통해 모처럼 지상파 안방극장에 복귀한 양동근은 선량하고 정의로운 검사 윤태영 역을 맡아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M아카데미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양동근은 "작품을 하다가 떠나 보낸다는 것은 살점을 떼는 듯한 작업"이라며 뜻깊은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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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빠나 검사나 똑같더라고요."
평소 '악동' 이미지가 강했던 양동근은 최근 한 가정의 가장이 되면서 역할 몰입에 큰 도움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검사가 굉장히 책임감이 필요한 직업인데, 확실히 가정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책임감을 갖고 살다 보니 감정이입이 어렵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극 중 양동근이 연기한 윤태영 검사는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진실을 조작하려는 정부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인터뷰를 한 날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직후였다.
극 중 검사로 열연했던 양동근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했을까.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정의로운 이미지는 아니었잖아요. 정의를 위해 뭔가를 파헤친다는 것이 현실과는 다를지언정,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의를 보여주자 생각하며 연기했죠. 저도 삶에서 그걸 지향하고 있으니 대리만족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도 정의를 사랑하게 됐으니, 검사들이 정의로워지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있어요."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아홉, 연기인생 30년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면 '미씽나인' 속 그의 캐릭터가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양동근도 검사 역을 제안받았을 당시 "당황스러웠다"며 웃었다.
"저희 집안에선 아마 경사였을 거예요. 정말 검사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들 생각해보니 많이 (지위가) 올라갔죠. 이제 대통령 역할까지 쭉쭉 해봐야죠."
/사진=임성균 기자
'미씽나인'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라진 9명의 행방과 숨은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참신한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얻었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씁쓸한 퇴장을 맞았다. 양동근은 낮은 시청률 성적표에 아쉬워하면서도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송 일하는 사람들은 시청률의 노예죠. 그래도 시청률에 종노릇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까봐야 하는 부분이라서요. 다들 열심히 고생하면서 찍었거든요. 시청률은 그랬지만, 반응이 되게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참신한 소재로 한국 드라마의 좋은 도약을 이끌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②에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