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 사진=이기범 기자
"사랑하는 사이고요, 저희 나름대로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부분이고 저희가 책임져야 할 부분입니다."(홍상수 감독),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상황, 다가올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김민희)
홍상수(57) 감독과 김민희(34)가 9개월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담담하고도 당당한 관계 인정이었다. 이로써 지난 6월 불거진 둘의 '불륜설'은 '불륜'이 됐다. 지난달 두 사람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손을 잡고 나타나 "가까운 사이", "존경하고 사랑한다"라고 했을 때부터 이미 '사실상 관계 인정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퍼진 터다. 두 사람이 지난 13일 열린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배급시사회에 동반 참석키로 했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기도 했다.
개인적인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했지만, 그들은 조심스럽게 에둘러 상황을 표현하지 않았다. 베를린영화제 당시보다 더욱 분명하게 서로의 관계를 밝히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을 고백했다. 더 눈에 띄게 다가온 건 '책임'을 언급한 부분이다. 두 사람은 개인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임을 확인했다.
불륜설이 불거진 뒤 9개월, 둘을 향해 쏟아진 따가운 눈초리를 감안한다면 용기있고 당당한 고백임에는 분명하다. 두 사람은 닥쳐올 비난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들은 서툰 응원을 바라지 않았으며, 그저 당당히 사실 관계를 밝힐 뿐이었다. 가정 있는 감독과 촉망받는 여배우의 불륜 고백이라니, 쇼킹한 소식임엔 분명하지만 간통법이 폐지된 2017년 두 사람의 사랑은 위법이 아니다. 불륜도 사생활이다.
하지만 대중적 관심을 모은 둘의 개인사를 옮긴 듯한 영화를 만들어 선보이면서 영화는 영화고 개인사는 개인사라는 듯한 태도를 견지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알려졌든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감독과의 불륜으로 고민하는 여배우의 이야기다. 영화 속 상황은 실제와 다소 다르지만 둘의 현재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나 대사가 가득하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 사진=이기범 기자
홍상수 감독은 "작은 것들을 모아 전체를 꾸민다. 하지만 제 삶을 재현하려 하지 않는다"며 "자전적인 작품을 만들려는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도 그 의견에 동의할까. 그의 말마따나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현실을 그대로 옮긴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불륜설'이 '불륜'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만난 영화는 세간의 궁금증과 짓궂은 관심에 대한 둘 나름의 답변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심지어 타인의 불륜을 두고 쑥덕거리는 대중을 향해 감독은 극중 그녀를 안쓰러워하는 지인의 입을 빌려 핀잔도 준다. "할 일이 없어서 그래. 지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 하면서, 지들끼리 좋아하는 걸 불륜이래."
그들의 지인들은 그리 말할지 모르지만, 스크린으로 보니 쓴웃음이 났다. 홍상수 감독은 이혼 소송 중이고, 그 가족이 겪은 고통도 이미 수차례 전해진 바다. 순수한 사랑이라 응원하기엔 그에 얽힌 안타까운 이들이 여전히 남아 가슴이 무거운 사람들도 아직 많다.
당연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가 싶던 시기, 마침 터져나온 홍상수 김민희의 당당한, 어쩌면 뻔뻔한 불륜 고백이 시원하기는 했다. 그 솔직함과 용기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홍상수 감독의 독특하고도 빼어난 작품이, 홍의 뮤즈로 머물기엔 아까운 김민희의 매력이 계속되길 바란다. 하지만 응원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