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은 '김과장'의 사이다 시대

김미화 기자  |  2017.03.15 17:01
/사진 제공=로고스필름 /사진 제공=로고스필름


'김과장'의 남궁민이 사이다 펀치로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남궁민은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극본 박재범·연출 이재훈 최윤석, 제작 로고스필름)에서 돈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 현란한 언변을 갖춘 삥땅과 해먹기의 대가 김성룡 역으로 무결점 열연을 펼쳐내고 있다. 남궁민은 지금껏 드라마에 등장했던 남자 주인공과는 사뭇 다른, 똘끼 충만하고 어디로 튈지 예상을 할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 김성룡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극찬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남궁민은 얼떨결에 의인으로 칭해지면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의인으로의 변화를 겪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TQ그룹 경리부에 들어온 이후 김성룡(남궁민 분)은 보편타당하고 이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부조리한 사건들과 맞닥뜨려지며 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성룡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허를 찌르는 방법을 동원,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사이다 웃음과 일침을 선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안방극장을 발칵 뒤집었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김과장표 '사이다 펀치' 사례는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는, 대기업의 악습에 반기

김성룡이 선과 악의 환청에 시달리면서까지 심각하게 갈등했던 탓에 그만큼 얻어낸 결과와 다른 사람에게 미친 영향력도 막강했다. TQ택배 노조 시위를 잠재우고자 그룹에서 몰래 제시한 3억을 TQ택배 노조위원장의 조끼를 입고 있던 김성룡이 받게 됐던 상황. 김성룡은 빙탕5000 박스에 담긴 돈 3억을 보고는 망설였고, 결국 합의서까지 쓴 후 이 돈을 자신의 원룸으로 가지고 와 먹고 튈까 말까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김성룡은 노조 시위현장에서 만난 TQ택배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노동현실과 안타까운 사연들을 떠올리며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아야지"라고는 3억 원을 회사로 귀속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김성룡의 행보에 서율(이준호 분)을 비롯한 회사 임원들은 당황스러워했고 김성룡은 "남의 돈 해 먹는 게 인생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라며 화통하게 웃었다. 조직의 와해는 물론 사람을 매수하는 일도, 돈이면 된다는 대기업의 부조리함에 김성룡이 역습을 날리면서 안방극장에 짜릿한 사이다 한방을 안겼다.

인간의 목숨조차 회사의 부속품 같이 취급하는 비열한 행태에 일갈

TQ그룹에서 자발적으로 퇴사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활용한 '제2대기실'의 생생한 현실이 먹먹한 여운을 드리웠던 사례다. 회사 눈 밖에 나면서 해고를 종용받은 김성룡은 제2대기실로 열외 됐고, 그곳에 이미 와있던 총무부 22년차 오세영 부장(홍성덕 qns)을 만났다. 오직 회사를 위해, 가족을 위해 22년을 전심전력으로 일해 왔던 오부장은 치욕스러움과 모멸감을 안겨주는 제2대기실을 참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김성룡은 난간 위로 올라서려는 오부장을 발견한 후 회사가 자신에게는 인생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삶이 무너졌다며 울먹이는 오부장을 향해 "인생은 무슨, 회사가 그냥 회사지! 그것도 이런 빌어먹을 놈의 회사!"라고 거침없는 일침을 던졌다. 김성룡은 "남의 돈 다 해먹고 죄책감 하나 못 느끼는 그런 새끼들도 아주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는데 부장님이 왜 요단강 건널라 그러는데! 거기 올라가서 뒤져야 될 건, 부장님이 아니라 바로 그딴 새끼들이라고!"라며 치졸한 행태를 서슴지 않는 회사의 권력자들을 향해 분노서린 일갈을 쏟아냈다. 어떤 누구도 터트려낸 적 없는 비윤리적인 회사의 처우를 곱씹게 만들면서, 시원한 사이다 한방은 물론 가슴 울컥한 감동까지 남겼다.

"엿 드세요"..양복 입은 양아치들에게 고하는 군산 양아치의 선전포고

김성룡은 '군산식 페어플레이'라는 자신만의 탁월한 방법으로 악랄한 서율에게 대항하면서 사이다 펀치를 제대로 보여줬다. 김성룡이 준비하던 회생안 프로젝트는 서율의 협박에 못 이겨 증언을 번복한 증인들로 인해 중간보고에서 실패했고, 급기야 경리부까지 해체되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에 무조건 이기는 게 중요한, 서율식 페어플레이를 하겠다고 선포한 김성룡은 "이 60층 건물에 양복입고, 고급차 타고 다니면서 출퇴근하면 진짜 깨끗한 줄 알았어. 근데 이건 뭐 양복 입은 양아치들이더라구요"라고 뼈있는 지적을 날렸다.

이어 김성룡은 군산 시절 복장으로 갈아입고 껄렁껄렁하게 군산에서 하던 양아치식 조사를 해나갔다. TQ택배 지정 정비공장 사장과 TQ택배 회계관리 부장을 미행, 뒷조사를 하고는 옴짝달싹 못하는 제안을 던졌던 것. 이들에게서 받은 서류를 바탕으로 김성룡은 박현도(박영규 분)회장에게 회생안을 진행하라는 답을 얻었고, 서안장룡과 만나고 있던 서율을 찾아가 "엿 드세요! 오늘 다과에는 엿이 있네요. 이사님 엿 먹어요"라고 통쾌한 사이다 뒤통수를 날려, 보는 이들을 환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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