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사진=임성균 기자
정해진(27)은 천생 트로트 가수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무대에서만 서면 힘이 난다. 어릴 적부터 타고난 '뽕필'은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극심한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 결국 정해진은 트로트의 길을 걸었다.
18일 스타뉴스와 만난 정해진은 밝고 털털했다. 10월 말에 나오는 새로운 앨범 '심지 곧은 사람'의 콘셉트에 맞게 여성스러움을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성격은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트로트에 대해서 말할 때만큼은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했다.
"트로트 가수는 정말로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힘든 일은 누구에게나 있죠. 저도 그래요. 하지만 무대에만 서면 그런 생각이 없어져요. 무대에 서는 순간은 너무나 즐거워요. 이곳저곳에서 활약하면서 조금씩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해진이 처음부터 트로트 가수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발라드 가수 혹은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 하지만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나오는 트로트 감성은 막을 수가 없었다. 어릴 적부터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외할머니와 어머니에게 애원하자 할머니가 중학교 시절 트로트 대회에 나가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당당하게 대상을 차지했다.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어요. 저를 너무나 아껴주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이죠. 어린 딸이 사회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트로트를 하는 것도 반대하셨죠. 하지만 저는 꿈이 있었어요. 중학교 때 할머니가 대회에 나가 노래를 불러보라고 해서 부산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에 나갔어요. 그때 대상을 타면서 제 노래 실력을 보여줬죠."
정해진. /사진=임성균 기자
가요제에서 대상을 탔지만 할머니와 어머니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반대가 심했지만 정해진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꿈을 향해 나아갔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부산 극단에 들어가 쉴 새 없이 연습에 매진했다. 그러자 어머니와 할머니가 조금씩 정해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부산에 있는 극단에 들어갔어요. 그러면서 학업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수석으로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보면서 어머니와 할머니가 조금씩 인정을 해주시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집에서 도와줘 2012년에 '누가 누가' 노래를 냈어요. 중학교 시절 트로트 가요제 심사위원에게 제가 직접 찾아가 받은 곡이었죠. 그렇게 어머니랑 지방 행사 돌면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지방을 꾸준히 돌아다니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자 방송국 쪽에서 연락이 왔다. 2014년 KBS2 '아침이 좋다' CP에게 리포터 제안을 받았다. 망설임 없이 KTX 기차표를 끊었고 7개월 동안 아침 방송 리포터로 활약했다. 그리고 딸을 따라 할머니와 어머니도 서울로 이사를 왔다. 이때부터 정해진은 본격적으로 트로트 가수의 길을 걷게 됐다.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을 때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 당장 KTX 표를 끊어서 서울로 갔고 7개월 동안 일을 했어요. 그러면서 인간관계가 쌓이기 시작했고 지금 대표님을 만났어요. 대표님이 여자 가수를 찾고 있는 중이었고 마침 저도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감히 생각할 수 없었던 방송에 나가게 됐어요."
- 인터뷰②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