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유리정원' 김태훈 "문근영이 리드"

영화 '유리정원'의 배우 김태훈 인터뷰

판선영 기자  |  2017.11.05 13:15
/사진=올댓시네마 /사진=올댓시네마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개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배우가 있다.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의 주연배우 김태훈(42)이다.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과 슬픈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 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 재연(문근영 분)을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 지훈(김태훈 분)이 소설이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감춰진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담았다.

'유리정원'은 올해 개막작 온라인 티켓예매 오픈과 동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만큼 사람들의 기대는 컸고 이 영화에 관심이 쏠렸다. 김태훈은 지난해 특별출연한 '춘몽'에 이어 유리정원까지 BIFF 개막작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는 감격스러운 표정과 함께 남다른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2년 연속 내가 출연한 작품이 오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신기했어요. 참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내년까지 3년 연속하려면 한국 영화는 쉽지 않으니 중국영화나 일본영화로 찾아봬야 하지 않을 까 싶네요."

영화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문근영의 광기 어린 모습. 하지만 이 감정을 끌어내 주고 절망으로 치닫는 순간까지 자극하는 배우도 김태훈이다. 김태훈과 문근영은 '유리정원'을 통해 처음 만났다고 했다. 나이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두 사람의 연기호흡은 찰떡같았고, 베테랑과 베테랑이 만난 느낌이었다. 두 사람의 연기는 식물 세포처럼 섬세했다. 그렇다면 김태훈은 국민 여동생에서 소녀로 거듭나 만나게 된 문근영은 어떠했을까.


"(문)근영이와 첫 호흡을 맞췄는데 털털하고 겸손하더라고요. 촬영할 때 함께 홍어 맛집을 가기도 하면서 친해졌어요. 물론 자주 만나서 수다를 떠는 관계는 아니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전해지는 느낌이 있죠. (문)근영이의 연극도 깜짝 방문했어요. 일부러 연락 안 하고 갔는데 놀라면서도 반겨주더라고요. 최근에 아프다고 해서 걱정도 많이 됐는데 나은 것 같아 다행이에요. 가끔씩 봐도 편하고 좋은 친구랍니다."

하지만 김태훈은 문근영에 대해 연기하는 모습과 평소가 다르다고 했다.

"현장에서 (문)근영이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재연으로 있을 때는 집중력 있게 연기해요. '로미오와 줄리엣' 할 때는 혼신을 다해 연기하더라고요. 감탄, 그 자체였어요. 어리지만 배울 점이 많은 친구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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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은 유리정원에서 안면 근육이 마비되는 연기를 했다. 극 중 지훈은 무명 소설가를 연기하며 소설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한 인간이 피폐해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쳐있는 눈빛, 묘하게 경직돼 비대칭까지 이어진 김태훈의 모습은 지훈에 대한 연민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설행'이란 영화에서 알콜 중독자 역할을 한 적이 있어요. 그 인물을 연기할 때에도 약간의 안면 마비를 일으켜야 했죠. 아무래도 경험이 있다 보니 수월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알콜 중독자는 떨림 수준이고 지훈은 완전한 마비 증세였죠.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에요."

또한 김태훈은 안면 근육이 마비되는 연기와 함께 7kg이나 증량하며 지훈을 만들어야 했다고 밝혔다. 평소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로 인해 증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훈은 문학계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상태였고 무명 생활을 전전하던 친구에요. 보통 소설가 하면 술과 담배를 하면서 마른 인물을 떠올리잖아요. 신수원 감독과 상의 끝에 살이 많이 찌고 모든 걸 다 놓아버린 작가를 그리기로 했어요. 나태해지고 망가지는 삶을 드러내고 싶었고 결국 체중을 증량하기로 했죠. 배가 출렁거릴 정도로 살을 찌우고 싶었지만 잘 안 되더라고요. 하하."

"7kg 증량했는데도 겉으로 티가 안 나서 살짝 아쉽기도 했어요. 그래서 후반부에서는 보형물을 넣어 후덕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죠. 설경구 선배처럼 파격적인 체중 증량을 원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시간 적으로 긴 여유도 없었고요. 이게 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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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은 '유리정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느냐는 질문에 문근영과 왈츠를 추는 신이라고 했다. 극중 재연과 지훈은 나무 앞에서 왈츠를 춘다. 두 사람이 음악에 몸을 맡기는 이 장면은 지훈의 소설 속 상상의 모습이지만 잠시나마 외로움에 사무친 재연을 위로하는 느낌을 선사했다. 김태훈은 이 장면을 촬영할 당시 과거 영화 '댄서의 순정'을 촬영했던 문근영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문)근영이와 춤을 추는 날 제 마음이 즐거웠어요. 촬영 전날 강당에서 여러 버전으로 춤을 추며 연습했죠. (문)근영이가 워낙 춤을 잘 추니까 저를 리드해줬어요. 손을 잡고 추는 장면이다 보니 재연을 진짜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임했죠. 너무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미술팀도 참 고생했고요. 저희의 에너지가 담겨 예쁜 그림이 완성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김태훈은 연극으로 시작해 독립영화를 거쳐 상업 영화, 드라마로 나아갔다. 지난 2002년부터 영화 '사귀는 사람 있니', '아저씨',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모르는 사람', '분노의 윤리학', '경주' 등에 출연했다. 또한 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사랑하는 은동아'에도 참여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김태훈은 어느덧 15년 차 배우가 됐다. 그는 자신이 그간 수많은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쑥스러운 듯 대답했다.

"지금껏 다양한 역할을 해봤어요. 코미디, 알콜 중독자, 게이까지. 영화 '화양연화' 같은 멜로를 해보고 싶기도 해요. 최근에는 가족 휴먼 코미디 드라마인 '러브슬링'이란 영화를 찍었죠. 제가 뭔가를 고집하는 성격이 아니라 즐거웠던 것 같아요. 특히 (유)해진이 형과 함께 해서 더 좋았어요.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경계선을 묻는다면 좀 더 찾아주시는 쪽이 독립영화여서 저에게 익숙하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두 장르를 나누지 않고 즐기면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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