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23)의 소속팀 니혼 햄 파이터스가 지난 주말 이번 오프시즌에 오타니를 포스팅 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의 최대 ‘빅 스토리’인 오타니 영입전이 이 발표와 함께 이제 공식적으로 막을 올리게 됐다.
MLB 사무국과 일본프로야구(NPB)는 이번 오타니 포스팅을 위해 지난 10월31일로 만료된 종전의 미일간 포스팅 규정을 1년 더 연장시키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오타니가 포스팅되면 메이저리그 팀들은 최고 2천만달러까지 베팅을 할 수 있고 최고액을 베팅한 구단은 누구라도 오타니와 계약협상을 할 수 있다. 현재로선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모두 맥시멈 2천만달러를 베팅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베팅을 한 뒤 오타니와 계약에 성공한 팀만 2,000만달러를 지불하는 ‘밑져야 본전’ 시스템이기에 오타니와 계약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해도 베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구나 오타니는 아직 만 23세에 불과, 완전한 인터내셔널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이 있는 25세 나이에 이르지 못했기에 앞으로 2년 안에 MLB에 진출할 경우 MLB 노사협약 규정에 따라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니라 마이너리그 계약만 할 수 있다. 마이너 계약을 한 뒤 메이저리그로 콜업된다면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을 받는다. 오타니 같은 ‘초특급’ 슈퍼스타를 마이너리그 돈을 주고 붙잡을 수 있는 기회인데 ‘밑져야 본전’인 베팅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오타니는 MLB 팀과의 계약에서 마이너리그 계약과 함께 계약금(사이닝 보너스)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계약금조차 노사협약에 의해 액수가 제한되어 있다. 지난 7월2일부터 내년 6월15일까지 약 1년간 메이저리그 팀이 인터내셔널 FA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보너스 총액은 475만달러에서 575만달러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 팀들은 할당된 인터내셔널 보너스 금액 가운데 상당액을 소진했기에 남은 액수가 얼마 없는 팀이 많다.
LA 다저스의 경우 이제 쓸 수 있는 보너스 액수가 30만달러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구단 중 인터내셔널 보너스 금액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팀은 텍사스 레인저스로 353만5천달러이며 이밖에 뉴욕 양키스와 미네소타 트윈스가 300만달러 이상을 지불할 수 있는 팀으로 알려졌다.
사실 바로 이 인터내셔널 FA 규정 때문에 오타니가 2년을 더 기다리지 않고 지금 시점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에겐 당장 재정적으론 손해인 것이 분명하다. 당장 일본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이 다음 2년간 미국에 가서 마이너리그 계약을 받는 연봉보다 훨씬 많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오타니가 완전한 FA자격이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메이저리그에서 2억달러가 훨씬 넘는 규모의 계약을 쉽게 받았을 것이고 그가 2년을 기다린 뒤 완전한 FA로 MLB에 나선다면 3억달러 이상 계약도 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런 엄청난 재정적 손해를 무릅쓰고 현 시점에서 MLB 진출을 강행한 것은 최고의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가 워낙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는 고교 졸업을 앞두고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는 대신에 MLB로 직행하겠다고 선언했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 지명권을 쥐고 있던 니혼햄은 그럼에도 그를 지명한 뒤 그에게 프로에서도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하는 것을 허락하고 수 년 후에 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할 경우 도와주겠다는 조건으로 한 달 동안 간곡히 설득한 덕에 그와 계약할 수 있었다.
오타니 쇼헤이. /사진=뉴스1
그리고 일본 무대에서 5년을 뛴 그는 당장 재정적인 손해에도 불구, MLB 진출을 원한다고 밝혔고 니혼햄은 약속대로 그를 풀어주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오타니는 지금 MLB팀과 계약하면 오는 2020년 시즌 후에야 연봉중재 자격을 얻는다. 당연히 돈만 생각했다면 2년을 기다렸다가 진출하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돈이 문제가 아니란 것을 분명히 했고 이번 포스팅 결정은 그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런 오타니이기에 이번 영입전에서 오퍼 액수의 크고 작음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어차피 마이너리그 계약인데다 계약금 액수도 가장 많이 오퍼할 수 있는 텍사스(353만달러)와 30만달러밖에 제시할 수 없는 다저스 간의 격차가 320만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보통 선수라면 이 차이도 상당한 것이지만 3억달러짜리라는 말까지 도는 선수에겐 이 정도 액수 차이는 말 그대로 ‘껌값’이나 ‘교통비’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 정도 액수 차이로 영입경쟁에서 선수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음은 분명하다.
결국 이번 오프시즌에 오타니를 붙잡기 위해서는 오퍼 액수의 크고 작음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대신 그가 뛰기를 원하고 있는 팀이 어디인가와 그가 원하는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하는데 가장 유리한 환경이 어디인가, 그리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 어디인가에 따라 그의 행선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오타니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난 아직 완전한 선수가 아니기에 내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면서 “고교 졸업시에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것이 내가 기다리지 않고 지금 (MLB에) 가기로 결심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투수와 타자로서 겸업을 계속 하는 것에 대해선 “프로 전향하기 전에는 둘 다 할 수 있으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그 이후 팬들도 격려해줬고 코치들도 도와줬으며 구리야마 감독님이 할 수 있게 해줬다. 그래서 계속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투타 겸업)이 (MLB에서도)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MLB) 팀들이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기회가 있을지를 들어보고 있다. 지금으로선 (투타겸업을) 하게 될지 말하기 힘들다”고 덧붙여 다소 유연한 자세를 보여줬다.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로 모두 뛰려면 내셔널리그보다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 팀과 계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투수로 나서지 않는 날은 지명타자로만 뛴다면 수비 부담을 덜고 수비 도중에 부상 위험성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타니가 투타겸업에 대해 “꼭 하길 원한다”고 못 박는 대신 “(메이저리그 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싶다”고 유연한 자세를 드러냈기에 꼭 AL팀이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오히려 로스터 운용을 유연하게 하면서 당장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한 팀이 영입전에서 유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그리고 다저스는 이번에도 오타니 영입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들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들 팀들은 모두 우승후보들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양키스와 레드삭스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AL팀이라는 것이 강점이며 다저스는 내년 시즌 선발투수만도 9~10명에 달하는 엄청나게 두터운 투수층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인 구단 프론트오피스의 분위기가 오타니에게 크게 부담을 주지 않고 그에게 투타에서 모두 경험을 줄 능력이 있는 팀이다.
더구나 오타니는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 직행을 고려했을 때 다저스와 계약 일보직전까지 갔었던 인연이 있다. 하지만 당시 그를 지명한 니혼햄은 2012년에 메이저리그로 떠나간 전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대신할 에이스로 그를 키우는 것은 물론 타자로도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주겠다고 약속해 그를 잔류시키고 다르빗슈의 등번호였던 11번을 그에게 내줬다. 하지만 오타니가 다시 빅리그행을 결심한 지금 다저스는 또 다시 유력한 후보로 부상할 전망이다. 더구나 다저스엔 마에다 겐타도 있고 잠시나마 다르빗슈도 몸담았던 팀이다. 무엇보다도 다저스는 당장 내년이라도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어필이 될 전망이다.
오타니는 2016년에 타자로 타율 0.332와 22홈런, 투수로 21경기에서 140이닝동안 탈삼진 174개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한 뒤 퍼시픽리그 MVP로 뽑힌 바 있다. 올해는 발목부상으로 수술을 받게 돼 시즌을 일찍 종료하면서 타자로 65경기에서 타율 0.332에 8홈런과 31타점, 투수로 5차례 선발등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5년간 성적은 투수로 42승15패, 평균자책점 2.52와 543이닝동안 624탈삼진이며 타자로 통산타율 0.286에 48홈런, 166타점을 기록했다.
과연 100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야구 천재’라는 그를 붙잡는 행운을 잡는 팀은 어디일까. 이번 오프시즌 스토브리그는 오타니 영입경쟁과 함께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