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케이트 윈슬렛 /AFPBBNews=뉴스1
영국 배우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은 시대극이나 비극에서 불안에 시달리는 여성 역할을 주로 한다. 케이트 윈슬렛의 대표작은 랄프 파인즈와 함께 출연한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The Reader, 2008)다.
사진=영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스틸컷
이 영화에서 윈슬렛은 수백명의 유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한나 역으로 나온다. 한나는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일한 전력이 있는데 매 달 가스실로 보내질 열 사람을 골랐었다. 생존자가 그 사실을 증언했고 한나는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다. 필적 감정을 통해 누명을 벗을 수 있지만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것을 밝히기 싫어서 그냥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파인즈는 한나에게 테이프 녹음을 통해 글 읽는 것을 가르쳤는데 글을 깨치게 된 한나는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회고록을 읽고 가석방 되기 전에 양심의 가책으로 자살한다.
2009년 제 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윈슬렛 /AFPBBNews=뉴스1
이 영화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윈슬렛의 연기는 큰 호평을 받았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수상소감에서 윈슬렛은 오스카를 들고 "여덟 살 때부터 목욕탕 거울 앞에서 샴푸병을 들고 수상소감 연습을 했는데 이제는 샴푸병이 아니네요"라고 해서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199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케이트 윈슬렛 /AFPBBNews=뉴스1
윈슬렛의 영화 데뷔작은 피터 잭슨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Heavenly Creatures, 1994)이었다. 175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이 되었다. 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인데 윈슬렛은 재판기록, 관련된 사람들의 서신, 그 밖의 모든 자료를 빠짐없이 읽고 준비했다. 잭슨은 실제 살인현장에서 촬영했다.
윈슬렛은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촬영 후 집에 돌아와서는 우는 일이 많았다. 이 경험이 윈슬렛에게는 거의 트라우마 수준으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고 한다. 물론 연기는 극찬을 받았고 배우로서 결정적인 도약의 계기가 된다. 한 비평가는 윈슬렛이 평생 이 캐릭터와 연결되어서 큰 배우가 되지 못할거라고 까지 말했다. 윈슬렛은 오스카를 받아들고 피터 잭슨에 대한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다.
사진=영화 '우리 사이의 거대한 산' 스틸컷
'우리 사이의 거대한 산'(The Mountain Between Us, 2017)은 최근에 본 가장 인상적인 윈슬렛 영화다. 이드리스 엘바와 함께 나오는 2인극이다. 생사가 오가는 극한 상황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 한 사람밖에는 의지할 때가 없을 때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이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이 남녀였을 때, 고난을 같이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사진=영화 '타이타닉' 스틸컷
케이트 윈슬렛은 1997년에 '타이타닉'의 성공으로 스물 한 살에 일찌감치 국제적인 스타가 되었다. 아직도 대표작이고 시상식 같은 곳에 등장할 때면 그 주제 선율이 따라 나온다.
그러나 블록버스터 형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큰 돈을 벌 수도 있었지만 윈슬렛은 상업성 위주의 영화는 다 사양하고 '더 배울 것이 많아서' 독립영화에 주로 출연한다. 이 결정이 배우로서 롱런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1998) 캐스팅을 고사한 것이 한 예다. 윈슬렛이 출연한 대작이나 유명한 영화가 잘 기억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 스타의 몸 속에 일용직 배우의 영혼이 깃들어있는 사람' 케이트 윈슬렛에 대한 어떤 비평가의 말이다.
케이트 윈슬렛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