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투타 겸업에 나선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Again 2002’
1961년 창단된 LA 에인절스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2002년 월드시리즈에서 에인절스는 배리 본즈를 앞세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4승3패로 정상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이후 에인절스는 6차례(2004년, 2005년, 2007년, 2008년, 2009년, 2014년)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정상을 차지했지만 월드시리즈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또한 최근에는 텍사스 레인저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에 밀리며 중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 시즌은 80승을 따내며 지구 2위를 차지했지만 애스트로스와의 격차는 무려 21경기나 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 마이크 트라웃이 에인절스에서 활약한 것도 어느덧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가을 야구를 경험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라이벌 애스트로스의 창단 후 첫 우승에 큰 자극을 받은 빌리 에플러 단장은 트라웃과 호흡을 맞출 새로운 라인업을 짜는데 심혈을 기울이며 정상도전을 선언했다. 2018년이야말로 에인절스가 다시 우승을 차지할 호기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무너진 선발진 재건
스토브리그에서 에인절스는 가장 분주하게 움직였다. 투타 겸업을 선언하고 태평양을 건너 온 오타니 쇼헤이 영입전에서 깜짝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올렸다. 만약 마운드에서 오타니가 에이스 개럿 리차즈와 30승 정도를 합작해 준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발진을 꾸릴 수 있다. 문제는 리차즈의 팔 상태다. 2015년 207이닝을 던지며 15승을 따냈던 리차즈는 팔꿈치에 탈이 나며 지난 2년 동안 12경기에 출전해 1승만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 시즌 에인절스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는 리키 놀라스코가 유일했다. 33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181이닝을 소화했지만 6승15패, 평균자책 4.92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무려 13명이 투수가 선발로 출전했을 정도로 시즌 내내 마이크 소시아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오타니를 배려해 6인 로테이션도 고려하고 있는 소시아 감독의 선발진 운영이 지난해와 달라지느냐에 따라 올 시즌 농사가 좌우된다.
푸홀스. /AFPBBNews=뉴스1
▶탄탄한 내야 그물망 수비
에인절스는 30대 노장 선수들로 내야 전력을 크게 보강했다. 지난 시즌 올스타에 뽑힌 잭 코자트가 핵심 선수였다. 최고의 유격수 안드렐튼 시몬스와 키스톤 콤비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올스타 출신 2루수 이안 킨슬러와 계약을 체결하게 되자 다시 3루수로 포지션 변경을 의뢰했다. 빅리그 내내 유격수로만 뛰었던 코자트는 팀의 승리를 위해 흔쾌히 응했다. 또한 내셔널리그 홈런왕 출신 크리스 카터는 로스터에 합류할 경우 루이스 발부에나와 1루를 번갈아 맡을 수 있다.
오타니가 지명 타자로 나서는 경기에서는 백전 노장 알버트 푸홀스가 1루수로 출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비록 30대 노장들이기는 하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올스타 출신들로만 채울 수 있다.
최근 수 년간 에인절스의 고질적인 문제는 2루수와 좌익수였다. 이미 지난 시즌 후반 저스틴 업튼을 영입해 좌익수를 보강한 에인절스는 이번에는 4번째 외야수로 수비 범위가 넓고 기동력이 좋은 크리스 영까지 확보했다. 외야 역시 6년 연속 올스타에 뽑힌 중견수 트라웃에 2015년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우익수 콜 칼훈까지 다른 팀에 전혀 뒤지지 않는 화려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마무리는 누가 맡을까
휴스턴 스트리트가 계약 마지막 해인 지난 시즌 고작 4경기만을 소화하며 실망을 안겼지만 에인절스는 비드 노리스(19세이브), 블레이크 파커(8세이브), 캠 베드로시안(6세이브), 유스메이로 페티트(4세이브), 케냔 미들턴(3세이브) 등이 마무리 투수 역할을 분담했다.
오프 시즌 에인절스는 통산 176세이브를 기록한 34세의 노장 짐 존슨까지 영입해 불펜진을 보강했다. 현재로서는 파커가 첫 번째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소시아 감독은 올 시즌 마무리 투수를 아직 확정 짓지 않았다. 어쩌면 기량이 뛰어난 마무리 투수 영입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지난 시즌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41세이브나 올린 그렉 홀랜드가 거론된다. 평균 자책이 3.61로 다소 높지만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가 홈 구장이었다는 점과 블론 세이브를 4개밖에 기록하지 않았다는 면에서 매력적인 카드다. 또한 플레이오프 경험도 있다. 홀랜드는 2014년 캔자시스티 로열스 소속으로 플레이오프 11경기에서 파인타율 0.105를 기록하며 평균자책 0.82의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FA가 된 그렉 홀랜드가 에인절스에 가세하면 뒷문도 든든해진다. /AFPBBNews=뉴스1
홀랜드는 1500만 달러의 선수 옵션과 1740만 달러의 퀄리파잉 오퍼를 모두 거절하고 FA가 됐다. 로키스는 홀랜드의 대체자로 웨이드 데이비스를 선택하고 3년 5200만 달러의 거액을 안겼다. 현재 홀랜드는 한 때 자신의 셋업맨이었던 데이비스 수준의 계약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마땅한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만약 홀랜드가 에인절스에 가세한다면 그야말로 용의 눈에 마지막 점을 찍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과연 에인절스가 약점으로 거론되는 마무리 투수까지 보강하는 승부수를 띄우며 2002년의 영광 재현에 나설 것인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