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 사진=영화 '범죄도시', '말모이' 스틸컷
"너 내가 누군지 아니?"
우스꽝스러워 보일만큼 촌스런 꽁지머리. 표정이라곤 없는 서늘함. 입이 떡 벌어지는 잔혹함. 지난해 영화 '범죄도시'의 조선족 폭력조직 두목 장첸은 윤계상의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부드럽고 단정한 기존 이미지를 한꺼번에 지워버린 채 스크린에 나섰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반전의 흥행에 성공한 '범죄도시'는 그렇게 윤계상이 누구인지를 다시 한 번 관객에게 알렸다. "너 내가 누군지 아니" 같은 임팩트 있는 대사, 강렬한 캐릭터 분장도 유행처럼 회자됐다. 그와 함께 배우 윤계상의 우직한 끈기도 새삼 회자됐다.
1월 9일 개봉하는 '말모이'(감독 엄유나)는 '범죄도시' 이후 윤계상이 선보이는 회심의 영화다. 식민지 대한민국에서 조선어 사전을 만들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우리 말을 모으는 '말모이' 작업에 투신한 지식인 독립운동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 역을 맡았다. 정환은 소중한 자료가 든 가방을 훔치려 했던 까막눈 판수(유해진 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사사건건 트집을 잡던 그는 말의 소중함에 눈 뜬 판수와 동지로 변화해가면서 스스로도 성장한다. 그가 실감하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은 영화의 분명한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말모이' 속 윤계상은 '범죄도시'의 장첸과는 180도 반대나 다름없다. 임팩트 있는 한마디로 일관하던 장첸과 달리 정환은 끊임없이 말하고 주장하며 호소하는 인물이다. 눈물 그렁그렁한 눈에 울분과 진심을 담아냈다. 가죽점퍼와 선글라스를 벗고 말쑥한 인텔리 양복에 동그란 안경으로 변화한 윤계상은 반듯하고도 우직한 열정과 진심을 섬세하게 그려보인다.
여러 시간을 함께 보내며 동지로 함께하게 되는 판수로는 마침 영화 '소수의견'(2015)에서 함께했던 유해진 함께했다. 스크린 안팎에서 드러나는 윤계상과 유해진의 애틋한 호흡은 '말모이'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포인트. 끊임없이 도전하며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배우 윤계상과 어려움 속에 조선어 사전 만들기에 나선 정환 또한 스크린 안팎에서 합일하며 영화 그를 더 주목하게 한다. 배우 윤계상의 매력은 점점 더 진해지는 것 같다.
사진=영화 '말모이'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