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륭 /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오륭(38)이 반전의 얼굴로 시청자들에게 소름을 안겼다. 적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주인공 여자에게 집착하는 '지질남'을 선보였던 그가 OCN 주말드라마 '트랩'에서 날선 악의 얼굴로 변신했다. 2016년 영화 '그물'에 이어 '골든슬럼버'까지 나이에 비해 매체에 선보인 작품 수는 아직 손에 꼽을 정도지만, 연기를 시작한 지는 10년 정도가 되며 연극 무대부터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여왔다.
'트랩'은 알 수 없는 덫에 걸린 국민 앵커 강우현(이서진 분)을 중심으로 베테랑 형사 고동국(성동일 분), 스타 프로파일러 윤서영(임화영 분) 등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하드보일드 추적 스릴러. 총 7부작으로 제작돼 OCN에서 첫 선을 보인 드라마틱 시네마(Dramatic Cinema)였다.
오륭은 극 중 우현과 절친한 기업인 홍원태 역을 맡아 연기했다. 하지만 홍원태는 악의 권력층에서 소시오패스 중 한 명으로 살인을 계획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5회에서 인간 사냥 게임의 설계자임이 들통나고 사냥꾼2(성혁 분)이 쏜 총에 죽음을 맞이했다.
배우 오륭 /사진=김창현 기자
-'트랩'이 최고 시청률 4.0%(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고 종영했다. 드라마틱 시네마 작품으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는데.
▶재미있는 작품에 해보지 않았던 역할을 해서 기분이 색달랐다. 의미 있는 현장들이었는데, 이번엔 특히 분위기가 남달랐다. 처음엔 드라마팀, 영화팀 스태프들이 섞여서 혼잡스러울까 싶었는데 잘 적응할 수 있었다. 긍정적인 현장이었던 것 같다. 성적도 만족스럽다. 참여한 배우 입장에서는 시청률이 좋든 안 좋든 애착이 가는데, 첫 드라마틱 시네마의 스타트를 잘 끊은 것 같아서 뿌듯하다.
-마지막회에서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인 것처럼 시즌2를 암시하는 엔딩을 보여줬다.
▶나도 시즌2를 바라는 시청자의 입장이다. 그래도 이야기가 풍성했던 것 같다. 만약 시즌이 계속 나온다면 하나의 세계관이 나오는 것 같다. 나는 재미있게 봤는데 현장에서도 재미있었다. 보는 시선은 다양했겠지만, 이야기보다 이미지를 중심으로 보시다 보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드라마틱 시네마'란 개념이 생소하다. 어떻게 이해했나.
▶처음에 4부작이라 했을 때는 '트랩'이 긴 영화라 생각했다. 미완의 시놉을 봤을 땐 수위가 더 셌는데 방송에선 많이 순화됐다. 디테일한 장면, 대사가 극에 달해서 아무리 케이블이라지만 방송이 될 수 있을까 싶었다. 이야기가 늘어나면서도 메시지를 지켰던 것 같다. 소시오패스가 극화돼서 다른 형태로 보여질 수 있는 소재를 찾고 그 인물들이 주변에 있으며 통제를 하는 사회의 리더가 된다는 메시지다. 다양한 군상들을 다른 방식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메시지만 잘 보여준다면 극의 길이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우현의 같은 편인 듯, 그를 겨냥한 사냥꾼 홍원태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을까.
▶이해할 수 있었던 게, 단서가 있었다. 처음엔 이런 조직, 배후 세력에 상징적으로 드러난 인물이었다. 그가 몰락하는 과정에서 발버둥치는 모습이 공감 갔다. 경중만 있을 뿐이지 나에게, 다른 분들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지 않을까 반추하면서 연기했다. 주위에서는 많이 무섭다고 하더라.
배우 오륭 /사진=김창현 기자
-7부작 중 5부에서 죽음으로 중간 퇴장했다. 아쉽지 않았나.
▶처음부터 5부에 죽을 거란 걸 알고 있었는데 죽을 때 잘 죽고 싶었다. 홍원태가 배후 세력의 꼬리로 잘리면서 죽었는데, 숙청당한 것도 드라마틱했다. 인물로서는 안타까웠지만, 죽음의 시기는 중요하지 않았고 드라마틱하게 그려져서 만족했다.
-배우 개인적으론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유학파 엄친아로 알려졌다.
▶처음에 엄친아로 알려졌지만 예능 '섬총사2'에 나오면서 허당으로 밝혀졌다.(웃음) 나에겐 허당 모습도 있고 예민한 구석도 있고 골고루 다 있는 것 같다.
-대중에게 보이고 싶은, 본인이 바라는 이미지가 있을까.
▶외적으로 강렬한 이미지가 나를 고정시킬 수도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역할을 맡고 스펙트럼을 넓혀서 물 흐르듯이 잘 맞춰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나이에 비해 매체 데뷔는 늦은 편이다. 언제부터 연기를 시작했나.
▶20대 중반에 연기 시작했고, 대학교 때 군대를 갔다가 복학한 후에 현장을 먼저 부딪혔다. 무대 조명, 포스터 붙이기부터 시작했다. 연극 무대 데뷔를 2015년에 했고 2017년에 다시 학교를 가게 됐다.
배우 오륭 /사진=김창현 기자
-경제학을 전공하다가 배우가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을까. 주위의 만류도 있었을 것 같다.
▶군대를 갔다가 복학할 무렵에 소극장에서 연극을 봤는데, 배우분이 핏대를 세우면서 열변을 하시더라. 바로 앞에서 보는데 맨 처음엔 '연기'보다 '연극성'에 흥미를 느꼈다. 바로 '이거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시도했는데 처음엔 주변에서 만류를 했다. 그래도 그때 나는 그 시기에 대한 전환점을 스스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올인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주위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중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다니다가 군대를 갔고 연극을 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화적인 것이 소용돌이치다가 다시 미국에 돌아가는 게 두렵기도 했던 것 같다. 한국을 경험해보고 싶었고 한국이 좋았다. 복합적인 마음이었던 것 같다.
-'오륭'이란 이름이 독특하다.
▶본명이다. 할아버지께서 옥편을 찾아 보시고 '곧게갈 륭'이란 한자를 썼다. 지금은 사라진 한자가 됐는데, 이름값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윤상, 최다니엘 등 은근히 '닮은꼴 부자'이기도 한데.
▶윤상, 최다니엘씨 말고도 만화 '보노보노'에 나오는 원숭이 캐릭터를 닮았단 소리도 들어봤다. 내가 원숭이 띠라 개의치 않는다.(웃음) 캐릭터성을 가지는 게 좋다. 내가 봐도 가끔 윤상씨와는 닮은 것 같다. 운명인지 내가 처음 산 레코드판이 윤상씨 앨범이었다.
-앞으로 보여줄 캐릭터가 많겠다.
▶차기작을 보고 있다. 고여있지 않은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그게 나도 즐거울 것 같다. 좋은 이야기로 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