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사진제공=블레스이엔티
워킹맘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있다. 바로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 출연한 유선(43) 이야기다.
유선은 지난 22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극본 조정선, 연출 김종창, 이하 '세젤예')에서 박선자(김해숙 분)의 첫째 딸이자 정진수(이원재 분)의 아내, 정다빈(주예림 분)의 엄마인 강미선 역을 맡았다.
강미선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평소 박선자에게 아이를 맡겼지만, 자신과 함께 있고 싶다는 정다빈의 말에 퇴사를 결정하는 인물이다. 물론 마지막회에서 그는 선배의 재치로 휴직 처리가 돼, 복직을 하며 마무리됐지만 말이다.
이러한 강미선의 상황은 유선의 상황과도 닮았다. 직업은 서로 다르지만, 유선 역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기 때문. 그렇기에 유선은 강미선이라는 캐릭터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역할을 찰떡같이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 유선을 스타뉴스가 만났다.
유선./사진제공=블레스이엔티
-'세젤예 종영 소감을 말해달라. 종영 이후 어떻게 지냈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이틀 정도는 쉰 후에 스케줄을 소화했다. 지난 26일 김해숙 선배님께서 딸들을 모아 밥을 사주셔서 조촐한 회식을 하기도 했다.
-긴 시간 촬영 동안 힘들지는 않았나.
▶과거에도 '작은 아씨들', '우리 갑순이'를 하면서 주말드라마를 경험해본 적이 있다. 그렇기에 긴 여정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신기하게도 촬영 기간 아픈 적이 없었다. 몸이 그 기간을 알고 버텨줬다는 생각했다. 마지막 촬영 후 감기가 와서 고생하고 있다. 긴장이 풀렸나보다.
-조정선 작가와 '솔약국집 아들들' 이후 '세젤예'서 재회했다.
▶김해숙 선배님 이후 첫째 딸부터 캐스팅하셨다고 들었다. 그 당시 시놉시스도 없이 엄마와 딸의 구성만 갖고 참여를 하게 됐다. 전적으로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컸다.
-'세젤예'의 어떤 부분에 끌렸나.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용은 알 순 없지만, 따뜻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서 사랑을 녹아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막상 대본을 받고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워킹맘이고, 일을 하기 위해 엄마에게 딸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눈물이 터졌다. 너무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고, 지금 나와의 상황도 너무 비슷한 작품이었다. 좋은 작품을 만나서 감사한 마음이 컸다.
-'세젤예' 강미선은 워킹맘이다. 본인의 상황과도 겹치는데 어떤 공감이 들었나.
▶가슴 아프게 리얼하게 찍었다. 극 중에서 "잔소리가 너무 힘들다. 나는 일하면서 살림하는 것도 버겁다. 엄마도 직장 생활하면서 아이 키워봤냐. 나도 때로는 힘들다"라는 말이 너무 와닿았다. 그야말로 '유선 반, 미선 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역시 촬영을 할 때 유치원에서 전화가 오기도 하고, 일하는 와중에도 온전히 전념하지 못하고 가정에 신경을 쓴다. 촬영이 끝나고 재빨리 집을 돌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닮은 것 같다.
-배우, 엄마, 아내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나.
▶저도 처음에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연기에 온전히 쏟지 못하는 것에 불안하다는 생가이 들었다. 밖에서 일을 하고 와서도, 집 안에서도 일이 있다는 것에 버거웠다. 하지만 그 균형을 잡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도 내가 한 끼를 해서 남편과 딸이 밥을 맛있게 먹으면 뿌듯하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게 산다. 나만 유난히 힘든 것은 아니다.
-본인은 어떤 엄마인 것 같나.
▶가정에 대한 행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내 아이와 남편만큼은 가정에서 힘을 얻고, 가정에서 힐링을 하는 것을 꿈꿨다. 가장 재밌는 곳이 가정이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아내, 엄마인 것 같다.
유선./사진제공=블레스이엔티
-'세젤예' 반응을 찾아봤나.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저도 댓글을 보기도 하는데, 분별력 있게 보려고 노력한다. 개인 SNS로도 피드백을 주셨다. 미선이가 직장을 관두는 장면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나도 전업주부가 된 사람이다. 직장을 관둬야 하는 상황에서 가슴이 아팠다'라고 말해주셨다. 이와 유사한 경험을 가지신 분들이 동질감, 이해를 하시는 것이 기억에 남았다.
-'세젤예'가 어떤 느낌으로 남을 것 같나.
▶저한테 좋은 인연들을 만들어줬다. 김해숙 선배님과도 다시 만나서 너무 좋았고, 김종찬 감독님께서도 '현장이 곧 행복이구나'라는 느낌을 들게 만들어주셨다. 작가님도 다시 만나서 너무 의미 있었고, 배우, 스태프 모두 좋았다. 가족적인 분위기의 팀워크를 잊지 못할 것 같다. 미선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이 같이 눈물을 흘리고, 공감을 하는 반응들을 보며, 연기를 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줬다.
-시상식이 다가오고 있다.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제가 뭘 기대하겠나. 열심히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수상의 욕심을 내려놨다. 시청률로 보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KBS 주말극으로 돌아와 3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영 이후 주위에서 '너무 잘 봤다', '본 방송 사수 때문에개인적인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 등의 반응이 마치 선물과도 같았다.
-차기작 계획은 없나.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와 쉬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열정이 샘솟을 것 같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다.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나.
▶딸에게 조금 더 주체적이고 멋있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가정이 있는 엄마지만, 그것을 떠나서 스스로 힘을 발휘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멋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또한 제가 검사, 형사처럼 정의로운 역할도 많이 안해봤다. 정의로운 역할도 해보고 싶고, 악의 축이더라도 늘상 남자들이 맡아왔던 캐릭터들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남자들이 맡아야 할 배역을 여자가 맡았을 때 오히려 신선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