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이보경 기자= 지난 9일, 서울사대부중 운동장에서 2019 중부 퀸즈 챔피언스리그가 열렸다.
덕성여고, 배화여고, 보성여고, 상명사대부여고, 이화여고, 서울사대부여중 총 6개교가 참가한 이번 대회는 작년에 이어 덕성여고가 우승을 차지했다. 추워진 날씨도 축구를 향한 여학생들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웃음이 끊이질 않던 이날, 결과보다 중요한 건 함께 축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축구를 즐기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기에
2013년 어느 날,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경기와 축제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중부 교육청 소속 체육 교사들이 모였다. 열악한 여건 속 선생님들의 열정이 모여 중부교육청 퀸즈 챔피언스리그가 탄생했다. 덕성여고 이지성 교사는 “이전에도 학교 스포츠클럽대회나 교육지원청 주관 토너먼트대회가 있었지만, 아이들이 더 많이 뛰고 즐기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보다 많은 경기를 뛸 수 있고 하나의 축제처럼 즐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타학교 선생님들과 의기투합하여 대회를 열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시작은 쉽지 않았다. 지원금 부족으로 인해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심판을 봐야 했고 첫 대회인 만큼 부족한 부분도 많았다. 학생들에게 더 나은 대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선 선생님들이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대회 직후 평가회를 열어 내실 있는 대회를 꾸리고자 했고 그 결과, 각 학교의 예산 지원과 더불어 중부교육지원청의 심판 및 상품 지원까지 끌어낼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여자축구클럽연맹 KWFCF’이 대회를 주관, 경기 운영을 도맡아 하며 선생님들은 온전히 학생과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학생들은 MEANS 멘토링, 경기 사진 및 영상 제공을 통해 추억을 선물 받았고 아마추어 대학축구와 같은 방식의 경기 운영을 경험할 수 있었다.
KWFCF 이지현 회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스포츠를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알릴 수 있었고 경기 생중계, 기록 통계, 사진 등을 제공함으로써 학생 본인들의 기록을 알 수 있는 그 시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이번 대회가 한국대학여자축구클럽연맹 KUWFCF 에서 대학을 뺀 KWFCF 로서의 첫 활동입니다. 앞으로 중, 고등학생들과 저희가 만나는 접점을 찾아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해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축구를 통해 학생들이 교육적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첫째는 안전이고 둘째는 페어플레이야”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준비를 마치고 몸을 풀고 있었다. 마냥 신난 듯 웃다가도 공 앞에선 진지했고 이런 모습을 담으려 카메라가 다가가자 “이거 유튜브에 나와요?”하며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경기는 전·후반 없이 25분씩 진행됐으며 오전 9시, 덕성여고와 배화여고의 첫 경기가 시작됐다.
여고생들의 축구 경기라 하면 대부분 “공만 보고 몰려다녀서 재미없다.”라고 말한다. 물론 어느 정도 몰림 현상은 있다. 하지만 짧은 볼 소유와 맞지 않는 타이밍 등 다듬어지지 않은 경기 속에서도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플레이와 예상치 못한 득점을 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다양한 리액션, 진심으로 응원하는 경기장 밖 선생님과 학생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경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경기장에서 이뤄지는 표현이었다. 치열한 몸싸움 후 상대방이 넘어지면 곧바로 사과하며 일으켜주는 모습, 교체 시 “OO야 수고했어!”라고 모든 팀 인원이 소리치는 모습은 학생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훈훈한 축구였다.
“첫째는 안전이고 둘째는 페어플레이야. 넘어지면 바로 사과하고 일으켜줘. 안 지키면 바로 교체할 거야.” 이는 덕성여고의 전략회의 내용이다. 덕성여고뿐만 아니라 모든 선생님이 이기는 것보다 축구를 통해 배려와 스포츠맨십을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강조했다. 배화여고 최재민 선생님은 “사실 대회 성적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스포츠를 통해서 학생들이 서로 가까워지고 인성을 함양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스포츠클럽 지도를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매 경기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로서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될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열정
치열했던 덕성여고와 이화여고의 결승전, 결국 1-0으로 덕성여고가 우승을 차지했다. 덕성여고는 작년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고 이화여고가 준우승을, 보성여고가 3위를 차지했다. 또한 고등학교 상대로 밀리지 않는 조직력을 보여준 유일한 중학교인 서울사대부여중이 조직력상을, 상명사대부여고가 페어플레이상을, 배화여고가 책임감상을 가져갔다.
상명사대부여고 1학년 최윤서 학생은 “오늘 이렇게 뜻깊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MEANS 멘토링을 통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어요.”라며 “축구하면서 친구, 언니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너무 재밌고 교감선생님께 축구부 없애지 말고 계속 하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3위를 차지한 보성여고 주장 2학년 김지은은 “이번 대회를 통해 팀원들과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됐고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내년에 고3이라 오늘이 마지막 대회인데 내년에도 할 수 있으면 재밌게 함께 하고 싶어요. 보성여고 파이팅!” 라고 소감을 전했다.
중부교육청 퀸즈 챔피언스리그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하지만 출산율 저하로 점점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기에 내년부터는 11인제 정식 축구 경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것이 현 지도 교사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덕성여고 이지성 선생님은 여러 선생님들과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기로 했다며 지속적인 응원을 부탁했다. “대회 규모를 더 키우기보단 내실을 다져 아이들이 더 알차게 축구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장으로 유지,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열정을 보이시는 선생님들과 축구를 즐기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2019 중부 퀸즈 챔피언스리그 결과]
우승 - 덕성여자고등학교
준우승 - 이화여자고등학교
3위 - 보성여자고등학교
조직력상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여자중학교
페어플레이상 - 상명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여자고등학교
책임감상 - 배화여자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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