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기대치', 그리고 '부담'. 대위업을 달성한 감독들이 어김없이 쓰는 표현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3부리그 격) 소속으로 하나은행 FA컵 준우승 파란을 일으킨 김승희 대전한국철도축구단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행보는 파격 그 자체였다. 32강에서 울산 현대를 꺾었다는 것부터 괄목할 만했다. K리그1 우승까지 탐할, FA컵 참가팀 중 최강으로 평가받던 상대를 눌러버렸다. '단판 승부의 묘미'를 들먹이며 더 지켜봐야 한다던 냉소적 시선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럴 때마다 한국철도는 세간 평가를 보기 좋게 따돌렸다. 16강에서 서울 이랜드, 8강에서 강원FC, 그리고 4강에서 상주 상무까지 잡았다.
아쉽게도 마침표는 찍지 못했다. 최종 상대 수원 삼성전에서 현실의 벽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1990년도 입단 이래 선수로, 코치로, 감독으로 30년을 함께한 '원클럽맨' 김 감독은 물론, 역사상 첫 FA컵 결승행을 일군 한국철도에도 이보다 더 좋은 스토리는 없었다.
한국철도는 이를 내려놓는 데서 시작했다. 하부리그 팀의 반란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FA컵이라지만, 욕심을 내면 낼수록 힘이 들어갔고 될 일도 안 됐다. 김 감독은 "세상사가 참 그렇지 않나"라면서 "부담 없이 열심히만 하자고 했는데 꿈이 이뤄졌다"고 한 해를 복기했다.
한국철도에 FA컵 준우승은 어제 내린 눈이다. 녹아버릴 영광에 취해 있을 수 없었다. 더욱이 K3리그 출범을 앞두고 주변 기대치와 당사자 부담이 덩달아 뛰었다. 다행히 김 감독의 자체 평가는 나쁘지 않다. "올 시즌을 앞두고 더블 스쿼드를 마련하려 했다"던 그는 "코로나 때문에 경기 수가 줄어드는 변수는 있었다. 그래도 김정주 등 핵심 인물들이 이탈한 가운데 잘 맞춰 준비했다"고 말했다.
마침 출발이 좋았다. 한국철도는 지난 9일 여주시민축구단(K4리그)과 치른 2020년 첫 공식전 하나은행 FA컵 1라운드에서 3-1로 승리했다.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인조잔디 구장 변수에도 큰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한 편. 김 감독은 "지난주까지 운동장을 주 2회밖에 못 썼다"라면서 "이번 주에 부랴부랴 준비해서 나온 수준이다. 코로나로 선수들 몸 상태가 축 처졌는데 올해는 경기를 뛰면서 컨디션을 올려야 할 처지"라고 털어놨다.
한국철도는 또다시 큰 그림을 그린다. 그렇다고 과욕을 부리지는 않는다. 또 내려놓고 갈 참이다. 김 감독은 "오늘 경기 전에도 선수들에게 얘기한 게 '우리는 99%에서 시작하는 팀이 아니다. 0부터 다시 하자'는 것이었다"라면서 "의욕이 앞서면 우리 걸 못한다. 다행히 경험 있는 선수들이 있어 잘 따라줄 것"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기대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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